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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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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중국으로부터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티베트의 정신적 지주 달라이 라마,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 정책에 저항하는 최대 세력인 대만과 티베트가 연합전선을 펴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덩샤오핑(鄧小平·등소평) 추도대회가 열렸던 지난 2월25일 중국 안팎에 서는 중국의 불안한 민족문제를 드러내는 사건이 동시에 터졌다. 베이징 에서 신장위구르 분리독립주의자들이 일으킨 것으로 보이는 테러가 발생 하는 한편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이 확정됐다. 특히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은 ‘하나의 중국’정책에 저항하는 최대 세력인 대만과 티베트가 연합전선을 펴겠다는 의미여서 덩 사후 체제안정 을 최우선으로 내세우는 베이징 당국에는 큰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홍콩반환 임박 대만 고립감 깊어져
이미 중국 당국은 대만 독립 문제에 의심스런 자세를 보이는 리덩후이(李 登輝·이등휘) 대만 총통을 견제하기 위해 국제적 비난을 감수하면서까지 지난 2년 동안 대만해협에서 군사적 위협마저 불사해 왔다.
오는 3월22일부터 6일 동안 이뤄질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은 형식상 대 만 불교단체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그러나 내막을 보면 대만 당국이 이 방문에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실 이런 민감한 문제가 불교단 체의 독자적인 힘으로 이뤄질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 리덩후이 대 만 총통은 특히 달라이 라마 방문 때 그를 위해 연회를 베풀고 회견할 것이라고 대만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중국 당국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조국을 분열시키는 데 목적을 둔 여하한 행동에 굳게 반대한다 ”며 “대만 당국은 신중하고 현명한 태도로 조국의 일체성과 단결을 해 치는 행동을 삼가야 할 것”이라고 즉각 비난했다. 덩 사후 서로를 떠볼 중국과 대만간의 힘겨루기가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양안(兩岸)간 긴장의 파고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공식적으로는 중국과 같이 `티베트가 ‘영토의 일부’라는 입장을 견지하 는 대만이 티베트 분리독립 지도자인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것은 결국 대 만을 압박하는 중국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대항해 티베트 문제를 정 치적 카드로 구사하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달라이 라마의 대만방문 은 일찍부터 거론되어 왔으나 워낙 민감한 문제라 대만 당국이 양안관계 를 고려해 신중을 기할 것으로 전망돼 왔다. 그럼에도 대만 당국이 하필 이면 덩 사망 직후라는 매우 민감한 시기에 달라이 라마의 방문을 결행하 는 것은 그만큼 나름대로의 절박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으로도 해석된다 .
지난해 중반부터 중국과 대만은 치열한 외교전을 벌여왔다. 중국은 미국 과의 불편한 관계를 어느 정도 치유하고 주요 국가 중 대만의 유일한 수 교국이었던 남아공과 외교관계를 맺는 한편 대만과 수교를 맺었던 아프리 카 국가들에 대해서도 원조를 미끼로 잇단 외교공세를 성공시켰다. 대만 역시 고위관료들이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중남미 국가들을 잠행하며 외교 수복에 나서는 등 만만치 않는 대응외교를 펼쳤으나 역부족이었다. 특히 오는 7월 홍콩의 중국반환은 대만에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홍 콩 반환이 성공적으로 진행된다면 중국이 내세우는 ‘하나의 중국’ 및 ‘1국2체제’ 정책이 국제사회의 검증과 공인을 얻는 셈이어서 대만의 초 조감과 고립감은 깊어가는 상황이었다.
덩 사후 과도기 과도한 반응 자제
이미 지난 총통선거에서부터 대륙의 영주주권을 방기하는 경향을 보여온 리덩후이 총통 체제가 이런 상황에서 `양안관계의 조기개선보다는 대만의 자립을 우선하는 ‘정치목표’를 추구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으로 파 악된다. 이를 극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이다. 중 국 당국이 대만에 대한 위협을 계속 가할 경우 티베트 독립 지원도 불사 하겠다는 의사표시인 것이다.
이제 공은 중국으로 넘어왔다. 달라이 라마 문제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보여온 중국의 전례대로라면 지난해 대만해협에서의 미사일 발사 수준 이 상의 대응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중국의 대응카드는 별로 없을 것 으로 보인다. 일단 현 시점이 덩 사후의 과도기이다. 아직 장쩌민 체제의 안정화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군사적 대응 등 과도한 반응은 내부적 으로 보수강경파들의 입지를 넓혀주는 효과를 낳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번째로는 미국 등과의 외교관계이다. 어렵게 회복한 대미 관계가 다시 틀어질 우려가 있고, 미 의회 내에서 대만과의 수교회복을 주장하는 세력 의 입지를 키워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는 홍콩반환 문제이다. 대만에 강경대응할 경우 반환에 불안감을 느끼는 홍콩 주민들의 불신감을 키워 순조로운 반환에 차질을 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 자체를 그냥 묵과하고 넘어가지는 않겠 지만 일단 표면적으로는 `‘햇빛정책’을 기조로 하는 인상을 보이고 있 다. 즉 대만에 대한 경제공세이다. 현재 대만 당국은 대만 기업들의 본토 투자가 오히려 중국에 대한 경제종속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투자를 자 제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 당국은 달라이 라마의 대만 방문이 현실화된 이후 예상 밖으로 양안 교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중국 중앙은 행인 인민은행과 국무원은 지난 3월12일 대만 바오첸화그룹이 참여하는 최초의 양안간 합작은행을 본토에 설립키로 허가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중국 기업의 대표단을 연이어 대만에 파견하는 등 대만으로부터의 투자유치에 적극 나섰다. 현재 해외투자 최적지로 각광받고 있는 중국의 투자환경을 대만 경제인들에게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만 경제의 발목을 잡겠다는 의도이다. 중국 당국은 지난 95년 리덩후이 대만 총통의 미국 방문으로 중단된 양안간 정치협상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시사도 보냈다.
중국 천하통일 지속여부에 대한 시험
동양인들이 가장 즐겨 읽는 <삼국지>는 사마씨의 진 왕조가 삼국을 통일 하는 것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리며 ‘흩어진 천하는 뭉치고, 뭉친 천하는 다시 흩어진다’는 결론을 내린다. 중국공산당과 마오쩌둥(毛澤東·모택 동)이 중국 천하를 통일하고 집권 2대를 거친지 50년. 이제 중국은 공산 당과 마오쩌둥의 천하통일이 일시적인 것이었는지 아니면 앞으로 계속 지 속될 안정적인 통일인지 시험할 시기를 맞고 있다. 중국 왕조들은 2대 50 년을 잘 버텨내느냐에 따라 왕조의 지속 여부를 검증받았다는 역사적 경 험을 지니고 있다. ` ‘중국해체론’이냐 ‘`21세기의 초강대국’이냐의 문제는 일차적으로 중국이 티베트 문제 등 소수 민족문제에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정의길 기자/ 한겨레 국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