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문민정부 최대 파워그룹 ‘경복’ 추락하나

(사진/지난 2월28일 이임인사를 나누는 이원종 전 정무수석(왼쪽)과 김광일 전 비서실장. 김현철씨 추락 이후 경복고 출신들이 연이어 현직에서 물러나고 있다.)

한때 문민정부 최대의 파워그룹으로까지 부상했던 ‘K2(경복고)사단’이 몰락하는가.

일제시대 경성고보였던 경기고 출신을 ‘K1’이라고 일컫는데 비해 경성 제2고보였던 경복고 출신을 정치권에서는 ‘K2’라고 부르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 이전에도 김 대통령 주변에는 이원종 전 정무수석을 비롯 해 신한국당 김덕룡 의원과 김기수 대통령 수행실장, 이인제 경기지사 등 경복고 출신 인사들이 상당수 포진해 있었지만, 경복고 인맥이 5, 6공 시 절의 TK(경북고 출신) 세력처럼 하나의 정치세력으로 부상한 것은 현 정 권 출범이후부터라고 할 수 있다.

현철씨 배경 실세그룹으로 급성장

특히 경복고 인맥이 급격히 형성된 주요 요인은 53회 출신인 김 대통령의 차남인 현철씨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소통령’으로 불렸던 현철씨를 매개로 각계에 있던 경복고 출신이 발탁되면서 실세그룹을 형성했던 것이 다. 김동진 국방장관이나 오정소 전 안기부 제1차장, 이석채 전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현 정부 들어 K2 사단을 구성했던 대표적 인물들이다.

이로 인해 13대 국회 때까지만 해도 4명에 불과한 경복고 출신 의원은 14 대에 11명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15대에는 여당에만 이한동(29회) 이재 창(31회) 이택석, 박명환(32회) 김덕룡 박범진(35회) 김철 이상현 맹형규 (39회) 이사철(46) 의원 등 10명의 현역이 포진하고 있으며, 야당에도 국 민회의 최희준 의원(29회)과 자민련 허남훈 의원(31회) 등 2명이 있다. 이 밖에 이병기 안기부 제2차장과 김기수 대통령 수행실장도 ‘K2사단’ 의 주요 핵심인사들이다.

그동안 ‘잘 나가던’ 막강 ‘K2사단’은 그러나 지난해 연말 노동법과 안기부법 날치기 사건에 이어 올초 한보사태 등으로 조성된 현 정권의 위 기상태가 계속되면서 쇠락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그 첫 조짐은 지난해 연말 오정소 안기부 1차장의 갑작스런 경질이었다. 경복고 39회 출신인 오씨는 92년 안기부 인천지부장으로 있다가 93년 새 정부 출범 직후에 안기부 2국장으로 승진한 뒤 2년 만인 95년 3월 다시 국내 정보의 총책인 안기부 1차장에 기용되는 등 고속성장을 했던 인물이 다. 안기부 안에서도 이처럼 빠른 출세는 이례적인 일로 받아들여졌었다.

현철씨와 이원종 전 정무수석의 후원을 받던 오씨가 밀려나고 후임에 이 정권 최대의 실세그룹인 ‘K0(경남고 출신을 일컬음)사단’의 일원인 박 일룡 경찰청장이 임명되자, 정치권에서는 현 정권의 두 파워집단인 ‘K0 ’와 ‘K2’간의 권력투쟁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유력하게 제기됐었다. 이 권력투쟁설은 당시 ‘K0’의 지휘관격인 김광일 청와대 비서실장과 ‘ K2’의 총참모장격인 이원종 정무수석간의 갈등관계와 맞물려 증폭됐었다 .

‘K2사단’은 오씨의 퇴진으로 ‘눈’을 잃어버렸다면 지난 2월27일 청와 대 비서실 개편 때는 ‘허리’가 뽑혔다. 최근의 정국상황과 관련해 문책 성 경질을 당한 이원종 정무수석과 이석채 경제수석은 모두 ‘K2 인맥’ 의 대들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현철씨 막후권력 행사에 주요 통로

이 정무수석과 이 경제수석은 업무의 성격이나 김 대통령의 신임면에서 당대 권력의 최고 실세들이었다. 특히 김 대통령 보좌를 위해 15대 국회 의원 진출을 포기한 가신 출신 이 정무수석의 정치적 파워는 상관인 대통 령 비서실장을 능가할 정도였다. 그는 재임 때 김광일 비서실장과 수석비 서관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 다툰 끝에 김 실장 주재의 수석비서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된다는 양해를 받아냈다.

두 경복고 출신 수석의 퇴진은 권력의 ‘머리’이자 ‘몸통’인 대통령의 차남 현철씨의 추락과 맞물려 있다. 두 사람은 현철씨가 막후 권력을 행 사하는 주요 통로 구실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복 출신 청와대 수석의 퇴진은 이들과 연결돼 있던 박범진 총재비서실 장과 김철 대변인 등 신한국당 주요 당직자의 거취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 로 보인다.

이와 함께 ‘K2사단’의 주가를 올렸던 3명의 여권 대선주자들의 뒷걸음 질도 경복인에게는 우울한 소식이다.

이한동 고문은 신한국당 대표 기용설이 나돌고 있으나, 대선주자 포기가 전제조건으로 논의될 정도로 차기 주자 대열에서 밀리는 양상이다. 김덕 룡 의원은 한보 수사 때 정태수 총회장으로부터 5천만원을 받았다는 설이 퍼져 상당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으며, 이인제 경기지사도 본인의 의지에 도 불구하고 차기 대열에서 이미 제외됐다는 평이다.

김종철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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