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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I |
1997년03월20일 제 14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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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이 창간 3돌을 맞아 오는 12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특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여야 대선후보들간의 가
상대결에 대한 유권자들의 판단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번 조사는 한겨레 여론조사팀(팀장 원성연)이 3월7일부터 이틀 동안 전 국의 만 20살 이상 성인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전화여론조사를 하는 방법 으로 실시됐다. 표본추출방법은 90년 인구 및 주택센서스를 바탕으로 전 국을 지역별, 성별, 연령별로 비례할당한 뒤 전화번호부를 이용해 체계적 으로 무작위 추출했다. 조사의 오차한계는 95% 신뢰수준에서 ±3.1%다. 이번 조사에서는 현재 여권의 대선후보군들과 야권 단일후보와의 가상대 결에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 12월 실시했던 첫 가상대결 여론조사 결과 야권의 유일한 가능성이 후보단일화 밖에 없다는 결론에 따른 것이다. 더 욱이 지난해 12월26일 ‘날치기 정국’이후 정치권의 변화가 심했던 만큼 그에 따른 여론의 추이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주목했다. 이와 함께 최근 재야와 노동계에서 준비하고 있는 독자후보론에 대한 여론의 관심도도 알아보려고 했다. 조사결과를 자세히 펼쳐본다.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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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조사결과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표심’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는 점이다. 다양한 가능성을 놓고 실시한 가상대결에서도 혼전양상을 보 였다. 정당지지도와 후보지지도 사이의 상관관계도 미약했다. 여권과 야 권에 대한 전통적인 지지도의 응집력이 그만큼 느슨해졌다는 것을 의미한 다. 그러나 한 가지 특징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무당파 성향’의 유 권자들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특히 가시적인 후보도 없는 무소속을 지지 하겠다는 응답이 상승하고 있다. 물론 특정 후보와 정당에 대한 지지를 유보하겠다는 응답도 30%에 가깝게 나타났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신의 골이 그만큼 깊어졌다는 얘기다. ‘안기부법, 노동법 파동’과 ‘한보사 태’의 결과물로 풀이된다. 따라서 오는 대선에서 당락을 좌우할 열쇠를 이들 ‘무당파’들이 쥐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닐 듯싶다. 이를 가상대 결을 통해 좀더 자세히 살펴보자.
민주계, 전국면에서 패배
가상대결 1- 여권후보 대 DJ
야권에서 DJ 국민회의 총재로 후보가 단일화 됐을 경우의 가상대결이다. 신한국당에서는 이회창, 이홍구, 박찬종, 최형우, 이한동, 이수성, 김덕 룡 후보들이 ‘상대선수’로 나섰다. 결과는 DJ의 5승2패다. 그러나 5승 가운데 2승은 무승부에 가까운 힘겨운 승부였다. 따라서 정밀하게 말하면 3승2무2패에 가깝다.
먼저 DJ의 패배부터 보자. 상대 승자는 이회창, 박찬종 예비후보다. 이 후보는 44.3%의 지지를 얻어 DJ(32.3%)보다 12.0%포인트 앞섰다. 일단 이 후보가 안정권에 들어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대결에서 무소속 지지 (7.6%)와 지지유보(15.8%)가 23.4%나 돼 이들의 향배에 따라서는 다른 결 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DJ는 또 박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졌다. 박 후보가 47.1%를 얻은 반면 DJ 는 31.1%에 그쳤다. 16.0%포인트 차다. 완패에 가깝다. 이러한 결과는 박 후보가 대구·경북(TK)지역에서 70.1%를 얻어 압승을 한데 이어 서울, 경 기, 인천 등 수도권에서조차 평균 10%포인트차로 DJ를 따돌리며 선전을 했기 때문이다. DJ로서는 전통적으로 강세지역인 수도권에서도 밀리고 다 른 후보들과의 승부에서는 평균 18%대의 지지도를 유지했던 TK에서는 11. 8%밖에 얻지 못해 전세를 회복하지 못한 것이다. 또 JP의 지원을 등에 업 었음에도 대전·충청지역에서 24.3%로 박 후보(43.4%)에 크게 뒤져 회복 불능상태에 빠졌다. 이는 보수성이 강한 ‘JP 지지표’의 완고함이 결국 단일화에도 DJ의 지지를 가로막는 걸림돌로 작용했음을 의미한다. 단일화 의 한계로 볼 수도 있다.
반면 DJ는 최형우, 이한동, 김덕룡 예비후보들에게는 비교적 넉넉하게 이 겼다. 최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38.9%를 얻어 최 후보(27.0%)를 11.8%포인 트차로 따돌렸다. 이 후보와는 37.8%로 6.8%포인트차 승부를 냈다. 또 26 .2%를 얻은 김 후보와의 대결에서도 DJ는 38.4%로 12.2%포인트 승리를 따 냈다.
이 세 대결에서 나타난 결과는 신한국당 민주계의 몰락이다. 김영삼 대통 령의 지지도 추락과 맞물려 가상대결에서조차 회생불능의 패배라는 결과 를 드러냈다. 최근 여권 안에서 ‘민주계 배제론’이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런 결과와 무관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DJ는 이홍구, 이수성 예비후보와의 대결에서는 무승부에 가까운 승리를 했다. 이홍구 후보와는 DJ가 37.4%를 확보해 34.3%인 이 후보를 3 .1%포인트차로 눌렀다. 이는 오차한계를 고려하면 ‘박빙 우세’라는 표 현이 정확하다. 또 이수성 후보와의 승부도 비슷한 결과다. DJ(35.5%)와 이 후보(34.0%)가 엇비슷하다. 사실상 지지도가 거의 비슷하다고 봐야 할 정도다.
JP, 최형우·김덕룡에 ‘박빙 우세’
가상대결 2- 여권후보 대 JP
결과는 신한국당의 3승4무다. 이회창 후보의 경우 절반에 가까운 48.5%를 얻어 27.8%에 그친 JP를 20.7%포인트차로 여유있게 제쳤다. 박찬종 후보 도 48.9%로 JP(25.3%)를 23.6%포인트차로 눌렀다. 또 이홍구 후보도 37.6 %를 확보해 30.9%인 JP를 힘겹게 따돌렸다. 이 승부 역시 야권이 단일화 에 성공해 DJ가 적극적인 지원을 했음에도 20~30대층이 JP를 외면하고 신 한국당행을 선택함으로써 야당의 실패로 끝났다. 보수적인 ‘JP 이미지’ 에 대한 반발이다. 결국 야권이 단일화하더라도 ‘1+1=2’라는 산출치가 나오지 않는 변수가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 주고 있는 것 이다.
다음은 4무 결과를 보자. JP 입장에서 보면 그리 비관적이지 않은 결과다 . 특히 민주계인 최형우, 김덕룡 후보와의 대결에서는 ‘박빙 우세’를 나타내 기분이 좋다. 결과는 각각 JP(34.1%)-최 후보(29.6%), JP(33.0%)- 김 후보(28.1%)로 나타나 4.5~4.9%포인트차 승부가 났다. 지난해 첫 가상 대결에서 전패의 수모를 당했던 JP로서는 만회의 발판을 마련한 기분일 것이다. 또 이한동 후보(32.7%)와 이수성 후보(35.0%)와의 대결에서도 JP 는 각각 32.6%와 30.9%를 얻어 ‘박빙 열세’를 나타내 희망을 갖게 됐다 . JP로서는 이들과의 대결에서만 DJP의 효과를 톡톡히 보는 셈이다.
이회창·박찬종, 3자대결서 모두 이겨
가상대결 3- 여권후보 대 DJ 대 JP
각각의 결과를 보면 신한국 후보 2승3무2패, DJ 2승3무2패, JP 7패다.
여권은 역시 이회창, 박찬종 후보가 안정권이다. 이회창(39.1%), 김대중( 26.2%), 김종필(13.3%)순이다. 또 박찬종 후보의 경우는 박 후보(41.9%), 김대중(25.5%), 김종필(11.3%)순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이, 박 후보는 야 권 단일후보와의 대결에서도, 또 야권이 독자후보를 내세운 3자대결에서 도 모두 이기는 강세를 보였다. 일단 ‘대세론’에서는 유리한 위치를 밟 고 있는 셈이다.
반면 여권은 역시 민주계 주자들이 모두 DJ에게 졌다. 최형우, 김덕룡 후 보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김대중(30.4%), 최 후보(22.0%), JP(16.3%)순 이다. 또다른 결과는 김대중(29.7%), 김덕룡(21.5%), 김종필(16.4%)순이 다.
다음은 승부를 가리지 못한 결과다. 김대중(29.8%), 이홍구(29.7%), 김종 필(14.7%). 김대중(29.2%), 이한동(25.2%), 김종필(15.8%). 김대중(28.3% ), 이수성(27.7%), 김종필(15.4%)순 등이다. 그러나 여기서 눈여겨볼 대 목은 비록 결과가 오차한계 범위 안에 포함돼 승부를 가리지는 못해지만 DJ가 모두 ‘박빙 우세’를 지켰다는 점이다. 이는 지난해 첫 가상대결에 서 최형우 후보와의 대결을 빼놓고는 모두 졌던 결과와 견주어보면 DJ의 약진으로 볼 수 있다. 또 JP도 첫 3자 가상대결에서는 한 자리수 지지대 를 면치 못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두 자리수 지지대로 뛰어올랐다. 야권 이 점점 여권을 압박해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상과 같이 ‘가상대결 1, 2, 3’에서 나타난 결과는 야권으로서는 여전 히 단일화만이 사실상의 승부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 반면 여권은 민주계의 몰락을 현실로 드러내주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여야 모두 표 응집력 60% 턱걸이
그러나 몇 가지 변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먼저 정당지지도다. 신한국 당 26.2%, 국민회의 22.1%, 자민련 11.4%, 민주당 5.6%, 기타 무소속 7.6 %, 지지정당 없다 27.0%로 나타났다. 지난해 12월 첫 가상대결 당시에는 신한국당 37.5%, 국민회의 24.8%, 자민련 9.0%, 민주당 5.9%, 기타 무소 속 2.8%, 지지정당 없다 20.0%였다. 이는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정당으로서는 자민련이 상대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 을 포함해 야권이 전반적으로 여권을 추격하는 양상을 보이는 점이다. 또 무소속과 정당지지를 유보한 응답의 가파른 증가다. 이른바 ‘무당파’의 ‘표심’이 향후 대선결과에 결정적인 구실을 할 것임을 의미하는 것이다 .
또다른 변수는 후보 결정과 관련된 ‘표심’이다. 먼저 야권을 지지한 응 답자 가운데 37.6%가 자신이 지지하지 않는 후보에게는 투표를 하지 않거 나 일단 결정을 유보하겠다는 뜻을 표시했다. 여권도 비슷하다. 지난해 첫 가상대결 결과 여권 지지를 답한 응답자 가운데 39.4%가 자신이 지지 하지 않는 후보가 대통령 후보로 지명됐을 경우 투표를 하지 않거나 결정 을 유보하겠다고 밝혔다. 여야 모두 표의 응집력이 60%를 겨우 넘어선 상 태다. 따라서 40%에 가까운 반발 또는 유보층의 마지막 결정이 선거결과 를 결정지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정치권의 그 누구도 아직까지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어찌 보면 마지막까지 지켜 보는 국민들의 자세가 현명하다고나 할까?
김용성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