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획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낮은 곳의 작은 자는 완전무결?

세살배기답지 않는 어른스러움에 매주 감동하면서 진심으로 세돌을 축하 한다. 첫울음 소리를 들은 뒤 매주 빠짐없이 듣는 ‘약한 자를 위한 울음 ’, ‘참을 향한 외침’, ‘어두움에서 빛을’, ‘민초’위에 있는 ‘자 ’가 있음을 보여준 ‘필’(筆)이 `한겨레21'임을 기억하고 있다.

지나온 `한겨레21'의 자리가 이러하더라도 앞으로의 자리는 하얀 자리에 검은 질곡만의 글이 아니라 ‘희망’과‘밝음’의 글을 실어나를 때 하얀 자리의 검은 글은 단지 어두움으로만 다가오지 않으리라 믿는다.

`한겨레21'은 ‘위에 있는 분(?)’만의 짓누름을 볼 것이 아니라, 지극히 작은 자인 우리 모습의 잘못 역시 진실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너무 경솔한 바람일까. 민중의 자리에 있는 우리, 민주를 외치는 시민으 로서 ‘민주’를 삶으로 보이지 못함에 뼈아픈 반성이 있어야 함을 `한겨 레21'은 솔직하고 투명한 기사로 담아야 할 것이다.

`한겨레21' 역시 다른 언론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추측성 내용을 전달하 고 있어 안타깝다. 물론 ‘사실’의 객관적 내용이 어느 특정의 부류에게 제한된다 하지만 더 큰 노력으로 ‘사실’의 객관성으로 전달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리라. 아무리 명분이 옳더라도 그로 인해 한사람의 선의의 피해 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심층적 기사에 객관성을 부여하기 위 해 만전을 기하기 바란다.

문화의 자리에 종교란을 늘리는 부탁을 드린다. 다종교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이다. 어느 종교를 편향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독특성과 유 일성, 그리고 종교의 사회적인 참여도를 사실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들 의 종교에 대한 관심이나 특정 종교에 대한 왜곡을 이해해주기를 원한다. 물론 `한겨레21'이 종교지는 아니지만.

지나온 일에 대한 가슴 뿌듯함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한 교만한 ‘있는 자 ’의 언로가 아니라 항상 ‘약한 자’ ‘작은 자’ ‘없는 자’를 안아주 는 `한겨레21'이 되길 바란다. 정론과 직필의 자리를 지켜 `한겨레22'가 되는 1백주년 축하의 자리에 지금의 이 부탁이 변함없길 기대한다.

김동수/ 경남 사천시 곤양면 중항2구 956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