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김대중 총재 대권은 아직도 멀다

(사진/78%의 압도적 지지에 답하는 김대중 총재. 야권대연합 창출로 4번째 도전에서의 승리를 자신했다. )

예상대로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1차 관문을 무난히 통과했다.

김 총재는 5월19일 열린 국민회의 전당대회에서 예상대로 78%라는 대의원 들의 압도적인 지지로 제1야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또 이번 압승으로 눈엣 가시 같은 당내의 제3후보론 등을 당분간 잠재게 됐다.


“새로운 광개토대왕 창출하자” 기염

그대신 자민련과의 야권공조를 주축으로 한 DJ(김대중)의 집권전략이 일 단 당내의 공식노선으로 자리잡게된 셈이다. 당권도 압승으로 장악, 김 후보는 이 노선을 추구하는데 총동원체제를 확고히 다졌다. 김 총재는 대 선후보에 선출된 뒤 수락연설을 통해 “이 나라 50년 역사에 처음으로 이 룰 여야 정권교체라는 금자탑을 세우겠다”고 강조한 뒤 “새로운 광개토 대왕을 창출하자”고 기세를 올렸다. ‘`광개토대왕론’을 기치로 내세우 며 DJ는 앞으로 JP(김종필)와의 야권단일후보협상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 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김 총재가 오랫동안 염원해온 집권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앞으 로 넘어야할 장애물이 첩첩산중이다. 그동안 국민회의 안에서 김 총재가 차지해온 비중에 비춰보면 전당대회는 ‘집안잔치’에 불과했다. 특히 김 총재의 경우에는 다른 어떤 예비주자들보다 예선보다 결선에서의 경쟁력 여부가 논란이 돼왔기에 그의 압승이 그렇게 흔쾌한 것만은 아니다. 경선 에서 맞붙었던 정대철 부총재는 “우리는` ‘훌륭한 후보’가 아니라 `‘ 이기는 후보’를 선택하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며 DJ의 ‘대선 경쟁력’ 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 총재가 예선에서 승리했다고 해서 대선게임의 본선에 자동으로 올라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여전히 당내에서는 김 총재에 대한 회의론도 만 만찮다. 김 총재가 본선진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당내에서 부단히 제기될 제3후보론을 잠재워야 한다. DJ의 경쟁력에 대해 회의를 갖는 비주류쪽에서 제기하는`‘DJ필패론’을 ‘DJ필승론’으로 바꿔놓아 야 하는 일이 급선무인 것이다.

물론 국민회의 주류쪽은 대선에서 DJ의 승리를 낙관한다. 이번에는 과거 처럼 4자필승론 등 후보의 난립이란 요행수를 통한 ‘소극적 선거전략’ 에서 벗어나 어느 후보가 나오더라도 승리할 수 있는 ‘필승전략’을 마 련해 두고 있다는 것이다. 김 총재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이종찬 부총재 는 “오는 12월 대선에서 여당에서 누가 나오더라도 이길 수 있는 필승의 카드가 준비돼 있다”며 “해방이후 처음으로 여당에서 야당으로의 수평 적 정권교체가 이뤄질 것”이라고 자신감에 보였다.


권력분산적 야권대연합 창출로 대선승리 자신

국민회의 주류가 구상하고 있는 ‘`DJ집권전략’의 핵심은 물론 DJP(김대 중-김종필)연합을 중심으로 한 권력분산적 연합정권의 창출이다. DJP연합 에 참여하는 모든 세력에게 철저히 권력을 분산시킴으로써 DJ집권으로 인 한 일부의 불안감과 거부감을 없애겠다는 복안도 마련했다. 국민회의 단 독정권이 아니라 범야권의 연합정권임을 분명히 한다는 것이다. DJP연합 은 연합정권의 출발점이지 종착역이 아니라고 말한다. 자민련 박준규 고 문과 박철언 부총재, 박태준 전 포철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TK(대구·경북 )세력도 접목시킨다는 생각이다. DJP연합이 내각제를 기치로 내걸 경우 여당의 실력자 중 일부도 가세할 것으로 보고있다.

범야권의 복원을 위해서 주류가 추진하고 있는 회심의 카드 중 하나는 조 순 서울시장의 야권복귀작전이다. DJP연합을 성사시킨 뒤 조순 서울시장 을 국민회의에 입당시켜 범야권연대의 바람을 일으킨다는 복안이다. 조 시장이 내년 6월 서울시장 선거에 야당후보로 다시 나서기 위해서는 결국 야권으로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 시장은 19일 국민회 의 전당대회에 참석해 대선 불출마 뜻과 함께 ‘정권교체를 위한 역할’ 을 밝혀 제3후보론에 찬물을 끼얹는 구실도 했다.

연합정권의 성격을 분명히 하기 위해 국민회의는 예비내각(Shadow Cabine t) 발표와 오스트리아식 정책연합도 구상하고 있다. 야권후보가 DJ로 단 일화되는 것을 전제로 총리에 JP 또는 박태준씨, 통일부총리와 재정경제 원 장관 등 내각명단을 대선운동기간중에 미리 발표한다는 것이다. 국민 회의는 주로 외교와 국방, 통일부처 장관직을 맡고 다른 대부분 부처의 장관직은 자민련쪽에 대폭 양보한다는 방침이다. 내각제로 개헌하기 전이 더라도 DJ는 외교와 국방, 통일 등 ‘외치’만 관장하고, JP와 TK 등에게 ‘내치’를 맡기는 역할분담론을 실현한다는 구상이다.

두당의 정책 차이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정책을 분야별로 나열한 뒤 공 통분모는 공약으로 내세우고, 차이가 나는 분야는 한당의 정책을 채택하 는 대신 다른 당의 정책은 보류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천명하는 방식으 로 해결한다는 밑그림도 그려놓고 있다. 오스트리아 정당들이 연합정권을 만들 때 주로 채택하는 방식이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에 대해 부정 적인 여론을 설득하고 두당의 노선차이로 인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한 방 안이다.


DJP연합 현실화 되면 여론도 바뀐다

주류쪽은 최근 여론조사 결과에서 DJP단일후보가 여당의 주요 대선후보에 밀리는 부정적인 결과에 대해서는 별로 개의치 않고 있다. 아직 DJP연합 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여론조사이기 때문에 정확한 지지도를 보 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국민회의 박지원 기획조정실장은 “DJP 연합이 현실화될 경우 그 폭발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라며 “이미 지 난 인천과 수원 보궐선거와 구청장 선거 등 4개 선거에서 잇따른 압승으 로 DJP효과는 입증됐다”고 말했다.

주류쪽의 이런 장밋빛 그림과는 달리 DJ가 앞으로 통과해야 할 또다른 관 문은`‘집안 일’처럼 결코 쉽지않다. JP와의 단일화협상 자체도 그렇지 만 야권단일후보에 대한 지지도가 여당후보에 훨씬 못 미치는 경우 대선 국면에서 제3후보론이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DJ가 넘 어야할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