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1997년03월27일 제 150호 한겨레21

피아노 강사 전혜주씨

`한겨레21'이 귀찮아질 때가 있다. 지난 2월엔 특히 심했다. 한권도 사서 읽지 않았다. 다른 교양서적도 마찬가지였다. 가끔 그렇다. 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몰려올 때! 그에겐 그런 사이클이 있다.

피아노 강사 전혜주(29·서울 동작구 흑석동)씨. “왜 그냥 세상에 정떨 어지는 기분 있잖아요. 노동법·한보 파동으로 사회는 어지럽게 돌아가고 … 유학 준비를 하는데 영어공부는 안 되고…미래가 한없이 불안하게 느 껴지고….” 그래서 `한겨레21'을 읽는 일은 생활에 대한 의욕이 샘솟을 때 가능하다. 그것은 ‘구도의 길’이기도 하다. “`한겨레21'은 저에게 좀 어려워요. 꼼꼼히 훑어보려면 인내심이 필요하지요.”

그는 초등학생들을 가르친다. 총 12명. 일주일에 한번 학생들의 집에 직 접 찾아가 지도한다. 그의 교습방법은 스즈키식 피아노교육. 피아노를 치는 방법보다, 음악을 즐길 수 있는 감성부터 일깨워주는 교육방법이라 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피아노를 배웠다는 그는 숙명여대 대학원 음악교육과를 96년 여름 졸업했다. 그리고 줄곧 이 일을 해왔다. `한겨레21'은 창간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정기구독자는 아니지만, 가판 에서 자주 사보는 편이다. 굳이 사지 않더라도 일요일 그가 다니는 교회 에서 `한겨레21'을 만날 수 있기도 하다. 언제나 최신호가 비치돼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 교회에서 주마다 피아노 자원봉사도 빼먹지 않는다. 그의 꿈은 어린이들이 재미있게 듣고 즐기는 피아노 교습을 평생 하는 것 이다. 더 좋은 교육자가 되기 위해 뉴욕 유학도 계획중이다. 그러나 유학 비가 걱정이다. 부모님은 시집 가라는 말만 해 답답하다. “새봄이 왔으 니 돌파구를 찾아봐야죠. 삶의 의욕도 되찾았으니까 `한겨레21'도 다시 읽고….”

고경태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7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