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소통령 김현철’ 꼬리 잡았다

(사진/고소인 자격으로 검찰에 출두하는 김현철씨. 국정운영 개입 증거가 드러난 이상 청문회를 통해 한보사태 개입의혹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김영삼 정부 출범 이후 정치개입설로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돼오다 한 보사태 개입설로 인해 모든 공적 활동을 중단 당한 김영삼 대통령 차남 현철씨. 정치권 일각에서 ‘소통령’으로까지 불린 현철씨의 ‘밀실 정 치’가 마침내 그 실체를 드러낼 것인가?

김영삼 대통령 아들 현철씨의 파문이 수그러들기는 커녕 일파만파로 확산 되고 있다. 김씨가 언론사 사장 인사문제까지 개입한 것으로 밝혀진데 이 어 군인사에도 입김을 작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정치권이 발칵 뒤집혀진 것이다.


`한겨레' 녹음테이프 폭로로 밝혀져

야권은 대여공세의 주도권을 잡은 듯 공격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또 ‘한보 청문회’ 증인으로 나서는 것을 보호하려는 여권조차 속수무책으 로 당혹해 하고 있다. 한마디로 “그렇게까지…”라는 반응 뿐이다. 김씨 에 대한 사법처리 가능성까지 점쳐지는 분위기다.

먼저 김씨의 언론계 관여 부분이다. 김씨는 연합텔레비전뉴스(YTN) 사장 선임문제 등 언론사 사장 인사문제까지 깊숙히 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은 `한겨레'가 지난 10일 YTN 사장 선임과 관련한 김씨의 전화 통화 테이프를 단독 입수해 보도하면서부터 밝혀졌다. YTN은 정부재투자 기관인 `연합통신'의 계열회사로 뉴스전문 케이블방송사다.

`한겨레'가 입수한 김씨의 전화통화 테이프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 95년 3 월 개국한 YTN 초대 사장으로 `연합통신' 사장인 현소환씨 대신 김우석 전 건설장관을 임명하기 위해 주도적으로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이원종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과 사전에 협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겨레'의 이러한 보도는 김씨가 주요 국정운영과 인사에 직접 관여해왔다는 사실이 구체적인 물증에 의해 처음으로 확인됐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한겨레'가 입수한 테이프에서 김씨는 “김우석 장관(전 건설·내무부장 관, 현재 한보사건고 과련 구속중)이 YTN 사장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 을 얘기 듣고 정무수석(당시 이원종 청와대 정무수석)과 상의를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김우석 장관이 관심을 갖고 있는 연합통신과 YTN이 어차피 분리되니까 상황을 봐가며 (현소환 연합통신 사장 대신 김 장관으 로) 교체를 한번 해보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해 연합 통신과 YTN의 분리문제 등도 내부적으로 협의했음을 내비쳤다.

김씨는 이어 “현소환 사장에 대해 좋지 못한 것이 집중적으로 올라오고 있다”고 말하는 등 평소 언론사 정보를 수시로 보고받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가 주요 국정에 관여하며 청와대 및 정부쪽 고위 인사들과 긴밀히 협의해 왔다는 사실이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와관련해 김영삼대통령 부인 손명순 씨의 전 주치의 박경식 씨는 <한겨 레>에 보도된 녹음테이프가 자신의 병원에서 녹음된 것이라고 일부 언론 을 통해 밝혔다. 그러나 박 씨는 이 테이프를 언론과 일부 단체에 제공 한 것은 자신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보청문회’ 아닌 ‘현철 청문회’ 열어야

한편 지난 11일자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김씨는 군인사까지 노골적으로 개입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도 내용은 다음과 같다. 김씨는 지난 94년 여름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던 김동진 장관을 서울 롯데호텔에서 만나 “ 김 총장이 국방장관을 맡으면 어떻겠느냐”고 취임 의사를 확인하는 등 인사문제를 자신이 직접 사전 조정했다는 것이다. `한겨레' 보도는 군 관 계자의 증언을 기초로 한 것이다. 김 장관은 육사 17기 출신으로 현 정부 가 들어선 직후인 93년 3월8일 육군 참모총장으로 전격 발탁되 인물로 김 씨와는 경복고 선후배 사이다. 김 장관은 94년말 군 인사에서 합참의장으 로 영전한 뒤 지난해 10월 이양호 장관 후임으로 국방장관에 올랐다.

결국 김씨가 ‘소통령’으로 국정운영에 깊숙히 개입했다는 사실이 구체 적인 자료와 증언으로 확인된 셈이다. 이로써 국회에서 김씨 증인문제로 여야간 교착상태에 빠진 ‘한보 청문회’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구 체적인 증거가 없는 이상 김씨를 증언대에 세울 수 없다고 항변한 여권의 주장이 더이상 설득력을 가질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의 국정운영 개입과 관련한 ‘풍문’이 더이상 ‘풍문’이 아니라 사실임을 확인해주는 증거 가 드러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보 청문회’라기 보다는 ‘현철 청문회’로까지 비화될 조짐 마저 엿보이기 시작했다는 정치권의 분위기다. 또 잇따라 터지고 있는 증 언들이 사실로 확인 될 경우 국정운영이 사조직화 됐다는 비난을 면키 어 려울 것이라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와 함께 김 대통령의 아킬레스건인 대선자금 문제도 비켜갈 수 없는 태풍의 눈으로 다시 부각 될 것으로 보인다. 대선자금과 관련한 김씨의 연관성이 야권의 주요 공격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다음은 `한겨레'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통화 내용이다. 상대방의 말은 녹 음돼 있지 않다.

**박경식씨가 공개한 현철씨 통화 육성을 직접 들으십시오.

-여보세요. 여기 김현철인데요. 계세요?

=….

-여보세요. 접니다. 다름이 아니고 YTN말여요. 며칠 전부터 엉뚱한 소리 가 나와가지고…. 며칠 전에 박관용 특보(당시 대통령 정치담당특보·신 한국당 의원)하고 우리 ○○○씨(통화하고 있는 상대자를 지칭한 듯)하고 YTN�△△△씨 하고 만나신 적이 있으세요? 그때 김우석 장관에 대해 얘기 한 적이 있으세요?

=….

-△△△씨한테서 그런 얘기는 없었고요. 그래서 말여요. 참 기가 막힌 게 말여요. 사실은 김우석 장관이 이런저런 자리에서 우리가 얘기를 했었잖 아요. 본인이 YTN 개국을 생각을 좀 했나 봐요. 그 얘기를 내가 듣고 우 리 정무수석과 상의를 했단 말여요. 그가 관심을 갖는 것 같은데….

=….

-그 이전부터 현소환 사장(`연합통신' 사장 겸 YTN뉴스 사장 겸임 예정) 에 대해 좋지 못한 것이 집중적으로 올라오는 거여요. 그 옛날엔 우리하 고 좀 문제가 많잖아요. 정서적으로요. 솔직히 아버님(김영삼 대통령)도 좋지 않게 과거부터 생각해오고 있었는데…. 어떻든 우리가 힘이 필요하 니까 같이 해왔었던 것 아녀요. 그런데 최근 들어 무척 좋지 않더라고요. 그 안에(`연합통신' 내부에) 여러 가지 얘기들도 있고요. 박관용 특보 얘 기도 나와요. 아들 간 것도 그렇고…(박 특보의 아들이 YTN뉴스 기자로 입사한 사실을 가리키는 듯). 그뿐만 아니라 아주 좋지 않은 것이 많이 올라오더라고요. 장인어른(김현철씨 장인인 김웅세 롯데월드 사장 지칭) 얘기도 나오고 해서 걱정이 돼 가지고요.

=….

-그래서 정무수석하고 얘기좀 하다가 차제에 김우석 장관도 관심을 갖는 다니까…. 연통(연합통신)하고 YTN하고 어차피 분리되니까 상황 봐가며 교체를 한번 해보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며칠 전에 얘기 했단 말여요. 정무수석하고 얘기를 했는데 그 이전서부터 이미 YTN에 그 얘기가 돌았단 말여요. 그래서 내가 확인해보니까 지난번에 바로 박 특보 하고 ○○○씨하고 YTN의 △△△씨하고 만났을 때 그 얘기가 나와서 그 다음부터 △△△씨가 소문을 냈다 이랬다는 거여요.

=….

-나 글쎄 무슨 낮도깨비가 아닌지. 지금 YTN에는 상당히 소문이 많이 돈 모양여요. 김 장관이 그리 간다고요. 이제 뭐 얘기를 하려고 하는 건데… . 그런데 현 사장은 내부의 노조를 움직여서 그렇게 안 되도록 하는 움직 임이 있다고 그래요.

=….

-어저께는 또 오 장관(오인환 공보처 장관)이 전화연락을 해서 그런 일이 있느냐고 말해요. ‘김 장관을 밀고한 적이 있냐’고요. 하도 기가 막혀 서…. 이제 얘기좀 해볼까 하는 통에…. 도대체 왜 내부가 그 모양이냐고 요. 하여간 우리쪽에 도대체 누가 그렇게…. 보안도 그렇고.

=….

-그러니까 그날 얘기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죠. 그러면 박 특보는 어디서 듣고 그런 얘기를 했죠?

=….

-정무수석한테 그래서 여쭤봤어요. 혹시 우리 얘기한 것을 누구한테 얘기 한 적이 있느냐고요. 바로 엊그제 한 얘기거든요. ‘얘기할 사람이 누가 있느냐’고(정무수석이?) 말하더라고요.

김용성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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