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야당 입막음에 빨간색이 최고

(사진/또다시 색깔론 시비에 오른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의원들의 면책특권을 이용한 정략적 발언에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신한국당이 지난달 열린 임시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국민회의 김대중 총재 에 대해 용공시비를 건 것은 한보의혹과 관련해 야당이 김영삼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를 집중적으로 공격하는 데 대한 맞불작전으로 보인다. 특히 이번에 제기된 두 가지‘시빗거리’ 가운데 하나는 9년 전 검찰수사를 통 해 혐의없음이 밝혀진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해외동포가 발행하는 무명잡지 의 기사를 인용한 것이어서 국민회의는 “면책특권을 악용한 악랄한 인신 공격”으로 비난하고 있다.

본회의장을 고함과 욕설이 오가는 난장판으로 만든 사건의 발단은 지난달 25일 임시국회 본회의 통일·외교·안보 분야 대정부 질문에 앞서 배포된 신한국당 의원의 원고내용 때문이었다.

야당은 그 이상도 하는데 우리는 못하냐

이용삼 의원은 질의원고에서 “김 총재는 88년 8월 간첩 서경원이 밀입북 해 북한에서 받아 온 5만달러 중 1만달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된 바 있다 ”고 주장했다. 또 허대범 의원은 질의서에 일본 월간지 <정계>를 인용해 “김 총재가 6�25전쟁시 공산당원이었고, 당시 체포된 4백50여명과 함께 미해군 함정에서 총살형이 되기 직전, 미해군 정보부에 있던 같은 고향친 구 김진하의 조언으로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는 데 진위여부를 확인 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를 미리 안 김옥두 한영애 설훈 등 국민회의 의원들은 본회의가 열리자 마자 여당쪽에 문제가 된 구절의 삭제를 요구했고 이를 제지하는 여당의 원과 고함을 주고받아 본회의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특히 이 과 정에서 신한국당 유용태 의원은 한영애 의원에게 “걸레같은 x” “싸가 지 없다”는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까지 퍼붓기도 했다. 결국 국민회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이탈했고 국회는 정회됐다.

그럼에도 안기부 출신 신한국당 정형근 의원은 이날 본회의 정회 뒤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서 의원이 북한의 허담에게서 받은 5만달러 중 1 만달러를 김 총재에게 전달한 것은 검찰조사에서 밝혀진 객관적인 사실” 이라고 말해 국민회의의‘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당시 외환관리 법과 불고지죄로 불구속 기소된 김 총재가 여야협상에 따라 국가보안법을 개정하는 과정에서 공소가 취소됐다”고 말했다.

이런 사태에 대해 국민회의쪽에서는 “황장엽 귀국을 앞두고 김 총재를 용공음해하려는 음모가 시작됐다”며 강력대응을 천명했다. 국민회의는 회의장을 뛰쳐나온 뒤 각종 성명과 논평을 통해 “신한국당이 또다시 용 공조작을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한편 서 총무의 공식사과와 원고삭제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본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신한국당의 본심은 서청원 총무의 발언에서 드러났다. 서 총무는 “이 의원의 원고 내용은 분명한 사실이며 허 의원의 원고 내용은 언론에 난 것으로, 야당은 그 이상의 주장도 했는데 우리도 할 수 있는 것 아니 냐”고 말해 야당의 한보공세에 대한 맞불작전임을 내비쳤다. 김철 대변 인도 “시중의 유언비어를 면책특권을 이용해 의정단상에서 무차별 토론 하는 국민회의가 과거사의 일부를 지적한 의원의 발언을 사전봉쇄하려는 것은 의회주의 기본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밝혀 한보공세에 대한 물타기 임을 숨기지 않았다.

면책특권 정략적 이용 중지해야

결국 이날 사태는 긴급간부회의에서 김 총재가 “여당이 한보 사태를 희 석시키기 위한 것이니 말려들지 말고 전제 조건없이 국회에 임하라”고 지시해서야 일단락 됐다. 김 총재는 이 자리에서 1만불 수수주장과 관련 해 “안기부가 이 혐의를 조작했지만 검찰이 기소를 포기하면서 허위사실 로 밝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허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는 “5�16 때와 80년대 두번이나 철저한 검증을 받아 근거없는 것으로 판명났다”며 “나는 서울에 있다가 그 일이 일어난 뒤인 8월 초에 목포로 내려갔기 때 문에 시간과 장소부터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김 총재의 한발 물러선 대응으로 임시국회는 다시 정상화 됐다. 그러나 자기당 총재에 대한 비방에 과민반응하는 의원과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의원들의 자질이 나아지지 않는 한 이런 사태는 언 제든지 재발할 가능성이 크다.

권복기 기자/ 한겨레 정치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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