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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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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다이옥신이 가져다준 불행. 베트남전에서 고엽제에 노출된 파월용사에게 남겨진 상처다.)
쓰레기소각장을 건설하려는 서울시 등 자치단체와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 사이에 핵심적인 논란거리 가운데 하나였던 다이옥신. 그 유해성 여부에 관한 논쟁에 종지부가 찍히게 될 것 같다.
지난 2월14일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기구(IARC)가 현재까지 발견된 75종의 다이옥신 가운데 가장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종류의 하 나인 ‘2, 3, 7, 8-테드라클로로디벤조-파라-다이옥신’(TCDD)을 명백한 발암물질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다이옥신 노출 발암 확률 1.4배 높아
지난 2월4일부터 11일까지 11개국 25명의 전문 과학자들이 프랑스 리용에 있는 이 기구에 모여 그동안 산업재해나 환경오염 등으로 다이옥신에 노 출돼 암을 발생시킨 것으로 보고된 모든 과학적인 연구자료들을 검토한 결과 “TCDD는 이에 심각하게 노출된 사람의 경우 정상인에 비해 폐암이 나 기타 암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1.4배가 높은 발암물질”이라는 최종 결 론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다이옥신에 의한 피해를 호소하는 사례는 많았다. 베트남전쟁 당 시 미군이 2,3,7, 8-TCDD가 주성분인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를 사용해 참전병사들이 면역체계 이상 등 후유증을 호소하거나 기형아를 출산하는 등 피해를 받고 있다는 보고가 잇따랐다. 또 다이옥신에 오염된 음식물을 섭취할 경우 다이옥신 성분이 인체의 지방 속에 축적되며, 적은 양으로도 세포핵 속에 침투해 유전자 이상을 일으키거나 면역을 담당하는 T-임파구 에 장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연구도 있었다. 그리고 쥐를 이용한 실험에 서는 청산가리의 5백배, 파라티온의 1백배에 달하는 독성을 가졌으며 여 러 기관에 암을 유발한다는 사실이 보고됐다. 특히 다이옥신은 염화벤젠 이나 염화페놀, 염화비닐(PVC) 등이 포함된 쓰레기가 소각되는 과정에서 다량으로 생성된다는 연구 결과가 알려지면서 지난 95년부터 쓰레기소각 장 건설을 둘러싼 핵심적인 쟁점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다이옥신에 의한 피해 호소는 그동안 다이옥신에 장시간 노출된 경우라 하더라도 다른 화학물질에 의한 영향인지 여부를 분리해 판단하기 어렵고, 또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발병하는 특성으로 다이옥신이 치명적 인 질병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할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논란을 거듭해 왔다.
사실 그동안 2, 3, 7, 8-TCDD가 사람에게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병은 염소좌창(Chloracne: 피부병의 일종)이 유일하며, 암을 일으킬 위험성에 대한 증거는 발견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인류가 제조한, 인류에게 알려진 가장 독한 물질’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지만 정작 어 떤 피해를 주는지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베일에 싸인 물질로 취급됐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 이런 한계는 다이옥신의 안전성을 주장하는 논리로 쉽게 둔갑했다.
미국, 소각장 90년 기준 99% 줄여라
실제 서울시는 지난 95년 10월 양천구 목동 쓰레기소각장 배출가스 분석 결과 다이옥신이 다량으로 검출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TCDD는 높 은 비중의 리보단백질(HDL)을 증가시키는 작용을 하고 있어 동맥경화 방 지에 도움이 될 수 있다”며 “다이옥신은 인체에 전혀 피해가 없다”는 주장을 폈다(<한겨레21> 95.10.19일자 참조). 이와 관련해 환경과공해연 구회(회장 김상종 서울대 교수) 등 전문기관은 “암을 일으킨다는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곧바로 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증거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번 국제암연구기구의 발표는 따라서 서울시 등의 무해성 주장을 정면으 로 뒤집는 것이다.
“발암물질이라는 직접적인 실험 증거가 제한돼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동물실험결과 TCDD가 여러 기관에 암을 발생시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그런 메커니즘이 인간에게도 비슷하게 작용할 것 으로 본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이 기구는 이런 결론의 주요 근거로 “TCDD에 상당히 노출된 뒤 전반적인 암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관 찰된 사람의 체내에 축적된 TCDD의 농도와 암이 발생한 실험용 생쥐의 조 직에 축적된 TCDD의 농도가 비슷하다”는 점을 들고 있다.
이미 미국은 발암물질이라는 결론에까지는 이르지 못했지만 소각장에서 다량으로 발생하는 다이옥신의 독성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여왔다. 미국환경청(EPA)은 수년 동안의 연구 끝에 지난 95년 11월 소각장에서 발 생하는 다이옥신을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공해물질”로 규정했 다. 그리고 미국 내 1백30여개 도시형 쓰레기소각로와 모든 신규 소각설 비에 대해 다이옥신 발생량을 90년 기준의 99%까지 급격히 줄이도록 하는 소각장 공해오염 기준을 발표했다.
아직도 소각장에서 발생하는 다이옥신은 위험한 수준이 아니라는 논리를 내세우며 1구 1소각장 정책을 뚝심있게 밀어붙이는 서울시와 자치단체들 은 국제암연구기구의 이번 결론으로 인해 다이옥신의 유해성 주장을 더이 상 외면하기 어려워졌다. 시민들은 무조건적인 무해 주장보다는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는 실질적인 조처를 요구하고 있다.
신승근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