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에게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베트남 사회 이해 부족

베트남에서 직업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이다. ‘베트남 농활’ 학생들 이 쓴 지난 1월 제148호 ‘베트남의 황금빛 여명’을 읽고, 이와는 다른 느낌과 생각이 있어 글을 쓴다. `한겨레21'이 베트남 프로젝트에 관심과 애정을 보여주신 데 감사하지만 이 글의 몇몇 표현은 베트남의 현실을 잘 못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우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공안’이라는 표현은 마치 공안( 경찰)이 내내 따라다니면서 지켜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것 은 사실이 아니다. 감시하는 실체가 경찰과 관련이 있는 사람일 수는 있 어도(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공안이 직접 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대학에 대해) 경제적으로 상류층이 아니고서는 다니기 힘들다” 는 표현도 다소 사실과 다르다. 현재 제가 고용하고 있는 두명의 현지인 직원의 경우 한명은 이미 대학을 졸업했고, 다른 한명은 야간대를 다니고 있다. 학기당 1백만원 정도에 이르는 학비 때문에 다니기가 힘든 것은 사 실이지만, 그러나 이보다도 평균 1백 대 1 정도의 높은 경쟁률 때문에 더 힘들다고 봐야 옳다.

셋째, “소수민족이나 농촌 출신 학생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는 부분도 객관적인 글이 되려면 그들에 대한 지원제도도 언급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는 사회주의권의 한 특징으로 알려져 있는 것으로 예 컨대 그들에 대한 숙식 지원, 합격 사정 때의 낮은 커트라인 적용 등이다 . 그러나 그 지원 규모가 너무 적다는 점과 하숙비를 내야 하는 경제적 압박감, (개인에 따라서는) 하노이 시민들에 대한 일종의 열등의식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 “외국 여행의 자유가 없다”는 부분도 “여행목적 외의 외국행 은 사실상 자유롭지 않다”가 돼야 정확하다. 이곳에서도 돈만 있으면 얼 마든지 여행할 수 있다. 문제는 비자·여권 발급인데, 관례화돼 있는 뒷 돈 때문에 돈과 연줄 없이는 여권 및 비자 발급에 심각한 장애가 있다. 개인적으로 베트남 농활 학생들의 이런 오류는, 베트남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사람들이 하는 얘기들을 신중한 확인없이 그대로 믿어버리는 데서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베트남에 와서 갖게 된 느낌은, 베트남이 호치민을 중심으로 일종의 ‘실용적 민족주의’로 똘똘 뭉쳐서 외세를 물리친 나라 로서의 특징이 곳곳에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사회주의 국가 일 반의 경직성이 있지만, 유연하고 합리적인 부분들 또한 자주 볼 수 있다.

베트남=박승룡/ 경실련 베트남 프로젝트 부장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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