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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야기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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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 대단치도 않은 일을 가지고. 개인타이틀이라면 몰라도. 아무튼 기분좋은 일이죠.”
늘 그렇다. 서봉수(44)는 쉽게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오랜 승부의 세 계에서 자연스럽게 몸에 밴 생존본능이라기보다는 타고난 천성 탓이다. 그러나 어찌 대단한 일이 아닌가. 그는 얼마 전 제5회 진로배 세계바둑선 수권대회에서 일본과 중국의 내로라 하는 최고수들을 상대로 무려 9연승 을 올리면서 한국의 5연속 우승을 피워냈다. 단일 세계대회에선 최다연승 기록이다. ‘한물간 승부사’에서 ‘영원한 승부사’로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바둑을 잊지 않고 꾸준히 공부를 해온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은 듯합니다 . 그동안 몸이 많이 상해 체력이 약해지다 보니 성적이 나빴던 것 같아요 .”
지난 93년 제2회 잉창치배 세계대회 우승 뒤로 국내에서도 변방으로 몰린 그였다. `허울좋은 ‘4인방’의 일원일 뿐 국내기전에서 단 한개의 도전 권도 따지 못했다. 그러나 그를 기억하는 바둑팬들은 언젠가 그가 돌아오 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다. 지난 80~90년대 `조훈현이란 천재기사에게 번번이 떠밀리면서도, 잡초처럼 일어나 비수를 들이밀던 그가 아닌가. 진 로배가 끝나자 바둑인들은 그를 두고 “서봉수가 `야생마에서 `천리마로 다시 태어났다”고 평가했다.
“나이가 들면서 두터운 바둑이 마음에 든다”는 그이지만 승부기질만큼 은 나이를 먹지 않는다. “지금도 대국장에 들어갈 때는 늘 이겨야 한다, 이길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집니다. 바둑알 하나하나에 인생을 거는 거죠. ”
정상영 기자/ 한겨레 스포츠레저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