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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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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강남구 지하철 2호선 역삼역 부근에 재밌는 이름의 한우전문 식당이 문을 열었다.‘하로동선’(夏爐冬扇). 우리말로 풀면 여름의 화로 , 겨울의 부채란 뜻이다. <논형>의 ‘봉우편’에 나오는 말로, 시기나 목 적에 맞지 않아 쓸모가 없는 물건을 가리키는 고사성어다. 하필 이런 이 름을 붙였을까.
식당을 연 이들의 면면을 보면 그 사연을 짐작할 수 있다. 이철, 김원웅, 유인태, 노무현, 박석무, 홍기훈, 박계동. 모두 지난 15대 국회의원 선거 때 지역주의 타파를 내걸고 나와 떨어진 사람들이다. 여기에 당시 당선한 제정구, 이수인, 김홍신 의원이 가담했다. 이른바 깨끗한 정치를 표방하 는 사람들이다. ‘하로동선’은 이들의 정치적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빗 댄 셈이다.
식당은 이름 못지 않게 경영방식도 독특하다. 우선 ‘공동출자 공동운영 공동분배’라는 운영원칙을 철저히 지킨다. 스스로 번 돈이 아니면 출자 할 수 없고, 남보다 많이 낼 수도 없다. 사장이라고 특별한 힘을 갖지 않 는다. 그냥 역할분담일 뿐이다. 수익은 똑같이 나눈다.
요리실명제는 이곳만의 독특한 제도다. 주방 유리벽에는 요리사의 얼굴사 진과 요리이름이 나란히 붙어 있다. 손님이 음식을 주문할 때 요리사의 얼굴을 알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요리사는 자신의 얼굴이 알려지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더욱 맛있고 정갈한 요리를 만들게 되고, 손님은 자신이 좋아하는 요리사가 만든 요리를 믿고 먹을 수 있다.
사장역할을 맡은 김원웅 전 의원은 “전국의 이름난 식당을 찾아다니며 경영기법을 전수받았다”며 “맛으로도 다른 곳에 뒤지지 않을 것”이라 고 자랑한다. 여름의 부채, 겨울의 화로 같은 식당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그들이 자신의 정치적 이상과 구실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것은 물론이 다.
권복기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