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획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더이상 애정어린 예외는 없다

지난해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제2대학 언론강좌’ 가운데 ‘현실 진보 언론의 시작과 현실’이라는 주제로 언론사 기자들과 강좌의 수강생들이 열띤 토론을 벌일 기회가 있었다. 물론 `한겨레21'도 토론의 한가운데 있 었다.

“왜 양담배 광고를 싣는 거죠?”, “공공부문 노조 총파업이 그때 왜 커 버스토리가 되지 못했죠?” 등의 개별적 사안에 대한 질타에서부터 “도 대체 다른 주간지와 차별점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근본적 문제제기까 지 `한겨레21'에 대한 무수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이러한 질문들은 사실, 현실 진보 언론으로서의 <한겨레21>에 대한 ‘실망’ 또는 ‘안타까움’ 인 동시에 ‘기대’의 또다른 표현이 아닐까?

창간 세돌, `한겨레21'은 그동안 좀더 읽을 만한 ‘무언가’를 찾던 사람 들의 갈증을 많은 부분 해소해주었고, 이는 곧 발행부수와 판매량 증가로 가시화될 수 있었다. 3년이라는 얼마 되지 않는 시간 동안 `한겨레21'은 가판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시사주간지가 되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게 사실이다. 이제는 그간의 항해일지를 검토하며 그 뜨거움들을 삭이고 찬찬히 내실에 대해 돌아봐야 할 때다.

87년 이후의 자유화가 낳은 결과물들을 모두 고운 시선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게 지금 우리의 자기성찰이다. 무엇보다 자본과의 싸움인 상업적 경 쟁체제에 맞설 적당한 무기를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이는 상업적 경쟁체 제로의 일방적 편입을 요구하거나, 진보를 당위명제로 내세워 제살을 깎 아먹는 우를 범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것은 `한겨레21'의 쇠락을 바 라는 일부의 희망사항일 뿐이다.

치열한 경쟁체제 안에서 나름대로 진보 언론의 성격을 굳건히 지키려는 ` 한겨레21'의 노력들은 여전히 현실 언론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하지만 외형적 성장에도 `한겨레21'이 걸어온 지난 3년을 순탄한 진보의 여정으로만 바라볼 수만은 없다. 창간 세돌을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한 겨레21'에 던지는 질문들은 좀더 근본적인 것이어야 할 것이다.

우리가 좀더 정직하게, 아니 애정어린 마음으로 바라본다면 `한겨레21'을 무조건 예외로 놓아서는 안 될 것이다. 그건 어쩌면 `한겨레21'이 맞서 싸우고 있는 많은 어려움들을 하찮은 것으로 치부하는 행위가 될 터이다. `한겨레21' 역시 치열한 싸움터 한가운데 있으니까.

박대성/ 서울시 서대문구 신촌동 134 연세대학교 언론출판협의회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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