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언땅 밟으며 만복 부른다

“쳐들이세 쳐들이세 만복을 쳐들이세.”

지난 정월 대보름, 지하철 3호선 불광역 근처 풍물패 터울림 사무실(02-3 54-7302) 앞에는 푸짐한 젯상이 차려졌다. 우리 고유의 대보름민속인 지 신밟기놀이가 막 시작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정 순남(34.왼쪽두번째)씨의 목청이 낭랑하다.

“지신밟기란 음력 초순에서 대보름 사이에 가장 많이 행해지던 놀이입니 다. 지신을 토닥거려 집안의 안녕을 기원하고, 복을 비는 놀이였죠. 마을 을 달뜨게 하는 굿판이기도 했습니다.”

터울림은 지난 87년 이곳에 터를 잡았다. 불광시장 일대에서 지신밟기를 해온 지 올해로 꼭 10년이 된다. 그동안 이들은 이 놀이를 한번도 거르지 않았다. 풍물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터울림은 풍물운동의 출발점으로 통한다. 터울림이 해마다 가을 발표하는 풍물대동합굿 공연은 풍물공연으 로선 최대의 관객동원 기록을 갖고 있다고 한다. 회원들은 지난 95년 ‘ 민주노총 건설기념 풍물굿’에서도 실력을 뽐냈다.

“터울림을 통해 배출된 풍물인구가 1만여명을 헤아립니다. 공연횟수는 1 천여회에 이르고요. 그만큼 시대가 풍물을 요구했다고나 할까요.”

지신밟기가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시장은 신명나는 놀이판으로 변한다. 구경꾼들도 흥이 도는지 절로 어깨를 들썩인다. 한 할머니의 탄성이 유별 나다. “예전에 시골서 보던 건데, 젊은이들이 참말로 잘하는구먼. 오늘 걸판지게 놀아뿐져야 쓰겄구만.”

터울림의 풍물놀이는 올 가을에도 어김없이 이어진다. “오는 10월 공연 될 대동풍물굿판 ‘어영차 청청 해방세상 들래’에 많이들 구경오세요. 멋진 굿판을 펼쳐드리겠습니다.” 정씨의 초대가 풍물소리만큼 우렁차다.

김상준/ 자유기고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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