작가모임 ‘리얼리스트 100’ 깃발 들고 선 시인 송기역씨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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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송기역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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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언어가 민중의 역동성을 못 따라가요. 지금 이 광장의 발랄함과 진정성을 시로 표현하기에는 언어의 생생함이 모자라네요.”
6월3일 밤 10시. 광화문 네거리에서 만난 시인 송기역(37)씨가 ‘구호의 거침없음’ ‘광장의 발랄함’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두 손에는 작가모임 ‘리얼리스트 100’ 깃발이 들려 있었고, 그의 뒤로는 다른 작가 30여 명이 떡과 김밥을 나눠먹고 있었다.
송씨가 거리에 선 건 이날이 처음이다. “전 대운하 반대에 더 주력했어요. 지난 2월부터 ‘리얼리스트 100’에서 진행한 경부운하 예정지 답사에 참여했어요. 충주 달래강 아세요? 정말 맑은 강이에요. 근데 제가 갔을 땐 이미 강 주변에 부동산 업자들의 욕망이 넘실대더라고요. 강바닥은 정권의 개발 욕망에 남아나지 않겠죠.” 송씨는 이 마음을 담아 시 ‘달래라는 강’을 썼다. 시는 고은 등 시인 203명이 참여한 대운하 반대 공동시집 <그냥 놔두라 쓰라린 백년 소원 이것이다>에 실렸다.
송씨에게 처음 거리에 나선 소감을 물었다. “설레고 기대됩니다. 보수 언론, 권위주의 정권의 시각과 관점에서 자유로운 아이들이 새로운 세상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바람이 있다면? “‘협상 무효, 이명박 퇴진’에 그치지 말고 더 많은 목소리들이 구호화됐으면 좋겠어요.” 구호를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다. “조·중·동 그만 보고 <한겨레> <경향신문> 구독해서 세상을 바로 보자.” 재미없어하는 표정을 짓자 시인은 덧붙였다. “‘있는 그대로 보자’가 더 좋은데 ‘바로 보자’가 쉽겠죠?” 역시, 시인은 진지하다. 이날부터 ‘리얼리스트 100’도 거리에 적극 참여하기로 했다. 현장에서 대책위를 구성하고 집행부도 뽑았다. 어떻게 행동할지도 논의했다. 송씨는 “제가 잠시 눈 돌리고 있는 사이 거리에서 시민의 힘이 커다란 눈덩이가 돼가고 있다”며 “작으나마 힘을 보태겠다”고 의지를 불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