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획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21세기 향한 좌표 세우라

창간호에서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던 김현철씨 관련기사를 다뤄 그 어디 에도 굴하지 않는 독립적인 언론으로 그 정신을 밝힌 점은 앞으로 `한겨 레21'이 나아갈 길이라 생각한다. 그동안의 기사 가운데 조선족 사기사건 과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침해에 대한 보도는 우리가 모르거나 외면했던 일들을 표면에 드러내어 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고발정신이 뛰어 난 기사였다. 또한 누구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하는 제3세계국가와 소수민 족(동티모르족, 멕시코 농민군 등)에 대한 해외취재는 자칫 서방세계에만 한정될 뻔한 우리의 사고와 인식을 전세계적으로 확장케 하는 순간이었다 . 이렇듯 `한겨레21'은 힘있는 자에겐 당당히 맞서고, 잊고 있는 이웃들 그리고 소외된 지구촌 곳곳을 중계함으로써 한국사회에 또다른 정신적 빛 을 비추고 있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인 부분을 보면서도 항상 아쉽게 생각되는 점이 있다. 지금의 한국사회의 현실을 보면 사건에 대한 비난보다는 대안을 제시하는 비판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동법·안기부법 개악, 한보비리 등 아무 도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고 이에 대한 올바른 대안도 제시하지 못하는 가운데 `한겨레21'은 이런 것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하는 미래 지향적인 자세를 갖췄으면 한다. 즉 우리 사회가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목표들- 통일방안, 정치제도의 개혁, 부정부패 방지 방안, 노동기본권 보 장, 교통문제, 환경문제, 지역문제, 사회적 복지보장제도의 수립 등- 을 제시하고 그 방법들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의 발전이란 이런 것들을 서로 공유하고 그것들을 조금씩 변화시키는 지향점이 있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2000년이 되기까지는 약 3년이란 시간이 남아 있는데 이에 대한 준비도 시급하다. 21세기엔 어떠한 삶을 지향해야 하고 우리 사회에서 고쳐야 할 제도 및 문화·정신생활에 대한 1백가지의 목표와 과제를 선정해서 기획기사, 대담·기고 등을 통해 21세 기까지 매호 특집으로 다루기를 제안한다. 그래서 우리 사회가 낡은 것을 새롭게 변화시키며 더욱 평등한 사회로 발전하여, 진정으로 아름다운 사 회가 될 수 있도록 최대공통부분의 목표를 통합해냈으면 한다.

`한겨레21'이 성공한 이유 중에 하나도 이러한 공통인식부분을 기사화해 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한겨레21'은 새로운 세계의 전망을 제시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앞으로 더욱 책임있고 미래지향점이 분명해 온국민의 사랑을 받는 최고의 시사주간지가 되길 기대한다.

김성찬/ 서울시 중랑구 묵1동 109-13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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