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클래식 무대가 부른다

(사진/정동극장은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고전음악 등을 차를 마시며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다.)

일반인들이 공연장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게 클래식일 때는 더하다. 괜 찮은 좌석에서 데이트를 즐기려면 입장료만 10만원(2명)이다. 하지만 음 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2시간 가량 숨 한번 크게 내쉴 수 없는 이런 음악회는 정말 고역이다. 사서 고생도 이보다 더한 건 없다. 프로그램을 한번 훑어보기도 전에 불이 꺼지고 연주가 시작되면 끝도 없다. 앙코르 박수는 남들 눈치보며 따라하지만 이미 진이 빠져 ‘이제 그만 좀 나와’ 라고 고함이라도 내지르고 싶다. 어쩌다 얻은 초대권으로 들른 공연장에 서의 끔찍한 기억은 음악 문외한들에겐 음악을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당신’으로 만들어버리고 만다.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정말 싼 가격에 친절한 해설까지 들으면서 편안하게 클래식 공연 을 즐길 수 있는 무대가 없진 않다. 지난 90년부터 ‘청소년음악회’로 시작해 이젠 일반인들도 즐겨찾는 무대가 된 금난새의 해설음악회가 있다 . 올해 시리즈 제목은 ‘금난새와 함께 떠나는 세계의 음악여행.’ 매월 셋째주 또는 넷째주 토요일 오후 6시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이 공연엔 금난새씨가 지휘와 함께 친절한 곡 해설을 덧붙인다. 연주곡들 도 곡명은 잘 몰라도 영화, 드라마, 광고 등을 통해 한번쯤 들어본 곡들 을 주로 선곡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선전기간’이 아님에도 단돈 5 천원에 모시고 있다.

올해 음악여행은 독일·오스트리아 음악(3.15)을 시작으로 프랑스·스페 인(4.26), 러시아(5.17), 이탈리아(6.21), 핀란드·노르웨이(7.19), 영국 ·미국(9.27), 헝가리·폴란드(10.18), 아시아(11.15), 체코·루마니아(1 2.20) 순으로 이어진다. 또 공연마다 각국의 특색있는 이벤트를 곁들여 더욱 흥을 돋운다. 첫 회인 독일과 오스트리아 음악여행에선 탄생 2백주 년을 맞은 슈베르트를 기념, 슈베르트 가곡 <들장미>를 관객들과 함께 독 일어로 부르는 코너도 준비돼 있다. (02-580-1414)

어떤 이들은 이런 짜집기 음악회에 질색하기도 하고 지휘자 금난새를 두 고도 음악에 깊이 몰두해야 될 시기에 대중적인 공연에만 정력을 쏟는다 는 비판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표피가 얇은 우리 클래식음악층을 고려한 다면 이런 일을 감당할 사람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강북 직장인들에 초점을 맞춘 공연도 있다. 지난 95년부터 계속돼온 정동 극장의 ‘직장인을 위한 정오의 예술무대’가 그것이다. 매년 봄, 가을이 면 항상 찾아오는 이 공연이 3월3일 막을 올려 4월30일까지 두달간의 공 연에 들어갔다. 평일 낮 12시30분부터 30분 동안 진행되는 이 무대의 입 장료는 2천원이며, 차 한 잔이 제공된다. 월·화요일에는 ‘정오의 작은 영화제’라는 이름으로 15~30분짜리 영화를 1~2편씩 상영한다. 수~금요일 에는 음악평론가 탁계석씨가 진행하는 ‘탁계석과 함께 하는 정오의 예술 산책’이 이어진다. 서양음악(수), 무용(목), 전통음악(금)별로 진행되며 , 발레에서부터 성악, 기악, 사물놀이까지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재미있 는 해설과 함께 무대에 오른다. (02-773-8960)

이런 가벼운 공연장을 자주 찾다보면 어느새 고전음악의 깊은 세계가 주 는 감동을 느낄 수 있게 되고 그와 함께 삶의 찌끼들도 저 멀리로 날아가 버릴 것이다.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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