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민주노총, 합법화와 생존권을 맞바꿀수 없다

국회 통과일인 3월9일까지 민주노총은 공식적인 투쟁방향을 정하지 못했 다. 민주적인 논의과정을 통한 뒤에야 입장을 밝힐 수 있다는 이유로 권 영길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이뤄지지 못했다. 대신 민주노총은 “여야 합 의안은 날치기 노동악법과 다르지 않은 ‘제2의 노동법 개악안’이다”는 제목의 논평을 냈다. 다음은 논평의 요약분이다. 민주노총은 올해의 구체 적인 투쟁방향과 사업내용을 오는 3월19일 정책토론회와 3월27일 임시대 의원대회를 통해 결정한다고 밝혔다.

국회통과 노동법은 세계 모든 나라가 보장하는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 권 보장을 거론조차 하지 않은 채, 대체근로제를 ‘동일사업장’에서 ‘ 동일사업’으로 확대하고 ‘쟁의기간중 임금지급’ 요구와 관련한 쟁의를 2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기로 했다. 이는 헌법 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결정적으로 침해해 노동조합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독소조항이다. 또 정리해고제는 기업의 합병·인수·양도 등을 삭제 하고 2년을 유예했으나 ‘긴박한 경영상의 사유’를 확대 해석하는 추세 에 비춰볼 때, 제도 자체를 굳이 도입함으로써 대량실업 및 집단해고를 기정사실화했다. 변형근로시간제에 대해 1개월 단위 주 56시간, 1일 12시 간까지 허용함으로써 장시간 노동과 임금삭감, 산재직업병 다발을 불가피 하게 만들었다.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문제는 단계적으로 감축하여 5년 이 후 전면 금지하여 중소기업 노조를 포함한 대다수 노조의 일상활동을 마 비시키고 노조 자체를 무력화했다. 직권중재 대상 필수공익사업장 범위에 지하철, 병원, 통신, 은행, 방송, 버스 등을 모두 포함시키는 것은 기업 주의 불성실한 교섭태도를 조장하고 단체행동권을 크게 제약하여 공익사 업장 노동자가족의 생존권을 원천적으로 말살하는 위헌적 제도이다. 또 ‘보안작업’, ‘생산시설 장소’ 쟁의 금지 등 쟁의장소를 제한해 사업 장 안에서 사실상 파업을 할 수 없게 하고 있다. 그 밖에 임단협 유효기 간을 현재의 1년에서 2년으로 해 물가인상조차 감안할 수 없게 만들었고, 해고자 조합원 자격인정을 현행 대법원 확정 판결까지가 아닌 중노위 재 심판정까지로 완화하여 사업주들이 마음대로 해고하도록 법으로 뒷받침하 고 있다.

이런 여야 노동법 개정 합의안은 상급단체 복수노조 허용을 제외하고는 사실상 노동악법 조항에서 달라진 게 전혀 없다. ‘여야 합의’라는 모양 만 갖추었지 그 내용은 날치기 노동악법과 하나도 달라진 게 없다.

민주노총은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민주노총의 합법화를 포기해서라도 국민 의 생존권과 노동기본권을 확보하겠다는 입장이다. 독소조항 대응지침을 산하 조직에 내리고 임단투 시기에 불복종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는 한 편 3월 말 교섭 준비, 4월 본격적인 교섭과 쟁의 절차를 밟아 5월에 산하 단위노조의 투쟁시기를 집중하여 노동악법 조항 철폐를 실현하기 위한 전 면적인 총파업 투쟁도 불사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다. 그리고 대선 때는 노동법 개악 정당후보 낙선운동 등 강력한 대선투쟁으로 국민을 배신한 정당을 엄중하게 심판할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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