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라이브극장 ‘벗’을 위하여…

신촌의 유일한 라이브 전용극장 ‘벗’의 기획실장 조병용(32·사진 오른쪽)씨는 요즘 한창 바쁘다. 봄을 맞아 부쩍 늘어난 공연을 뒷바라지하고, 새로운 무대를 기획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주엔 노래패 ‘노래마을’ 의 공연이 있고, 이어 조규찬·박학기 조인트 콘서트, 윤도현 록 밴드 공 연 등 일정이 빡빡하다. 겨우내 움츠렸던 젊음의 문화가 다시 꽃을 피우 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사정이 좋지만은 않았다. 지난해 8월 기획했던 록밴드 ‘부활’공 연이 연세대 사태 여파로 무산되면서 극장 살림이 눈에 띄게 줄었다. 시 위가 장기화하면서 신촌 일대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기 때문이다. 공 연은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막을 내리고 말았다. 광고비며 출연료, 대 관료가 그대로 사라졌다. “그뒤로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묵묵히 일을 해주는 직원들이 고마울 따름이죠.”

‘벗’은 지난 96년 4월 태어났다. 조씨를 비롯한 4명의 젊은이들이 “건 강한 젊음이 숨쉬는 공간을 만들어보자”며 뭉친 결과였다. 6개월에 걸친 준비 끝에 신촌 한 귀퉁이에 자리를 잡았다. “그때 신촌엔 대중음악 전 용극장이 한곳도 없었습니다. 소비적인 문화가 거리를 점령한 상태였죠. 지금도 마찬가지지만요.”

그동안 많은 음악인들이 ‘벗’을 찾았다. 신촌블루스와 시나위에서 열정 하나만으로 찾아온 언더뮤지션까지. 저항의 정신을 담은 ‘록’을 포함해 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선보였다. 그렇게 1년을 버텼다. “신촌문화가 병들고 있습니다. 연극전용 소극장이었던 연우무대도 없어지고, 느는 건 술집에 노래방뿐입니다. 대학가다운 건강함이 사라지고 있는거죠.”

조씨는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는다. “라이브 문화의 꽃은 결코 꺾여선 안 된다”고 다짐한다. 그 희망을 안고 새 일을 준비한다. 최근엔 라이브 공연 전문 소식지인 <벗>(BUT)을 창간했다. 같은 이름의 인터넷 홈페이지 (http://www.music.co.kr)도 열었다. “라이브 무대엔 생동하는 젊음과 건강한 실험정신이 가득합니다. ‘벗’은 그런 문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친구입니다.” (문의: 02-393-8467)

김상준/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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