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획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정치권 생중계 문제많다

시사주간지의 정상에 서 있는 `한겨레21'이 우리 사회에 전망을 제시하고 여론을 선도해 나가길 바라면서, 지향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되는 바를 지 적하고자 한다. 대부분의 독자들이 시사주간지를 보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현재의 첨예한 정치이슈 등에 대한 분석기사를 읽기 위해서일 것 이다. 물론 나 역시 정기구독자로서 정치기사를 흥미있게 읽고 있다. 하 지만 기사가 지나치게 정치쪽에 편중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정치관련 기사가 이른바 대권, 또는 정권내부의 파 워게임 등을 지나치게 흥미 본위로 기사화한다는 것이다.

깊이있게 우리나라의 앞날을 전망하면서 정치문제를 접근하는 기사를 찾 아보기 힘들다. 21세기 통일한국이 지향해 나갈 정치과제, 현 정부가 추 진하고 있는 정책과제의 미래지향적 분석, 쌍방의 이해가 상충하는 문제 의 객관적 조명,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들에 관한 세부적인 분 석과 해결방향 제시, 우리 국민이 선택해야 할 지도자상, 정부가 추진하 는 정책의 문제점 및 해결방법 등이 시사정론지들이 다룰 수 있고 또 반 드시 다뤄야 할 주제라 생각한다.

언론의 사명이 사건의 나열과 현실의 보도에 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의 경쟁력 확보와 통일한국의 대비라는 대과제 속에 국민 여론을 선 도해야 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실제 내용은 이른바 3김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후진 정치행태를 마치 스포츠 중계하듯 그 뒷이야기까지 무슨 특종인 양 앞다투어 보도하는 것을 볼 때 과연 이러한 주간지들이 존재할 가치가 있는 것인지 안타까운 생각이 들 정도다.

`한겨레21'은 시사주간지를 선도해가는 책임이 있는 만큼 정부와 정권에 대한 비판·비리 폭로 등으로 책임을 다하고 있다는 착각에서 깨어나야 한다. 좀더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심층기획 기사들을 마련하면서 21 세기 통일한국의 선도자로서 여론을 주도해 나가야 마땅하다. 다시 한번 부탁하건대 국민들은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되는지에 흥미를 잃은 지 오래 라는 사실을 기억하고 대권 등에 관련된 기사에 지면을 통째로 할애하지 말았으면 한다. 만일 그런 지면이 필요하다면 차라리 우리가 필요로 하는 지도자의 덕목을 정한 뒤 그에 가장 합당한 정치인이 누구인지를 독자에 게 알려주기 바란다. 그러고도 지면이 남는다면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 다든지, 아니면 정치적 목적만으로 이합집산하는 행태를 정면으로 비판하 고 정책중심으로 정당을 재편하라든가를 비롯해 더욱 독자적인 색채로 과 감하게 도전해 나가길 바란다.

천리안 ODOLABE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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