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특집 > 특집1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8년06월12일 제714호
비타협 비타협!

‘강경파 초등학생’ 서울 ㅁ초등학교 5학년 이지환군

▣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 이지환군

“대운하로 국토가 파괴될 지경이고, 광우병으로 한우 농가와 국민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반대하지 않을 수 있겠어요?”

그의 표정은 단호하고 입술은 결의에 차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이 물러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잘라 말한 그는 서울 ㅁ초등학교 5학년 이지환군. 궂은비가 촛불의 심지를 위협하던 지난 6월3일 저녁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이군은 엄마·아빠의 우산 아래 단단히 서 있었다. 촛불을 든 지 이번이 세 번째다.

이군의 어머니 이우인씨는 “나는 방관자 입장에 있으려고 했는데 애가 ‘촛불시위 나가자’고 해 함께 나왔다”고 설명했다. 조금 별나다는 생각이 드는데, 이군의 주장은 다르다. 광우병 쇠고기 수입 문제에 대해 수업 시간에 급우들끼리 발표를 한 적이 있는데 대부분 이군과 거의 같은 생각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 반에 이명박 대통령 싫다는 애들이 많다”면서도 “촛불집회 참석은 나밖에 없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은 학원도 많이 가야 하고 시간이 나지 않기 때문일 것이라는 해설이 따라 붙었다.

이번 촛불집회는 비폭력적이고 너도나도 상황을 즐기려는 축제적 성격이 강하다. 긴장보단 조롱과 번득이는 기지가 특징이다. 초등학교 5학년에게도 이 집회가 재미있을까? “재밌어요. 거리행진도 재미있고요. (길 막고 있는) 전경들 사이를 뚫을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차벽으로 설치된 버스를 끌어내기 위한) 줄다리기를 할 때는 아, 긴장되면서도 재미있어요.”

물론 현장에서 경찰을 볼 때면 조금 겁도 난다. 다만 엄마 아빠와 함께 있어 무서움을 덜 수 있다. 위에서 시켜서 시위대를 진압해야 하는 전의경이 불쌍하긴 하지만 “너무 과하게 탄압해서 조금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0교시까지 도입해서 공부해봐야 “시험 빼고는 쓸모없을 것”이고 “나중에 다 까먹으면 어떡하냐”고 묻는 그의 단순한 진리는 어른들이 할 말을 잊게 한다. 한국 학생들에게 혹여 문제가 있다면 공부를 덜하기 때문이랴. 필요 이상으로 책상 앞에 붙잡아놓기 때문이지. ‘끄덕끄덕’ 할 수밖에….

어머니 이씨는 대학 89학번이지만 학생운동을 해본 적 없고 이렇다 할 구호를 외쳐보지도 않았다고 했다. “여대여서 모르고 살았다”는 설명이다. 이군의 아버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부는 촛불집회 초반기에 좀 나오다 중간에 쉬었는데, 5월30일 부부만 나간 집회에서 시위대가 물대포를 맞는 장면을 본 뒤로 다시 아이의 손을 잡고 함께 집회 출석부에 도장을 찍게 됐다. 집에서 신문을 안 보다 최근 <한겨레>와 <경향신문> 구독 신청을 했다. 어머니 이씨는 “학교 수업보다 여기 데리고 나와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아요. 역사의 현장에 있게 해주고 싶었죠. 이만한 애들도 알 것은 다 안다고 생각해요. 있는 그대로 다 사실을 얘기해주는 편이에요”라고 했다.

이군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사과하고, 30개월 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나 대운하 정책을 철회하면 굳이 물러날 필요가 있겠냐”고 넌지시 떠봤다. “그런 정책 때문에 국민이 고통을 겪고 있는데 이명박 대통령이 당연히 물러나야죠. 지금 원성이 너무 커져서, (이 대통령이) 내려와야 할 상황이 돼버렸어요.”

비타협 노선을 걷겠다는 ‘강경파 초등학생’이 촛불 잡은 손에 힘을 꽉 주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