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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원리포트 |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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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일본 제1회 인권상을 거부한 이유를 담은 외국인노동자 인권단체 갈라바우회의 회지(왼쪽)와 가나가와인권센터의 회보. 언론자유 침해를 주장하는 `요미우리신문'에 대한 항의가 담겨 있다.)
“정신대 발언으로 물의를 빚은 심사위원이 주는 인권상을 거부하고 이를 비판한 행위는 언론자유에 위배되는가?”
현재 일본 가나가와현에서는 ‘민족차별’과 ‘언론자유’라는 상반된 개 념의 충돌로 몇달째 논란을 빚고 있다. 최근 일본 남부 ‘가나가와인권센 터’에서 내는 `인권센터뉴스'는 ‘`요미우리신문'에 대한 항의’라는 기 사에서, “지난 1월31일자 `요미우리신문'의 사설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 명 아래 사람을 차별하는 것을 간과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신대 망언 위원이 주는 상 못받는다
논쟁의 발단은 지난 96년 12월19일로 거슬러올라간다. 이날 외국인노동자 지위 향상에 심혈을 기울여온 인권단체 ‘갈라바우(타갈로그말로 물소란 뜻)회’는 요코하마시 변호사회가 주는 제1회 인권상 수상을 거부했다. 이 상은 요코하마 변호사회가 ‘인권침해 구제활동’을 해온 개인이나 단 체를 표창하기 위해 만든 상이다. 그런데 외국인노동자 인권옹호를 위해 지난 10년간 힘을 쏟아온 갈라바우회가 수상식 전날밤 전격적으로 수상 거부 결정을 내린 것이다.
수상 거부 이유는 변호사회 인권상 선별위원 중 한 사람인 사쿠라이 요시 코(여)의 ‘정신대 발언’이었다. 사쿠라이는 지난 96년 10월3일 요코하 마시 교육위원회 주최의 한 강연에서 “정신대 강제연행은 없었다. 일본 인은 조선인을 일본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 했다”고 발언했다. 갈라바우 회는 이 발언이 과거 식민지 침략을 미화하고 민족차별과 여성차별을 선 동했다고 판단했다. 사쿠라이는 일본 텔레비전의 뉴스캐스터로 활약했던 언론인으로,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실태 보도로 일본 최고의 논픽션 상인 ‘오야 쇼이치상’까지 받은 유명인이라는 점에서 그의 발언이 던진 충격은 더욱 컸다.
이에 갈라바우회는 차별적 발언을 공공연하게 하는 사람이 포함된 선별위 원 문제는 결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일이라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갈 라바우회는 수상 조건으로 요코하마 변호사회의 입장표명 등 몇 가지 조 건을 들었다. 그러나 시간적인 문제 등으로 변호사회와의 합의점을 찾는 데 실패해 수상 거부에 이른 것이다.
수상 거부 뒤 올 1월 초 요코하마시가 속한 가나가와현의 인권센터는 사 쿠라이가 강연하기로 돼 있던 한 지역 상공회의소에 그의 차별적 발언을 알려 강연이 취소되도록 만들었다. `요미우리신문'이 언론자유 침해라고 공격한 것은 바로 이 부분이다.
그러나 인권센터와 갈라바우회는 “차별이란 사람을 죽이기까지 한다. 이 는 언론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고 `요미우리신문'의 비판을 일축한다.
차별이 문제냐 강연저지가 문제냐
특히 ‘저널리스트’인 사쿠라이가 구체적인 자료조차 검토하지 않은 채 “내가 알고 있는 바에 의하면”이란 교묘한 말장난으로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은 없었다”고 주장한 것은 언론인의 상식에 어긋나는 것 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언론의 자유는 ‘차별발언’의 자유가 아니다”라는 일본 인권단체와, “인권단체가 언론인의 강연을 막은 것은 명백한 언론자유 침해”라는 일 본 언론의 싸움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 주목된다.
요코하마=구영구 통신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