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획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흥미유발에 머물고 말 건가

창간호부터는 아니지만 1994년도부터 지금까지 계속 구독하고 있는 정기 구독자다. 지난 1백호 기념 설문조사 때에도 글을 띄웠는데 이번에도 아 끼는 자식 매 하나 더 때리는 심정으로 이 글을 쓴다. `한겨레21'에 대해 따가운 지적을 하는 것은 주마가편의 힘이 될 수 있는 충고가 진정한 충 고라는 생각에서다.

먼저 시행착오에 대한 비판을 해보면 제143호의 ‘한국의 상류사회를 말 한다’는 일반 사실을 그냥 표피적으로 알려주기만 했지 그 근본원인에 대한 분석과 그 부류층 행태에 대한 비판적 접근이 드러나지 않았다. `한 겨레21'의 독자들이 대부분 힘없고 가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사람들이라 할 때 그 내용들은 읽는 이로 하여금 허탈감과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게 하기에 충분했다. 옥에 티는 옥 자체의 가치를 완전히 바꿔놓을 수도 있 음을 기억하고 앞으로 그런 기사 선택과 원고작성 과정에는 그 기사를 쓴 목적에 부합되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또한 올해의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정세를 역술인들에게 물어서 그 방향을 전망한 것은 무가치한 기획이라 생각한다. 현실의 세부적이고 총체적인 파악을 통해 정책을 수립하고 세계의 흐름이나 닥쳐오는 정세에 맞게 한 나라의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점에서 볼 때 잘못된 것이라는 말이다. 앞 으로 흥미유발성 기사보다는 비판·고발성 기사에 더욱 매진했으면 한다. `한겨레21'은 정치나 경제사안에 대해서는 매우 체계적이고 분석적이라 생각하지만 그 이외의 흐름, 문화 등의 사안에 대해서는 그 비중이 너무 작다. `한겨레21'이 정치주간지가 아니라면 다양한 주제를 다양한 각도에 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리라 여겨진다. 편집 디자인에 대해서는 전문적인 소양이 부족해 구체적으로 말하기 어렵지만 사진이나 화보를 조금 더 많 이 실어주었으면 한다. 지면 사정상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독자들을 위해 유익한 생활정보나 제품을 소개하는 면이 따로 있었으면 한다.

`한겨레21'이 3년 동안 우리 사회에 끼친 영향은 실로 막대하다. 대항언 론으로 시작한 `한겨레'과 더불어 앞으로도 정론만을 실을 것을 당부한다 . 그렇게 한다면 언젠가 `한겨레21'이 원하는 그 새벽은 꼭 밝아올 것이 다. 아무리 닭 모가지가 비틀어져도 말이다. 끝으로 한번 더 `한겨레21' 의 세돌을 축하한다.

권남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1동 72-52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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