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국민회의 당내 갈등 부상

(사진/국민회의 비주류 3인방의 국민경선제 도입 기자회견. 김 총재에 대한 공개적 비판도 서슴치 않는다.)

국민회의에 난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주류와 비주류가 오는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 기 때문이다. 그동안 날치기 사태와 한보부도 사태 등에 묻혀 잠복해 있 던 당내 갈등과 대립이 서서히 표면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비주류 3인방 지구당 개편대회서 포화

국민회의 내에서 펼쳐지는 주류와 비주류의 갈등은 신한국당 내 대선후보 들의 경쟁과는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한국당이 대선후보 쟁취 를 놓고 벌이는 단순한 경쟁이라면, 국민회의는 대선후보뿐 아니라 후보 선출 방법과 권력구조 문제 등이 뒤얽힌 복잡한 게임양상을 보여주고 있 는 것이다.

국민회의 내 주류와 비주류의 싸움은 △대선후보 선출방법 △대선후보 적 임자 △자민련과의 내각제 공조문제 등 크게 3분야에서 첨예하게 대립양 상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싸움이 전개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바로 이런 복잡한 게임구조 때문이다.

지난 3월14일 경기도 수원시민회관에서 열린 수원 장안, 권선, 팔당 3개 지구당 합동 정기대의원대회는 주류와 비주류의 한판대결이 시작됐음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비주류의 김상현 의장과 정대철 부총재가 김대중 총재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이날 맨 먼저 연단에 나서 “국민들은 나라를 어디로 끌고 가겠다는 철학과 비전, 능력, 전략을 갖추고 반대파 의견에 귀 기울이며 국민여론에도 귀 기울이는 지도자를 원한다”며 은연중 자신이 차기 정권 의 지도자로 적격임을 강조했다. 김 총재는 연설을 마치자마자 안양 만안 지구당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자리를 떴다.

김 총재가 떠난 뒤 바로 김 의장과 정 부총재의 공격이 이어졌다.

김 의장은 “김 총재가 당내 비판의 목소리를 존중한다고 하나 우리 당을 보고 민주정당이라고 믿는 국민들이 없다는 것이 불행”이라며 김 총재의 발언을 정면에서 반박했다. 김 의장은 또 “김영삼 대통령은 측근과 가신 들의 귓속말만을 듣고 국민들의 소리를 안 듣는 가신정치를 하다 총체적 위기를 초래했다”며 상도동을 빗대 동교동의 가신정치에 포문을 여는 등 시종일관 김 총재에 대한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김 의장은 이어 “ 지난해 4월 총선 때 내각제를 저지하기 위해 3분의 1 이상의 의석을 달라 고 했으나 실패했다”며 “당 지도부는 반성하고 각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해 내각제 개헌 반대와 총선실패에 대한 김 총재의 책임론을 거론하기 까지 했다.

김 의장에 이어 등단한 정대철 부총재도 “우리당은 지난해 4월 총선 때 내각제 개헌 반대를 위해 지지를 호소했다”며 “국민경선제를 통한 대통 령 후보를 뽑아야 한다”며 내각제 반대와 국민경선제 도입을 촉구했다. 비주류 두 사람이 손을 잡고 김 총재에 대한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음을 보여주는 행사였다.


비주류 내각제 공조에도 반대 입장

현재 김대중 총재의 주류에 대항하는 당내 비주류 연합군의 3인방은 김상 현 지도위 의장과 정대철, 김근태 부총재이다. 비주류 3인방은 서로간에 정치적 입장과 당내문제 등에 대해 다소 시각차이를 보이고 있으나 일단 ‘반주류’의 깃발 아래 뭉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비주류 3인방을 하 나로 묶는 연결고리는 바로 미국식 예비경선제인 국민경선제 도입이다. 김 의장과 정·김 부총재 등 세 사람은 이에 앞서 지난 3월11일 서울 여 의도 맨하탄호텔에서 공동기자회견을 갖고 범야권 단일후보 선출을 위한 방식으로 ‘국민경선제’ 도입을 공식으로 제안했다. 국민경선제 도입의 제안을 통해 주류에 공동대응하겠다는 선전포고인 셈이다.

이들이 주장하는 국민경선제는 △대통령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에게는 누 구든지 후보경선 참여권을 부여하고 △대통령 선거권이 있는 국민에게 누 구든지 일정한 참가비만 내면 후보 선거권을 부여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 로 하고 있다. 미국식 예비선거제를 변용한 국민경선제를 통해 국민회의 뿐 아니라 자민련, 민주당, 국민통합추진회의 등 모든 야권정파와 무소속 , 재야·시민단체에 문호를 개방하는 범야권 결집의 틀을 만들겠다는 구 상이다.

비주류의 국민경선제 제안 기자회견은 즉각 주류쪽의 강한 반발을 몰고 왔다. 주류쪽은 절차와 내용을 모두 문제삼으며 비주류를 집중 성토하고 나섰다.

안동선, 남궁진 의원 등 주류쪽 인사들은 “당내 토론을 거치지 않고 언 론에 먼저 제기한 것은 잘못”이라며 절차상 문제를 지적했다. 한광옥 사 무총장과 박지원 기획조정실장은 “국민경선제는 우리나라 정치현실상 가 능성이 없다”며 국민경선제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학자인 길승흠 의원도 “미국의 경우도 예비선거제는 50~60년의 정착기를 거치고 도 아직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주가 당원만의 경선제를 채택하고 있 다”며 “일본도 70년대 초 한때 실험했으나 실패했고, 우리나라는 지역 문제와 비용, 안기부 공작에 의한 결과의 왜곡 가능성 등 부작용이 훨씬 크다”고 반박했다.

자민련과의 내각제 공조문제와 대선후보를 놓고도 주류와 비주류는 본격 적인 논란을 벌이고 있다.

주류는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자민련과의 내각제 공조가 불가 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비주류는 자민련과의 내각제 공 조는 국민적 설득력과 명분도 약하다고 반대하고 있다.

주류는 비주류의 주장에 대해 지나친 이상론이라고 비판하는 반면, 비주 류는 주류의 생각에 대해 단독집권이 어렵다는 패배주의적 발상이자 특정 개인의 권력욕에 기인한 야합이라고 반격하고 있다.

자민련과의 공조에 대해서는 비주류 가운데도 세 사람이 약간 견해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상현 의장과 정대철 부총재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와의 공 조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나 김근태 부총재는 ‘민주세력이 주도하는 것 ’을 전제로 자민련과의 공조에 대해 조건부 찬성을 하고 있다.


반 DJ 비주류 대선후보에는 이견

당내 대선후보와 관련한 주류와 비주류의 입장차이도 크다.

주류가 사실상 김대중 총재 이외에 다른 대안이 없다는 입장인 데 반해 비주류는 ‘김대중 불가론’을 펴고 있다. 주류는 오는 5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의 표가 모든 것을 말해줄 것이라며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자신 만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주류의 경우에는 당내 대선 후보와 관련해서도 다소 다른 생각들을 갖 고 있다. 김상현 지도위 의장은 김대중 총재 대신 자신이 나가야 승산이 있다는 ‘당내 대안론’을 제시하고 있다. 자신을 대안으로 생각하는 것 이다.

그러나 정대철 부총재는 ‘김대중·김종필’이 아닌 조순 서울시장 등을 내세워야 한다는 ‘제3의 후보론’을 주창하고 있다. 김근태 부총재는 특 정인을 배제하는 것은 민주적 논리가 아니라며 당원과 국민의 지지를 가 장 많이 받는 사람이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주류와 비주류는 이미 대의원을 상대로 한 세확장에도 착수하는 등 오는 5월 전당대회에서 한판 승부를 단단히 벼르고 있다.

국민경선제를 명분으로 김 총재에게 도전하고 있는 김상현 지도위 의장과 정대철 김근태 부총재 등 비주류는 서울 서소문에 공동사무실을 마련해 놓고 있다. 비주류는 사무처장에 박정훈 의원, 총괄 박우섭, 조직 이준형 이호웅, 대외협력 최민화, 대변인 문학진 원외 지구당 위원장 등으로 조 직을 갖추고 이달 말이나 내달 초 개소식을 가질 예정이다. 이 공동사무 실은 5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본격적인 대의원 포섭을 벌이는 베이스캠프 다.

김 의장과 정 김 부총재는 지난 3월14일 수원과 안양을 시작으로 지구당 정기대의원대회에 잇따라 참석한 데 이어 대의원들에게 국민경선제의 필 요성을 직접 홍보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지구당개편대회가 끝나는 대로 비주류 3인방이 전국 순회에 나서는 등 주류쪽의 움직임에 적극 대 응한다는 생각이다.

주류쪽 역시 비주류의 활발한 움직임에 맞서 조만간 당사 바깥에 5월 전 당대회 준비를 전담하는 별도의 사무실을 마련할 예정이다. 명목상으로는 ‘국민회의 전당대회 준비’가 목적이지만 사실상 이종찬 부총재를 중심 으로 한 주류쪽의 ‘대의원 관리’라는 중요한 계산이 깔려 있는 것이다. 김대중 총재는 ‘당무책임제’를 내세워 이미 이 부총재에게 총재비서실 을 관장토록 하고 사조직에 들어 있는 범동교동계 대의원을 관리토록 하 는 등 비주류에 대한 준비에 들어갔다.


동교동계 대의원 관리 체제 돌입

한보사건으로 수감된 권노갑 의원 대신 동교동계를 포함한 주류의 조직과 전략기획 업무 등을 모두 이 부총재에게 맡긴 것이다.

또한 옛 동교동계 총무구실을 했던 윤철상 의원을 비서실 차장으로 임명 해 이 부총재를 돕도록 한 것도 전당대회에 대비하기 위한 측면이 강하다 .

오는 5월 전당대회가 다가오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는 국민회의 주류 와 비주류의 싸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선 후보 선출에다 자민련과의 공조문제까지 얽히면서 과거의 야당 전당대화 와는 전혀 다른 양상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김성호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