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한국노총 박인상 위원장 인터뷰

-오늘 통과된 노동법안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철학도 원칙도 기준도 없이 당리당략적 차원에서 주고받기식으로 마무리 한 ‘누더기 법’이다. 특히 야당은 협상과정에서 보수적 색채를 그대로 드러냈다. 야당단일안 정도라면 이미 노개위 논의 과정이나 지난해 말 정 기국회에서 벌써 나왔어야 했다. 이제 야당도 노동계의 비판에서 자유로 울 수 없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문제인가.

=근로기준법과 노사관계법의 일부를 맞바꾸는 식으로 개정해 노동법 개정 의 대전제인 ‘결사의 자유 보장’과 ‘노동자의 삶의 질 제고’와 관련 된 내용은 전혀 개정되지 않았다. 공무원과 교사의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 , 주 40시간 노동제 도입, 영세사업장의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근로기 준법 적용범위 확대 등은 논의조차 없었다. 또 노동자의 해고를 광범하게 허용할 수 있는 정리해고제는 그대로 살아있다. 오히려 노사간 자율로 해 결해야 할 쟁의기간중 무노동무임금 조항에 대해 처벌조항을 신설하고 노 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법제화하는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것만 강화되 었다.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나갈 것인가.

=법이 통과됐지만 이미 밝힌 3, 4단계 투쟁방침은 여전히 유효하다. 먼저 상반기에는 임금투쟁에서 임금인상 수준을 노동법 개정과 연동시켜 민주 적 개정이 보장되면 11.2%, 안 되면 18.4% 인상을 요구할 것이다. 단체협 약에서는 개정 노동법의 주요 쟁점들을 단협을 통해 따내는 전술도 사용 할 것이다. 그리고 하반기에는 노동법 개정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 정치권 의 행태를 심판하면서 노동법의 민주적 재개정과 노사 대등의 민주적 노 사관계 형성에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요구할 것이다. 대선에서 민주적 의 견수렴을 통해 지지후보를 공개적으로 선언할 것이다.

-노동법 개정에 따라 노동운동은 어떻게 변화될 것으로 보이는가.

=개정 노동법은 노동자의 신분과 처우상 불안정을 강화시키는 내용을 담 고 있어노동운동의 일시적인 위축이 예상된다. 하지만 노동자의 불만을 고조시켜 노동운동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또 노조의 일 상적 활동과 요구를 관철하려는 쟁의행위가 크게 제한돼 파업 등 기존의 투쟁방식보다는 합리적 정책대안 제시와 국민적 지지 획득을 통해 정치력 을 발휘하는 국민적 조합주의운동이 확대될 것이다. 한국노총 이탈과 민 주노총 강화를 점치기도 하는데 이미 한국노총에서 이탈할 조직은 모두 이탈해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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