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수평적 정권교체론, 이래서 반대한다

수평적 정권교체론은, 다가올 대선에서 저항적 지역주의세력인 국민회의 와 자민련의 상층정치연합과, ‘상대적으로 친노동자적인’ 호남인과 특 히 영남출신 노동자의 하층정치연합에 의해 지역패권적이며 극우보수적인 PK집단을 정권에서 축출하여 여에서 야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지난 3월5일 수원과 인천의 두 지역에서 실시된 보 궐선거에서 국민회의와 자민련의 연합후보가 5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받아 승리함으로써, 수평적 정권교체론은 그 실현가능성을 한단계 높여 놓은 듯하다. 보궐선거결과에 고무된 두 정당은 수평적 정권교체론을 좀 더 적극적으로 확산할 것이 분명하다. 수평적 정권교체론은 과연 실현가 능성이 있는가? 여에서 야로 정권이 ‘수평적으로’ 교체되면, 독선과 독 단, 정경유착과 지역갈등에 찌들린 우리 정치를 과연 변모시킬 수 있을 것인가?

우선 수평적 정권교체론에서 제시하고 있는 선거전략이 실현가능한 것인 지 두 영역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호남-충청지역의 두 정치세력(국민회의 와 자민련)은 상층정치연합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날치기통과에 대한 대응에서부터 보궐선거의 후보단일화에 이르기까지는 잘 되어온 듯하다. 그러나 수평적 정권교체론이 성과를 거두려면 가장 결정적인 관문이 두개 가 남아 있다. 후보단일화와 각 지역주민들의 지지도다. 보궐선거의 경우 빈 자리가 두개인 데다가, 개별 국회의원의 위상이나 권한이 대통령에 비 견될 수 없기 때문에, 상호양보와 타협에 의해 야권공조를 과시할 수 있 었다. 그러나 대통령 자리는 하나밖에 되지 않는 데다가, 그 권한은 실로 막강하다. 두 야당의 지도자가 과연 타협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 물론 타협할 수 있는 방안은 있다. 내각제개헌을 통해 권력을 나누어 갖는 것이다. 그러나 내각제개헌은 집권 뒤에나 있을 미래의 일인 데다가 국회와 국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두 정당지도자간의 두터 운 신뢰와 국민들로부터의 지지가 필요한데, 이 두 조건이 쉽사리 충족되 리라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상층연합(후보단일화)보다 더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각 지역주민의 단일화 된 후보에 대한 지지도의 문제다. 대선에서의 투표결정요인(주로 인물)은 국회의원선거(주로 정당)와 다르고, 더욱이 현정권이 민심을 잃을 대로 잃은 시점에서의 국회의원선거, 그것도 두명만을 뽑은 보궐선거에서와는 전혀 다르다.

호남인과 영남노동자의 하층연합은 가능할 것인가? 영남노동자들이 국민 회의와 자민련의 연합후보를 지지할 수 있게 하려면 DJ와 국민회의는 이 들이 가지고 있는 편견(? - 예를 들면, ‘DJ는 권력의 화신이다. 노동자 가 표를 주지 않는다고 지역감정을 부추기거나 중산층에게 접근할 때는 언제고, 지역연합과 중산층의 표로도 당선을 장담할 수 없으니까, 이제 와서 노동자들에게 접근하려고 한다’는 식- 을 없애주고 명분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DJ와 국민회의는 좀더 적극적으로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노력했어야 했다. 한번 형성된 편견이 말만으로 없어지지라 믿는 사람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 더욱이 집권 뒤 민주개혁을 추구하겠다 고 하면서 수구반동세력과 손을 잡는 것을 보고, 그간의 편견에서 벗어나 지 못한 영남노동자들이 연합후보를 지지하리라고 믿는가?

백보 양보해서, 수평적 정권교체론대로 정권교체에 성공했다고 치자. 온 통 수구세력으로 채워져 있는 자민련과 국민회의 내에 존재하는 비민주적 인 보수세력을 기반으로 한 ‘연립정권’이 어떤 방식으로 수구반동세력 의 저항을 극복하며 민주개혁을 추진할 수 있을까? 아마도 김영삼 대통령 처럼 막강한 권력을 가진 대통령의 ‘독단’과 ‘독선’에 의존한 방식밖 에 없지 않을까?

수평적 정권교체론이 실현가능성도 희박하고 명분조차 약하다면, 진보진 영은 당장의 실현가능성은 희박하지만 명분면에서는 훨씬 우세한 ‘독자 후보를 출발로 하는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

정영태/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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