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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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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미국은 홍콩이 반환된 뒤 있을지도 모를 국제금융위기에 대처하는 방어벽으로 G6를 이용할 계획이다. 중국반환을 앞둔 홍콩에 진출한 중국은행.)
21세기 아시아 경제질서를 쥐고 흔들 아시아태평양판 선진7개국 정상회담 (G7)이냐, 환율의 급속한 변동이나 흔들림을 막기 위한 외환·금융 협력 체냐?
지난 2월24일 미국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아시아태 평양 6개국의 중앙은행 및 재무부 대표들의 모임인 ‘아태 G6’가 공식 출범하면서 이 모임이 나아갈 방향과, 한국이 배제된 이유에 관심이 쏠리 고 있다.
춤추는 환율 통제로 안정적 성장 주도
‘6개 시장 그룹’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모임의 기본목적은, 참여하고 있 는 각국이 거시경제정책과 금융정책 수행과정에서 서로 협조함으로써 지 난 94년 멕시코 외환위기와 같은 금융위기가 아태 지역에서 발생하는 것 을 막을 수 있는 체제를 개발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타이 등 일부 동남아시아 국가에서는 무역적자와 경제불황 이 계속 이어지면 멕시코 외환위기와 같은 재정·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뉴욕 런던 도쿄 등 대형 외환시장에서 리얼 타임(실시간)으로 오가는 핫머니가 각국 중앙은행들까지 쥐락펴락하고 있 는 상황이기에, 정책협조를 통한 재정 안정화는 이미 중요한 국제적 과제 로 떠올랐다. 또 이에 대비해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 이시아 타이 등을 중심으로 국제결제은행(BIS)과 비슷한 성격의 국제중앙 은행 설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온 바 있다.
‘외환에 대한`적절한 관리’의 필요성은 달러-엔 환율의 급속한 변동 때 문에도 절실하다. G6의 기원은 엔화가 초강세를 보이면서 그 환율이 1달 러 당 80엔대를 향해 가던 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일본 홍콩 싱 가포르 오스트레일리아 등 4개국은 재무부와 중앙은행 대표들의 모임인 ‘외환금융회의(G4)’를 구성했다. 엔화 강세로 심각한 곤란을 겪던 일본 이 아시아지역 외환금융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이들 나라 대표들에게 엔화 환율을 통제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줄 것을 부탁했던 것이다. 이때부터 4 개국 대표들은 환율안정을 위한 재정정책 등을 주로 논의해 왔다.
이런 G4를 모태로 한 것이라면, 이번 G6는 본격적인 아태의 시대라는 21 세기를 맞아 아시아 지역이 또한번 폭발적인 경제성장을 보일 가능성에 대비해 통제 가능한 외환·금융시장의 구축을 위해 모인다는 추론도 가능 하다. 현재까지 공식적으로 나타난 G6의 성격은, 이번 모임의 창설실무를 맡아 온 일본 대장성쪽이 밝힌 바에 따를 경우 “외환·금융 분야만을 다 룰 회의”이다.
특히 이들이 가장 주목하고 있는 ‘안정관리 대상’은 홍콩인 것으로 보 인다. 2월24일 이번 모임의 출범을 맨 처음 밝힌 미국 재무부는 오는 7월 1일 홍콩의 중국 반환 이후에도 홍콩의 중앙은행과 금융당국을 독립적인 기관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지금으로선 그럴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중국이 갑작스레 대홍콩 정책을 변화시켜 그 여파가 홍콩 외환· 금융시장에 미친다면, 국제금융계에서 홍콩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 때문에 전세계가 큰 혼란에 빠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 온 게 사실이다.
일본의 요구 미국의 이해가 맞물린 작품
미국의 홍콩 관련 언급은 이같은 ‘만약의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방어 벽으로서 아태 G6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계속되고 있는 달러화 강세로 인해 일본이 그동안 아시아지역에 구축해 둔 엔블록이 약 화되고 있는 것을 막기 위한 일본의 의도도 개입돼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아태 G6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아펙)를 실질적으 로 주도하는 ‘아태판 `G7’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G6 구성 이 이뤄지는 방식이 현재의 G7이 걸어왔던 길과 비슷하다는 점 때문이다. G7도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5개국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 모임이던 G5에서 시작됐다. 이것은 그 뒤 75년에 5개국 정상의 회담으로 바뀌었고, 일본과 캐나다가 합류하면서 지금과 같은 G7이 됐다. G7 국가 들은 어떤 정책사항에 관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막대한 노력이 필요 한 유엔이나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하기보다 자기들끼리 모여 실질적으 로 필요한 합의를 이끌어낸다. 이와 마찬가지로 아태 G6도 현재 회원국간 이견으로 신속한 의사결정이 어려운 아펙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먼저 주요국간의 합의를 만들어 낸 뒤 그것을 전체 회원국으로 확산시키는 방 식을 취하게 될지 모른다.
이런 추측은 미국 클린턴 정부가 출범 이후 지속적으로 ‘아시아를 향해 나가는 경제정책’을 유지해 왔다는 점에 비추어 개연성을 지니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93년 오스트레일리아가 제안한 아펙 구상을 재빨리 받아들 이고, 이를 확대하는 데 주력해 왔으나 아직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렇듯 아태 G6는 춤추는 엔화 환율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일본의 요구와 아시아의 빠른 경제성장을 자기 나라의 이익과 연결시키고 자 하는 미국의 이해가 맞물린 작품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렇다면 이런 모임에 한국과 대만이 제외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와 관련 해 이 모임을 주도한 일본 대장성은 G4의 기존 회원국 외에 신규참여 국 가는 외환준비고 및 경제규모를 참여기준으로 삼았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우는 외환보유고가 96년 10월 현재 일본(2천1백71억달러)에 이어 세계 2위(1천15억달러)라는 점, 21세기 동아시아지역 최대 경제강국의 하나로 떠오를 것이 확실하다는 점, 그리고 올해 7월에 홍콩을 반환받는 입장에 있다는 이유 때문에 선정됐다. 역시 외환보유고가 세계 3위인 대만을 배 제한 것은 중국을 배려한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이 배제된 것은 외환보유고나 경제규모에서 아태지역에서의 비중이 그만큼 약해졌 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인가?
이에 대해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지난 95년과 96년에 일본쪽으로부터 참여 요청을 받았으나 국내에 발달된 외환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밝 혔다. 또 일본 대장성이 첫 모임에서 모임의 확대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힌 점에 비추어, 한국의 신규참여 가능성이 완전히 배제된 상태는 아니 다. 또한 아태 G6의 성격이 분명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참가여부를 미리 단정하는 것이 반드시 올바른 대외정책 자세라고 할 수도 없다.
참가요청 거부 총력외교 다짐과 어긋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한국경제가 최근 한보스캔들과 경기침체로 타격 을 받았다고 해도 동아시아지역 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과 규모는 결코 무시할 상대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이런 관점에서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 등 관련당국이 G6 출범 발표 이후 보인 ‘별 것 아니다’란 식의 반응이 더 큰 문제라는 지적을 하고 있다. 정부는 국제 사회에서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총력외교를 펼치겠다는 말 을 계속적으로 강조해 왔다. 그러나 앞으로 어떠한 모습을 갖출지 모를 국제 협의모임에 참가요청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거부하고 말았다 는 해명은, 정부의 이런 총력외교 다짐과 어긋나는 것은 아닐까?
이태희 기자/ 한겨레 국제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