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시대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수평적 정권교체론, 이래서 찬성한다

현단계 한국정치가 직면하고 있는 중차대한 과제는 지역주의의 해결문제 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과거 권위주의정권이 인적·물적 자 원을 합리적으로 분배하지 않고 혈연, 학연, 지연 등의 연고주의에 의거 해 영남권 중심으로 불평등하게 배분하여 발생한 정치·사회적 현상이다. 권위주의체제하에서 지역갈등문제는 내연하고 있으면서 민주화 요구로 나 타났으나 권위주의체제가 무너지고 정치적 민주화가 부분적으로 실현되면 서부터는 정치무대의 전면에 나타나서 그간의 선거결과가 보여주듯이 계 층간 갈등, 남북문제 등을 제치고 가장 첨예한 정치현안이 됐다.

모든 대한민국 국민은 사회활동을 함에 있어서 출신지역에 상관없이 평등 하게 대우받아야 하며, 모든 지역(민)이 각자 동등한 권리을 지닌 채 공 존공영해야 한다는 점에서 한국의 지역주의는 타파되어야 한다. 한국의 지역주의는 정치적으로는 특정지역의 정치적 패권을 보장하고 사회·경제 적으로는 특정지역(민)의 개별적 이해관계를 반영하는 패권적 지역연합과 더불어 이러한 패권적 지역연합구조에 의해 억압당하고 있는 저항적 지역 주의로 구성돼 있다. 더욱이 한국의 지역주의는 과거 식민지지배에 근원 을 두고 있는 한국인과 일본인간의 심리적 갈등구조와는 달리 계층간 갈 등관계처럼 경제적 이해관계, 정치·사회·문화적 지배관계 등의 현존하 는 사회관계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우리 사회일각에서 혹자는 한국의 지역문제를 단순히 심리적 차원으로 치 부, 정치권이 이를 이용하여 이 문제를 증폭시키기 때문에 지역할거주의 에 정치기반을 두고 있는 3김이 정치일선에서 은퇴할 경우에 비로소 한국 정치의 선진화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으로 파악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3 김이 은퇴하더라도 사회 제반분야에서 지역에 의한 지배관계가 사라지지 않는 한, 지역불평등관계를 청산하려는 사회적 욕구를 반영하는 정치인은 또다시 불사신처럼 정치무대에 화려하게 등장하게 될 것이라는 점을 간과 하고 있다. 또는 한국의 지역문제가 현실사회와 접맥하고 있다 하더라도 계층갈등, 환경문제 등의 다른 진보적 문제보다 우선시될 수 없다는 시각 에 입각하여 다음 대선에서는 DJP연합후보가 아닌 제3의 민주후보를 대선 후보로 추대할 것을 주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주장 역시 한국사회에서는 지역갈등문제가 다른 사회갈등문제보다도 첨예화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현실문제를 도외시하여 실패한 과거 민중당의 사례와 더불어 민주 당의 참패로 나타난 지난 총선결과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한 소치로 여겨 진다.

한국사회를 관통하고 있는 지역갈등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특 정지역(민)의 특수이해를 주로 대변하는 패권적 지역연합구도를 한국사회 의 모든 지역(민)이 동등한 권리를 지닌 채 공존공영하는 등권적 지역연 합구도로 전환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한국사회의 민주세력들은 사회적으 로 지역패권주의에 따른 지역간 불균등발전, 출신지역에 따른 정치·경제 ·사회·문화적 차별 등을 개선시키는 한편, 정치적으로는 등권적 지역연 합을 당노선으로 삼고 있는 정당들을 지원·집권하게 함으로써 지역패권 적 사회관계를 정치적으로 재생산시키는 현 정치체제를 개혁시켜야 할 것 이다. 이외에도 패권적 지역주의에 함몰되어 있는 영남권 소외계층은 물 론 다른 지역 서민의 생활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한국의 민주세력들은 등 권적 지역연합구도를 기본축으로 하면서 부수적으로 소외계층의 이익을 정치적으로 대변하는 지역적 계층연합을 추진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성공적으로 결실을 맺을 경우 등권적 지역연합구도는 점차적으로 등권적 지역통합구도로 발전하게 되면서 한국사회에서 지역주의문제는 정치 전면 에서 사라지게 되고 소외계층들의 권익도 한층 향상되는 전기가 마련될 것이다.

황병덕/ 민족통일연구원 연구위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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