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500만 지지자’들은 누구이고 당에 무엇을 요구하는가
▣ 박창식 기자 cspcsp@hani.co.kr
민주노동당의 ‘500만 지지자’는 어떤 사람들일까? 어떤 사회적 조건을 갖고 있으며 정치사회 현안에 대한 태도는 무엇일까?
<한겨레21>은 이와 관련해 한국사회여론연구소(www.ksoi.org)에 의뢰해 이 연구소가 실시해온 지난 2년간의 격주 단위 여론조사 결과를 재분석했다. 특히 지지율 5~7%선에 그치던 지난해 4월 총선 이전(‘활동가 정당’)과, 12~15%선으로 올라 ‘대중정당’ 시대에 이른 최근 사이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함께 모여 유권자들에게 ‘희망의 정치’를 다짐하는 민주노동당 의원과 보좌관들. 총선 이후의 ‘대중정당’ 시대는 의원들에게 새로운 과제를 요구했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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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이후 40대 지지 급상승
그 결과 민주노동당 지지자는 수도권과 부산·경남 지역(울산·마산·창원 등 ‘진보 벨트’)에 핵심 기반이 존재하되, 17대 총선 이후에는 호남 등 지지도가 매우 낮았던 지역에서도 10% 이상의 지지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고른 지지도를 확보한 ‘전국 정당’ 모양이 최근 나타난 셈이다.
연령별로는 30대가 핵심 지지층이며 20대가 뒷받침하는 모양이 총선 이전의 기본 구조였다. 그러나 총선 뒤로 40대의 지지가 급상승하면서 이제는 20~40대가 고루 분포하는 모양을 갖췄다. 다만 50대 이상의 지지는 여전히 매우 취약한 편이다(그림1).
계층별로는 화이트칼라층에서 가장 안정적 지지를 나타내며 학생층이 뒷받침하는 게 4월 총선 이후의 변화이다. 블루칼라층은 조사 시점에 따라 부침이 심한 편이다. 남성층(2004년 12월, 16%)에 인기가 높고 여성층(〃 13%)은 그만 못하다.
정치·사회 문제에 관한 태도로 들어가보자. 4월 총선 이전에 민주노동당 지지지와 당 노선 사이에는 거의 아무런 괴리가 없었다.
예를 들어 노동계의 강경투쟁 원인으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64.5%가 ‘노동자에 불리한 법과 제도’를, 35.5%가 ‘노조 집행부의 강경투쟁 노선’을 꼽았다(2003년 11월17일). 같은 조사에서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36.6%는 ‘노동자에 불리한 법과 제도’를, 61.8%는 ‘노조 집행부의 강경투쟁 노선’을 꼽았다(표1).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이 ‘노조 탓’ 의견이 우세한 반면에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정부 탓’을 강하게 지적했다.
다만 그 밖의 “주관적 이념성향, 대미 의식, 정치 현안과 관련해선 열린우리당 지지층과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이 연구소의 한귀영 연구실장은 분석했다. 이를테면 열린우리당 지지자의 16.1%는 ‘보수에 가까운 편’, 81.7%가 ‘진보에 가까운 편’이라고 응답했다. 같은 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보수에 가까운 편’ 14.3%, ‘진보에 가까운 편’ 85.7%로 나타났다(표2).
그러나 총선 이후 지지층의 외연이 확대되면서 질적인 변화도 일부 나타나기 시작한다.
‘공무원노조 파업 참가자 처리’와 관련해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56.1%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43.9%가 ‘처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2003년 11월25일 조사). 같은 물음에 열린우리당 지지자들은 52.4%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응답했으며, 46.2%가 ‘처벌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답했다(표3). 공무원노조 파업을 부정적으로 보는 데,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지지자 사이에 별 차이가 없었던 셈이다.
56.1%가 “공무원 파원 엄격히 처벌”
이런 결과는 민주노동당 지지자와 당 노선 사이의 괴리가 나타난 거의 첫 사례로 주목할 만했다. 당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공무원노조 파업을 지지·지원하는 데 ‘올인’했는데, 이런 행보가 일반 국민여론은 물론 지지자들의 ‘눈높이’와도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그런 까닭인지 당시 이 연구소의 조사에서는 민주노동당의 정당 지지율이 일시적으로 하락하는 흐름이 관찰됐다.
그렇다고 민주노동당의 최근 지지자들은 과거와 달리 보수적이라고 해석할 일은 아닌 것 같다.

△ 지난해 공무원들의 파업 당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이를 지지 · 지원하는 데 ‘올인’했지만, 지지자들의 ‘눈높이’와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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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과 분배에 대한 인식’을 물은 조사에서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분배가 우선’ 58.9%, ‘성장이 우선’ 39.1%로 나타났다(2004년 6월12일 조사). 반면에 열린우리당 지지자들 사이에선 ‘분배가 우선’ 40.6%, ‘성장이 우선’ 56.4%였다(표4). 또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해서도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은 다른 정당 지지자보다 ‘비정규직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표5).
이런 결과는 민주노동당 지지자들이 진보적 노선은 견지하되, 노선을 관철하는 방법론 등이 좀더 합리적이며 세련화하길 기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공무원노조 파업의 경우 ‘노동3권 보장’이라는 원론적 명분은 있다 하더라도, 파업의 시기나 방법 같은 각론을 놓고 노동계 내부에서도 논란이 많았다.
총선 이후의 확대된 지지자들도 △국가보안법(표6) △과거사 진상규명(표7) △북한에 대한 생각 △동성애자 커플 허용(표8) 등의 일반 현안에 관해서는 열린우리당 지지자들과 태도 차이가 별로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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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정치’변변치 않네 인기 끌었던 ‘판갈이.넷’은 총선 뒤 폐지되고 홈페이지도 썰렁… 당내 논의구조의 비효율성이 한몫
현대 정치는 ‘미디어 정치’라고 한다. 조직원들을 직접 동원하고 참여시키는 비중보다 미디어를 통해 지지를 확산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민주노동당은 미디어 정치 측면에서 불리함을 안고 있다. 보수언론이 자신들의 소식을 정확하고 충분하게 취급해주지 않는다는 불만이 내부에 많다. 원내 3당임에도 텔레비전 토론에 초청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스스로도 ‘미디어 정치’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는 점은 뜻밖이다.
민주노동당은 지난해 총선 당시 당 홈페이지와 연계해 인터넷 매체로 ‘판갈이.넷’을 운영했다. 이 매체는 “숯덩이가 된 불판을 갈아야 한다”는 등의 신조어와 당의 활동상을 연일 업데이트하면서 바람을 일으켰다.
그러나 총선 뒤 ‘판갈이.넷’은 폐지됐으며 이를 대체할 인터넷 매체는 몇달째 나오지 않고 있다. 지금의 당 홈페이지는 최고위원회의 결과, 성명·논평을 게시하는 등의 기본적 기능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당당이네’라는 제목으로 모범당원 탐방 코너 따위가 있긴 한데, 업데이트 없이 같은 꼭지가 1주일씩 걸리는 일이 보통이다.
그러다 보니 민주노동당이 올해 초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자들이 당 소식을 듣는 경로로 홈페이지를 꼽은 경우가 1.8%에 그쳤다. 대신에 신문·방송 뉴스(72.4%), 인터넷 매체(14.7%), 주변 지인들(4.5%)이 주종을 이뤘다.
인터넷 매체의 현대화 필요성은 당내 모든 사람이 공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몇달째 지지부진한 데는 당내 논의 구조의 비효율성도 한몫하는 것 같다. 인터넷 매체 편집위원회를 어느 부서 주관으로 하느냐를 둘러싸고 내부 논쟁이 길게 이어지는 탓이다. 홍승하 대변인은 “인터넷 매체 문제는 정말 시급하다”며 “늦어도 올봄부터는 새 매체를 선보일 수 있지 않을까”라고 전망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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