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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I |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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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주계는 재통합으로 일어설 것인가. 산산조각날 것인가. 신한국당 의원총회 모습.)
안기부법·노동법 날치기와 한보사태로 집권기반이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민주계의 ‘생존공간’은 존재하는가.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권력의 핵은 누가 뭐래도 김영삼 대통령을 정점으 로 한 집권 민주계였다. 하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신한국당 대선후 보라는 새로운 ‘중심’을 향해 권력 그 자체가 이동하고 있는 과도기인 것이다. 이회창, 박찬종 고문 등 당내 기반이 약한 영입파 주자들은 경선 에 대비해 민주계 중진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혈안이 돼 있다. 민주계는 집권실세에서 졸지에 합종연횡의 대상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민주계 의원들은 다른 대선주자들에게 각개격파 당해 계파 자체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최형우, 대반격 준비
하지만 당사자인 최형우, 김덕룡, 서석재 의원 등의 생각은 좀 다르다. 당내 위상이 위축되고 있는데 분을 삭이고 있는 최형우 고문은 최근 ‘민 주계 재통합’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는 분위기다. 한보사태의 ‘여진 ’이 가시고 경선국면이 본격화하면 민주계가 대반격에 나설 기회는 틀림 없이 온다고 보는 것이다. 최 고문은 민주계 통합이 이루어지면 민주계를 대표하는 대선후보는 당연히 ‘좌장’인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계산을 하 고 있는 것 같다. 최근 들어 목소리를 낮추는 대신 틈틈이 지방을 방문하 고 당내 초재선 의원들과 만나는 등 ‘물밑행보’를 활발히 하고 있다. 한보사건의 ‘유탄’으로 정치적 상처를 입은 김덕룡 의원은 상황의 역전 을 노리고 있다. 김 의원은 영입파에 비해 현저히 떨어져 있는 지지도를 단기간에 끌어올리기 위해 여러 가지 정치적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지 지도를 기본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경선에 나설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최형우 고문과 김덕룡 의원은 지구당위원장이나 대의원들의 ‘정서’에 대해 여전히 자신만만해 하고 있다. 수십년에 걸쳐 맺은 정치적 인연은 쉽사리 깨지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또 이들이 각각 사무총장을 지내면서 당 사무처에 심어놓은 인맥도 만만치 않다. ‘민주계 배제론’은 적어도 이들에게는 “말도 안 되는 얘기”인 것이다. 서석재 의원은 민주계 대선 주자보다 ‘킹 메이커’에 더 관심이 있다. 당내 지분보다는 ‘저변’을 확보하고 있는 그는 대선주자가 아닌 탓에 오히려 정확한 정보와 객관적 인 판단을 무기로 여권 내부의 ‘균형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문민정부 계승을 위해 내가 할 일을 찾아서 열심히 할 것”이라고 의욕을 보였다.
이들 민주계 중진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민주계의 향후 ‘생존공간’은 ‘ 민주계 후보’와 ‘킹 메이커’라는 두 가지 경우로 압축된다. 민주계 후 보가 가능하려면 최형우 고문과 김덕룡 의원이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이루어내야 한다. 또 민주계 소장파 의원들의 합의를 도출해내야 한다. 그래야 경선에서 붙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뒤에는 본선에서 야당후보 와 ‘모든 것’을 걸고 싸우면 된다. 이기면 모든 것을 차지하고, 지면 장렬히 전사하면 그만이다.
잘 하면 권력지분에도 참여하겠지만…
‘민주계 후보론’보다는 못하지만 ‘민주계 집단 킹 메이커론’도 생존 전략으로서 검토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 실제로 민주계가 힘을 합쳐 특 정후보를 밀면 그 사람은 당내 경선에서 무난히 이길 수 있다는 것이 여 권의 일치된 분석이다.
한 관측통은 “연말 대선에서 여당후보가 승리하면 한국정치는 지역을 기 반으로 한 ‘3김정치’와 전혀 다른 생소한 상황을 맞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는 정권이 약체일 수밖에 없고 권력을 분점해야 한다”고 설명했 다. 잘 하면 ‘킹 메이커’의 생존공간뿐만 아니라 권력의 지분에도 참여 할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에는 ‘여당후보의 승리’라는 전제가 붙 어 있다.
민주계가 궁극적으로 ‘민주계 후보’나 ‘킹 메이커’ 중 어느 쪽을 선 택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어쩌면 그들이 선택권을 행사할 수 없 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성한용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