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숨은 걸작 비디오 모두 찾았다

“영화광을 위한 희소식! 걸작, 흥행작, 희귀작 총집합!”

곽영진(37)씨가 최근 서울 대학로에 문을 연 비디오 판매점 ‘씨네 비디 오’는 영화의 보물창고다. 약장사 말 같은 선전문구가 결코 과장이 아니 다. 가게에는 곽씨가 지난 6년 동안 곳곳을 돌며 모은 국내외 우수 영화 비디오 1천여 작품이 쌓여 있다. 판매목록에는 희귀한 외국 원판이나, 지 금은 나오지 않는 비디오까지 당당하게 올라 있다. 영화 관련 잡지에 간 간이 영화평을 쓰는 곽씨에겐 분신이나 다름없는 곳이다.

“생활비도 벌고, 취미도 살릴 겸 가게를 열었습니다. 국내에선 구하기 어려운 작품들을 혼자만 움켜쥐고 있는 것보다는, 많은 이들이 함께 감상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도 했죠.”

보물창고는 영화를 향한 그의 열정의 산물이다. 그는 원하는 비디오를 구 하기 위해 전국을 뒤지다시피 했다. 청계천 도매상은 물론이고, 서울 시 내 곳곳의 비디오 대여점을 누볐다. 그렇게 구한 비디오가 차곡차곡 쌓여 갈 때마다, 그의 영화사랑도 무럭무럭 자랐다.

그의 인생이 처음부터 영화를 향한 것은 아니다. 지난 79년 연세대 철학 과에 입학한 그는 82년 시위를 주동했다는 이유로 제적됐다. 그뒤 이른바 현장활동을 거쳐 출판사, 광고회사를 옮겨다녔다. 그러다 80년대 말 영화 에 눈을 떴다. “영화의 가능성은 무한대입니다. 단순한 개인적 만족을 위한 수단에서 거대한 사회개혁의 무기에 이르기까지 영화의 잠재력은 열 려 있습니다.”

보물창고는 앞으로 더욱 활짝 열린다. 그는 조만간 국내외 2만여 영화작 품에 대한 사전적 정보와 비평을 담은 책을 펴낼 계획이다. 모두 3권으로 나올 이 책에는 심의나 출시사의 수익성 고려로 가위질당한 부분까지 싣 을 예정이라고 한다. 또 비디오를 4천여장 정도씩 갖고 있는 소장가들과 함께 시네마테크도 열 계획이다. 그의 보물창고를 여는 주문은 간단하다. “영화를 사랑하는 이라면 언제나 환영합니다.” (문의: 02-747-8383). 이성욱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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