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한겨레21

야권단일화, 알맹이는 내각제?

‘한보사태’이후 정치권, 특히 여권은 연일 도덕성 시비와 함께 대선후 보의 선출방식과 대상문제로 떠들썩하다.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는 식에서부터 여권의 누구는 누구와 연합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다양하 다. 특히 특정 후보는 사실여부와 관계없이 ‘설’로만 떠도는 ‘한보사 태’의 흙탕물을 뒤집어쓰고 후보 탈락설까지 퍼지고 있다.


찬반과 유보가 모두 30%대

그렇다면 야권은 안전한가? 아니다. 야권 역시 도덕성 시비에서부터 후보 단일화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로 야단법석이다. 특히 후보단일화 문제는 이제 물밑교섭 수준이 아니라 공론화 단계까지 진입했다. 여기서 주목을 끄는 대목이 있다. 후보단일화를 한다면 누가 야권을 대표할 수 있는 후 보로서의 자질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일까? 이 역시 아니다. 우습게도 단 일화의 핵심적인 사항이 내각제로 모아지고 있다. 내각제를 수용하느냐 여부다. 그것도 15대 국회의원 임기 안에 하느냐 아니면 16대에 하느냐는 식의 시기가 논란거리다.

그러나 `한겨레21'이 최근 실시한 ‘가상대결’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야권 이 수평적 정권교체를 도모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이 야권단일후보 인 만큼 야권이 단일화를 위해 논의하는 내각제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의 야권 동향으로 보더라도 내각제 논의가 ‘가상대결’결과의 전제조건처럼 돼 있기 때문이다. 먼저 내각제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부터 볼 필요가 있다.

내각제에 대한 부정적인 응답이 34.9%(적극 반대 8.3%, 반대하는 편 26.5 %), 긍정적인 답변 38.6%(찬성하는 편 32.7%, 적극 찬성 5.9%), 잘 모름 이 26.5%로 나타났다. 내각제 개헌과 관련해서는 찬반과 유보가 균형을 이루고 있다. 이어 ‘내각제를 전제로 한 후보단일화를 어떻게 보느냐’ 는 질문을 던졌다. 답변은 △적극 반대(6.0%) △반대하는 편(25.6%) △찬 성하는 편(31.5%) △적극 찬성(5.7%) △잘 모름(31.2%) 등으로 나타났다. 역시 찬반과 유보가 각각 30%대로 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단 내 각제 개헌에 대한 국민의 관심은 예년에 비해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만큼 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면 내각제 개헌과 관련한 정치권의 현실은 어떠한가. 이미 알려진 대로 내각제 개헌과 관련해서는 자민련 김종필 총재가 가장 적극적이다. “권력이 한 사람에게 집중된 대통령제가 부정부패의 근본”이라는 논리 에서 출발한다. 물론 여권에서는 소수정당을 이끌고 있는 김 총재가 정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내각제를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어찌 됐 든 옛 민자당 대표시절 현재 여권의 실세그룹인 민주계에 떠밀려 여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을 창당한 김 총재로부터 내각제 개헌론이 시작된 것은 분명하다. 그만큼 애착도 크다. 또 다가오는 ‘대선게임’의 주요전략으 로 내각제를 백분 활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김 총재는 “어느 정파 든 내각제를 하겠다면 협조할 생각”이라고 강조해왔다. 그 대상이 여권 이든 야권이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최근 DJP공조로 정치력을 증폭시키고 있는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가 내각 제를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회의 고위 관계자들이 “자민련과 후보단일화를 성공하지 못하면 정권교체는 힘들어진다”는 이유로 “자민련이 주장하는 내각제를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얘기하는 뜻도 여기에 있다. 또 국민회의로서는 자민련이 여권 의 일부 세력과 내각제 개헌을 합의하고 떨어져 나갈 경우 정치적 입지가 더욱 좁아질 것에 대한 걱정이 보이지 않게 강할 수밖에 없다. 이와 관련 해 최근 정치권에서는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내각제 개헌을 합의했다는 풍 문이 나돌아 관심을 모았다. 물론 여권에서는 김대중 총재를 겨냥해 “정 권을 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고 독설을 퍼붓고 있다. 그럼에도 국민회의쪽은 적극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김 총재 는 “15대 임기 안에 개헌하는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기는 것이므로 불 가하다”고 강조해 왔다. 그것에 대한 명확한 해명이 아직은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DJ쪽 “확정된 것 없다”

김 총재의 한 측근은 “아직까지 아무 것도 확정된 것이 없다”고 강조하 면서도 “그러나 자민련과의 공조를 위해 검토해 볼 수는 있다”고 여운 을 남겼다. 이러한 정치권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향후 정치권은 본격적인 ‘대선게임’ 못지 않게 개헌론 공방이 치열해질 것만큼은 분명한 것으로 분석된다. 국민들로서는 또다른 선택을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올 수 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상대결’ 시나리오도 필요할지도 모르는 상황이다.

김용성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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