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선원의 삶을 들여다 보라

올해 목포 해양대학을 졸업하고 해기사로 출항을 준비하는 사람이다. 해 양대학은 일반 대학과 달리 해기사를 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군특 례가 있는 대신 졸업 뒤 3년간을 의무적으로 승선해야 하는 특수대학이라 할 수 있다. 일반 사람들은 승선에 대해 어선이나 원양어선을 타는 것으 로 생각한다. 아직도 ‘상선’이라는 개념이 익숙하지 않은 까닭이다. 대 부분의 새내기들은 막연히 배를 탄다든지, 군입대 면제 따위를 떠올리며 입학하는 경우가 많다.

해기사는 컨테이너선, 자동차 운반선, 잡화선, 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등의 선박을 운용하며 제한된 공간에서 오랜기간 가족과 떨어져 언제 닥칠지 모르는 자연의 재앙에 대비해야 한다. 멋진 수염에 깨끗한 유니폼과 파이 프를 비스듬히 물고 여유롭게 조타장치를 잡은 모습은 그저 그림에서나 가능한 장면이다. 망망대해는 외로움과 긴장의 연속일 뿐이다. 사회 어느 분야건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선원이야말로 국내 수출입 물동량의 9 0% 이상을 운송하는 숨은 역군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안타까운 것은 선원하면 밀수, 에이즈 등 편협된 시각으로 규정하는 현실이다. 예로부터 ‘뱃놈’이라 부르며 천대했던 유교사상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결과가 아닌가 한다. 거기에다 지난해 ‘선상살인’ 사건으로 선원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손상된 게 사실이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양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듣기 좋은 말이 있다. 해양수산 부의 신설, 바다의 날 제정도 좋다. 하지만 바다를 열어나가는 주체인 선 원에 대해서는 얼마나 생각해 보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선원 들은 사회에서 가장 소외받는 사람들인지 모른다.

바다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자원의 원천이며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고서 는 세계화로 나아갈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선원에 대한 관심은 더욱 절실 한 것이다. 오대양을 누비는 선원들의 사기 진작과 사회의 인식 변화를 위해 <한겨레21>에서 상선에 동승하여 살아 있는 바다와 선원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면 어떨까 한다.

김도윤/ 경기도 안산시 본오2동 신안1차아파트 102-1605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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