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만세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스트레스에 멍드는 위장

홍원선/ 울산의대 교수·서울중앙병원 내과

과민성 대장은 스트레스가 일으키는 대표적인 위장질환으로, 대장벽이 외 부자극에 대해 민감해지고 연동운동의 조화가 깨져서 발생하는 병이다. 그런데 이 병은 한번 발병되면 각종 소화장애가 심해졌다 가벼워졌다 하 면서 만성적으로 지속되어 문제가 된다. 실제로 직장에서 근무상황이 변 하거나, 시험, 결혼, 이혼 등 스트레스를 받으면 증상이 심해지거나 재발 하는 특징이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증상이 오랜기간 지속되어 우리나 라 사람들 중에는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병으로 고통받고 있다.

과민성 대장은 대체로 20~30대에 시작하며 여자가 남자보다 2배 정도 많 이 걸린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전국민의 15~20%가 걸려 있는데 실제로는 증상이 가벼운 사람이 많아 1% 정도만이 병원에서 장기적으로 치료받고 있다. 다시 말하면 대개는 증상이 그다지 심하지 않아서 사회생활에 지장 을 줄 정도는 아니나 사람에 따라서는 지장이 심한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

이 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복통과 배변습관의 변화이다. 복통은 하복부 특 히 좌하복부에 주로 생기나 때로는 배꼽주위나 상복부에서 느껴지기도 한 다. 이러한 복통은 음식 특히 찬음식을 먹으면 악화되고 방귀를 뀌거나 대변을 보면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데, 복통 때문에 자다가 깨는 경우는 드물다.

배변습관의 변화는 이 병의 가장 큰 특징인데 설사가 생기기도 하고 변비 가 생기기도 한다. 때로는 변비와 설사가 교대로 나오기도 하는데, 변비 가 생기면 복부팽만감이나 방귀가 자주 나오기도 한다.

설사는 갑자기 참기 어려울 정도로 급한 경우가 있는데 화장실로 달려가 면 변이 잘 안 나오는 경우가 있다. 설사는 주로 아침식사 전후 또는 초 저녁에 많이 생기며 코같은 점액이 다량 섞이기도 한다. 때로는 대변을 다 본 뒤에도 깨끗이 배설되지 않은 느낌이 남기도 하나 설사 때문에 자 다가 깨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복통 및 배변습관의 변화 이외에도 상복부 팽만감으로 배가 더부룩하여 식사를 제대로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러한 팽만감은 위와 장의 연동운동 의 조화가 깨지거나 식사 도중 입으로 많은 양의 공기를 삼켜 생기는 것 이다. 따라서 이때 트림을 하거나 방귀를 뀌면 일시적으로 편해지기도 한 다. 그런데 때로는 트림을 하고 난 뒤 더 많은 공기를 삼키기 때문에 팽 만감이 해소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편 전신혈관 운동성에도 이상이 생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때에는 가 슴이 두근 거리고 숨이 찬 느낌, 두통, 불면, 식은 땀, 한숨 그리고 얼굴 이 확 달아 오르기도 한다.

진단은 다른 질병과의 감별이 중요한데, 특히 대장암과 증상이 비슷하여 증상만으로는 구별하기 힘든 경우가 적지 않다. 따라서 증상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 확실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한데, 다른 병이 아니라는 식의 진단을 해야 되기 때문에 검사가 많아지는 경향이 있다.

치료는 식이요법, 약물요법과 스트레스 해소로 요약할 수 있는데, 심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만 제거해도 모든 증상이 좋아진다. 그러나 심한 경우에는 장기간 식이요법과 약물요법을 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과민성대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섬유질의 섭취가 적은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이 섬유질을 먹으면 증상이 호전되기도 하는데 거의 모든 채소와 과일에는 섬유질이 풍부히 들어 있다. 그런데 섬유질을 갑자기 많 이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이 악화될 수 있으므로 적어도 한달이상에 걸쳐 서서히 섭취량을 증가시키는 것이 좋다. 우유에 과민한 사람은 우유 를 피해야 한다. 그리고 설사가 심하면 찬물, 탄산수, 커피는 피하는 것 이 좋은데 적당량의 술과 차는 치료에 큰 지장을 주지는 않는다. 결론적 으로 식이요법에 대한 반응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체로 자극성이 적은 음식이 좋다는 것이다.

때로는 뜨거운 찜질을 하거나 더운 물로 목욕을 하면 복통이 사라지는 경 우도 있다. 그러나 증상이 심한 경우는 장운동조절제와 신경안정제로 장 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

치료시 중요한 점은 과민성대장은 스트레스와 밀접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치료가 잘 되고 재발이 방지된다는 점이다. 그런데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는 개인차가 심하므로 자신에게 맞는 나름대로의 해 소방법을 스스로 찾아야 한다. 필자는 치료시 한가지 점을 더 강조하고 싶은데, 그것은 이 병으로 목숨을 잃는 경우는 없으나 건강하게 살려면 오랜기간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는 점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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