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음대로 하면 되고법’을 경고하는 인권침해감시단 명숙씨
▣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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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권침해감시단 명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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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의 배후, 폭력의 주동이 누구인지, 정권은 목마르다. ‘차벽’으로 세워진 경찰버스의 커튼 속과 지붕 위 전·의경들이 분연히 떨쳐일어나 ‘캐논’과 ‘니콘’을 든 이유다. 시민들 쥐어패면서 근래 들어 악명을 떨치고 있지만, 이들에게도 천적은 있다.
바로 인권침해감시단. 인권운동사랑방 등이 소속된 인권단체연석회의에서 일하는 활동가들로 이뤄져 있다. 많을 땐 열댓 명, 적을 땐 대여섯 명이 나온다. 이들은 마구잡이 채증을 일삼고 맨몸의 시민들에게 방패날을 세워 찍고 곤봉을 휘두르며 ‘경찰 마음대로 하면 되고법’을 집행하는 전·의경에게 경고하고 이들을 ‘채증’하는 구실을 맡고 있다. 6월3일 밤 서울 세종로를 가로질러 세워진 경찰버스 앞에 선 명숙씨도 마찬가지였다. 다른 동료들과 함께 “영장 없이 채증하지 마세요” “시위대 자극하지 말고 카메라 내립시다” “여러분의 불법 채증이 시위대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등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쳐댔다.
지난 5월 말 상황처럼 사법경찰도 아니면서 미란다 원칙도 고지하지 않고 전·의경들이 시위대를 연행할 때는 달려가서 연행자를 구출하는 것도 명숙씨의 몫이다. 연행을 비롯해 경찰의 폭력행위가 일어날 때의 상세한 대처방법을 적어놓은 전단지 ‘이런 게 인권침해다’도 만들어 뿌렸다. 또 시위 현장이나 연행 뒤 조사 과정 등에서 경찰에게 구타를 당하는 등 인권을 침해당한 시민들은 시위대 앞쪽의 감시단을 찾아와 신고했다.
명숙씨는 “이번 촛불집회는 사람들 모두가 인권을 학습하고 공감하는 기회이자 못 가졌던 권리를 생각하는 기회인 것 같다”고 말했다. 거리에서 진행된 인터뷰 동안에도 전·의경들의 카메라는 쉴 새 없이 셔터를 열고 닫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