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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03월27일 제 15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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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12일, 스페인에서는 몇년 만에 가장 극적인 축구경기가 펼쳐졌다 .
스페인컵(Spainish Cup) 준결승전. 세계적 명문축구클럽인 바르셀로나FC 가 0 대3으로 뒤지던 경기를 5 대 4로 뒤집는 한편의 대역전 드라마를 연 출한 것이다. 상대팀은 알테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는 경기시작 뒤 31분까지 무려 3골을 내줘 홈팬들로부터 온갖 야유를 들어야 했다. 그러나 대반격전을 편 바르셀로나는 2 대 3, 2 대 4 , 4 대 4의 대혼전을 벌인 끝에 결국 피지의 역전골로 값진 승리를 이끌 어냈다. 스페인 축구사상 가장 멋진 경기 중의 하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
마드리드의 밀린코 팬틱은 이날 혼자 4골을 터뜨렸지만 분루를 삼켜야 했 다. 이유는 바로 브라질 출신의 ‘빡빡머리 스타’ 로날도(21)의 존재 때 문이었다. 로날도는 이날 첫골로 반격의 포문을 연 뒤, 4 대 4 동점골까 지 터뜨려 추락위기에 빠진 바르셀로나의 축구명가로서의 자존심을 지켜 준 수호신이 됐다.
소속팀 1, 2위 이끌며 개인기록 호각세
현재 유럽축구무대는 두 걸출한 골잡이의 환상적인 골 퍼레이드로 한껏 달아오르고 있다. 크로아티아 출신의 다보르 수케르(29)와 로날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들은 특히 세계적인 축구스타들의 집합소라 할 수 있는 스페인 프로축 구무대서 나란히 단연 발군의 기량으로 소속팀을 1, 2위로 이끌며 축구팬 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이들은 또 개인득점에서도 1, 2위 를 다투고 있는데, 그 기량이 세계 최정상급이어서 ‘빡빡머리 스타’와 ‘왼발명수’의 세기적 대결로까지 평가받고 있을 정도다.
바르셀로나의 부동의 스트라이커인 로날도는 96~97시즌 스페인 프로축구 리그서 3월15일 현재 28경기서 22골을 터뜨려 개인득점 1위를 달리고 있 다. 역시 축구의 명가 레알 마드리드의 용병 골잡이인 수케르는 19골으로 그뒤를 바짝 쫓고 있다. 그러나 팀 순위는 반대다. 레알 마드리드가 이날 현재 19승8무1패(승점 65)로 단독선두를, 바르셀로나가 17승5무6패(승점 56)로 2위를 각각 달리고 있다.
로날도는 어릴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해 17살의 나이에 브라질 국 가대표로 발탁됐다. 세계언론들은 이 때문에 축구신동이 나타났다고 떠들 었으며, 그에게 ‘제2의 펠레’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로날도는 18살인 지난 94년 미국 월드컵 본선무대에 나갔지만, 당시에는 로마리우와 베베토에 밀려 벤치신세만 져야 했다. 하지만 이후 독일 분데 스리가 바이에른 뮌헨에 입단해 득점왕에 오르는 등 진가를 발휘했고, 96 ~97시즌 스페인 무대로 뛰어들면서 최절정기를 맞고 있다. 그래서 최근 국제축구연맹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에 뽑히는 영예를 안았다.
특히 그는 빡빡 민 머리의 독특한 외형에 현란한 개인기와 폭발적인 돌진 , 예측불허의 환상적인 슛으로 경기마다 골 폭죽을 터뜨려 바르셀로나 팬 들의 넋을 빼앗고 있다. 최근 사라고사와의 경기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 하기도 했다.
한치의 양보없는 자존심 대결 양상
역시 용병인 수케르의 활약은 이에 뒤질 게 없다. 이미 97년 유럽축구선 수권대회서 환상적인 왼발 드리블과 공포의 득점력으로 크로아티아를 정 상권에 올려놓아 세계적인 선수 반열에 오른 그였다.
레알 마드리드의 1위 질주는 수케르가 없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다. 문전에서는 어느 지점이나 어느 각도에서든 신기에 가까운 왼발슛으로 골 을 엮어내는 그는 로날도와는 달리 감각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로날도와 수케르의 불꽃대결은 가히 점입가경이다. 로날도가 해트트릭을 기록하자, 수케르도 최근 오비에도와의 경기에서 3골을 넣어 곧바로 추격 전을 펼치는 등 한치의 양보없는 자존심 대결을 펼치고 있는 것이다. 현 재 이들은 이번 시즌에서 각각 14경기를 남겨놓고 있어 누가 승자가 될지 예측불허다. 또 이들의 활약여부가 팀 우승을 결정짓는 열쇠이기도 하다.
이들의 골 행진을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국내 축구팬들은 케이블 TV 스 포츠 전문채널을 통해서라면 볼 수 있는 기회도 있다.
김경무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