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한겨레21

열화우라늄탄 폭파 방사능 피폭 위험

(사진/훈련중인 주한미군. 보유하고 있는 열화우라늄탄을 실수로 파괴해 시민단체들로부터 실태조사와 진상규명요구를 받고 있다. )

걸프전 이후 방사능오염 후유증 문제로 논란을 빚어온 열화우라늄탄에 대 한 안전성 논쟁이 한국에서도 폭발했다. 주한미군이 지난 2월 경기도 연 천군의 폐폭발물 처리장에서 행정착오로 120mm 열화우라늄탄 1발을 파괴 처리한 사실이 3개월이나 지난 5월16일 밝혀졌기 때문이다.

시민·환경단체는 분노하고 있다. 녹색연합은 “대량학살 무기이며 방사 능으로 사람을 오염시키는 우라늄탄을 즉각 한반도에서 철수하라”고 요 구했다. 의정부 시민광장 등 지역 시민단체들도 실태조사와 진상규명에 들어갔다. 더욱이 미군 당국이 의도적으로 이를 숨겨왔다는 의혹까지 제 기되면서 분노는 더욱 커지고 있다.


사고후인 3월에도 안전 장담

지난 3월3일 열화우라늄탄 보유실태와 안정성을 묻는 <한겨레21>의 질문 에 대해 주한미군 짐 콜스 대변인은 “보유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한번도 사용한 적이 없다”고 답변했었다. 더욱이 ‘오발사격 등 실수로 사용된 적이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우라늄탄의 제작, 운송, 저장은 미원자력 위원회에서 인정한 면허를 소유한 사람들에 의해서만 운영되고 있다”며 안전을 자신했었다.

하지만 <한겨레21>을 통해 보유 사실이 확인되자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운송도중 사고나 오발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한- 미간 공동 실태조사를 요구했다. 물론 지금까지 미군은 “안전하다”는 말만 되뇌었다.

하지만 뒤늦게 확인되긴 했지만 주한미군의 답변이 있기도 전인 지난 2월 이미 우라늄탄이 폭파됐다는 사실은 미군의 거짓과 함께 그 위험성을 적 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 사고에도 불구하고 미군의 태도는 요지부동이다. 비록 실수로 폭파 처리됐지만 안전하다는 것이다. “우라늄탄은 화강암에서 방출되는 정도 로 낮은 양의 방사능 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에 폭발했다고 해도 방사 능 피해는 거의 없다.” 미군쪽의 주장이다.

하지만 환경단체와 원자력 전문가들은 “이런 주장은 더 큰 거짓말”이라 며 반발하고 있다. 녹색연합 석광훈 간사는 “이미 UN은 우라늄탄을 인간 을 파괴하는 무기로 규정하고 생화학탄 핵폭탄과 함께 사용과 생산을 중 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원자력 전문가들은 우라늄탄의 치명성을 거듭 제기해왔다.

우선 뉴욕주 놀스원자력연구소(Knolls Atomatic Power Laboratory)에서 근무했던 레오나드 디츠는 91년 인간의 폐에 들어간 우라늄탄 산화물 조 각의 방사선 피폭량을 측정한 결과 2.5마이크로미터 반경의 미세한 조각 에서 나오는 방사선량이 연간 1백70렘(rem)에 이른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국제방사선방호학회가 핵발전소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허용하고 있는 연간 피폭권고량 2렘의 85배에 이르는 양이다. 일반인 허용치보다는 3백4 0배나 많은 양이다.

더욱이 우라늄탄이 폭발할 때 발생하는 이런 방사성 물질은 수킬로미터까 지 퍼질뿐 아니라 빗물에 녹아 지하수와 표층수를 오염시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러한 물질이 호흡이나 섭취를 통해 몸안 에 들어가면 납처럼 축적돼고 신장에 모여 종양을 발생시키기도 한다고 의학계는 보고 있다.


미국내 열화우라늄탄 제조업체 폐쇄

실제 80년대 초반 뉴욕의 열화우라늄탄 제조업체인 NLIC(National Lead I ndustries of Colonie)사는 26마일 떨어진 지점에서 이런 부유물질이 발 견된 뒤 주정부에 의해 강제로 폐쇄됐다. 또 92년 7월 독일 알버트 쉐이 쩌 연구소(Albert Scheitzer Institute)의 의학담당자인 건터(Gunther)는 이라크에서 이미 사용한 우라늄탄을 가지고 베를린에 도착하자마자 불법 으로 방사능을 누출시킨 혐의로 체포됐다. 이 탄은 현재 독일의 한 연구 소에 의해 납상자에 봉해졌다.

걸프전 뒤 이라크 지역에서 이상한 질병들이 빈번히 발생됐다는 보고도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라크의 환경단체 ‘환경보존을 위한 이라크 사회 ’는 남부 지역의 우라늄탄 오염지역에 대한 실태조사를 통해 아동 암, 기형아 발생, 불임증가 등을 기록한 의학서를 발간했다. 바그다드대학의 알 타하(Al-Taha) 박사는 95년 5월 “전쟁 뒤 병원을 찾는 환자가 줄었는 데도 기형과 유전병 환자는 늘고 있고 팔다리 결손인 해표지증이 자주 발 견됐다”고 밝혔다. 또 알 퀘디사(Al-Qadisyah)지역에서는 전쟁 뒤인 89~ 93년 사이에 백혈병 환자가 183%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사성 무기’로 분류하기를 거부해온 미군이 이미 그 유해성을 알고 있었다는 흔적들도 발견된다. 지난 87년과 90년 미 육군은 우라늄탄과 그 것에 오염된 수송수단을 다루는 지침을 정하면서 “우라늄탄으로 불타는 탱크에 다가설 경우 자체 호흡기와 방호복, 글러브를 착용하고 연기가 날 아올 때는 반드시 바람이 부는 쪽에서 접근하라”는 내용을 포함했다. 미 국방부는 또 지난 91년 5월 열화우라늄탄의 사용이 “기본적으로 수로를 통해 사람의 건강에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수 있는 잠재적 가능성을 낳는 다”고 인정했다. 그리고 걸프전에 참전한 군인들이 원인을 알 수 없는 질환으로 면역체계에 문제가 생긴 것을 발견하고 ‘걸프전 신드롬’의 존 재를 인정했다.


걸프전 참전 미군 이상 질환에 시달려

이런 사실들을 종합할 때 주한미군의 무해론은 진실이기보다는 거짓에 가 깝다. 행정착오로 단 한개의 열화우라늄탄이 폭파됐다고 말하지만 언제 또 그런 일이 일어날지도 알 수 없다. 더욱이 우리는 현재 주한미군이 얼 마나 많은 양의 우라늄탄을 어디에 보유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 “ 합중국은 시설과 구역 안에서 구역의 설정, 운영, 경호 및 관리에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한-미 행정협정 제3조1항에 따라 미군 시 설이나 기지 안으로 반입되는 무기에 대한 우리 정부의 통제나 조사는 원 천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행정착오로 폭파처리됐다는 단 한발의 우라늄탄. 그것은 더이상 논란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현실이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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