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진적 운동단체 ‘다함께’의 딜레마를 김인식 운영위원에게 물어보니…
▣ 박수진 기자 jin21@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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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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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31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다함께’와 ‘아고라’가 만났다. 포털 사이트 온라인 토론방 ‘아고라’에서는 지난 5월24일 첫 번째 거리행진 뒤 ‘다함께’ 프락치 논쟁이 한창이었다. “‘다함께’가 사라지면 경찰이 나타난다” “‘다함께’가 시민들을 경찰에 데려다놓고 빠진다” 등의 주장이 들끓었고, 확성기로 시위대의 행진 방향을 제시하던 ‘다함께’ 회원 여성은 ‘확성기녀’로 불리며 공격 대상이 됐다. 결국 ‘아고라’ 논객 배성용(29)씨가 ‘다함께’를 찾아가 직접 물었다. “당신들은 프락치냐?”라고.
‘다함께’는 노동자 계급의 정권 창출 및 국제적 연대, 자본주의 철폐를 주장하는 급진적 운동단체다. 그 선상에서 이라크 파병 반대운동, 평택 대추리 미군기지 이전 반대시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시위, 이랜드·뉴코아 비정규직 투쟁 등에서 항상 현장을 지켜왔다. 지속적으로 정부·경찰과 싸워왔기 때문에 ‘다함께’로서는 “정권의 배후, 경찰의 배후로 몰리는 게 황당할 노릇”이다. 김인식 ‘다함께’ 운영위원은 “‘다함께’가 프락치로 몰리는 것 자체가 이번 운동이 ‘다함께’를 전혀 모르는 일반 시민들이 많이 참여한, 크고 다종다양한 운동임을 말해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람들의 반발은 “왜 시민들의 잔치를 ‘다함께’가 이끌려고 하느냐”는 물음으로 모아진다. 이에 대해 김인식 운영위원은 설명했다. “‘다함께’는 시위 경험이 많은 조직이다. 일반 시민들은 대체로 시위 경험이 없다. 실제로 5월25일 새벽 서울 신촌, 명동, 광화문 등지로 사람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강제 연행을 당했다. ‘종로로 가자’ ‘명동으로 가자’ 나오는 목소리도 너무 많았다. ‘다함께’로서는 시위 경험을 살려 시민을 안전하게 이끌고, 경찰의 급습에서 효율적으로 대피하고, 시위 목적을 효과적으로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회원들이 스스로 확성기를 가져오고 봉고 차량을 섭외한 것이다.” ‘다함께’에 확성기는 특별할 것 없는 ‘당연 준비물’이지 선동용 도구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는 “5월28일 ‘광우병 국민대책회의’가 책임지고 촛불문화제와 거리행진을 진행하겠다고 한 뒤로는 참여자로서 참여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광화문에서 보이는 ‘다함께’ 깃발 옆에 확성기는 여전히 눈에 띄지만, 확성기 소리는 이제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6월6일 새벽 2시. ‘72시간 릴레이 국민행동’을 이끌고 있는 국민대책회의가 광화문에 차량을 세우고 문화제를 진행했다. 사회자가 운동가요 <처음처럼>을 틀면서 “<처음처럼> 율동을 아시는 분, 나와주세요!”를 외쳤다. 그러자 30~40대 아줌마·아저씨, 20대 청년이 나와 정해진 율동 대신 ‘막춤’을 췄다. 사람들은 전혀 어색함을 느끼지 않고 ‘처음 듣는’ 음악과 ‘처음 보는’ 춤을 박수치며 즐겼다. 지금의 ‘막강 시위대’는 이렇게 막춤과 운동가요가 공존하는 곳이다. 대학생 장준현(27)씨는 “‘다함께’는 기본적으로 목적이 있는 단체다. 그러나 지금 촛불은 반자본주의를 지향한다기보다, 잘못된 쇠고기 협상과 국민의 말을 듣지 않는 정권에 대한 반발 운동일 뿐”이라며 “이 운동이 정권 퇴진 운동으로 번지고 체제 반대 운동으로 점화할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다함께’가 운동의 선두에 나서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김인식 운영위원은 “지금은 ‘다함께’ 같은 조직 좌파와 시민들이 서로 조율해가는 과정이고, 집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점차 우리의 진정성을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촛불은 일상어가 장악했다. 그 과정에서 봉기·투쟁·계급의식이라는 단어들이 나오면 사람들은 금세 돌아선다. 말하는 자는 ‘프락치’나 ‘좌빨’로 몰린다. 수만 가지 색깔의 촛불 속에서 ‘다함께’는 어떻게 녹아들 수 있을까. “변화에 유연하게 적응하라.” ‘다함께’의 진정성을 안다는 한 시민의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