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1인무대’ 빛내는 탁월한 연주

무대엔 덩그러니 콘트라베이스 한대가 놓여 있다. 불쑥 명계남(45)이 나 타났다. 그는 관객들에게 인사말을 하면서 “영화 `초록물고기'가 더 재 미있을 텐데”라며 익살을 떤다. 그리고선 “배우는 재주나 끼가 아닌 ‘ 기’로서 연기한다. 배우는 관객으로부터 그 ‘기’를 받는다”고 배우론 을 펼친다. 연극 `콘트라베이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콘트라베이스'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희곡이다. 명계남은 마 치 자신의 인생을 얘기하듯 이 모노드라마를 이끈다. 오케스트라의 맨 뒷 줄에 처박힌 채 어느 누구의 주목도 끌지 못하는 콘트라베이스 주자. 하 지만 그는 만인의 사랑을 받는 프리마 돈나 ‘사라’를 사랑한다. 넋두리 같은 그의 사랑이야기는 때론 조근조근하게 속삭이고, 때론 목청을 높이 며 관객을 휘어잡는다. 그렇게 그는 2시간 동안을 쉴 새 없이 떠들었다. 어디까지가 연극이고 어디까지가 그의 이야기일까. 막이 내린 뒤 만난 그 의 와이셔츠는 온통 땀에 절어 있다.

“텔레비전 9시 뉴스의 헤드라인이나, 신문의 1면을 장식하는 인물만이 세상을 이끌어가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름없는 평범한 소시민들도 열심히 역사를 꾸려나가죠. 콘트라베이스는 바로 그런 사람들을 상징합니 다.”

사람들은 그에게 조연배우라는 꼬리표를 붙인다. 콘트라베이스와 그의 이 미지가 겹치는 것은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런 인생의 배 역을 흔쾌히 받아들인다. “글쎄요.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니고. 난 누구라도 날 필요로 하면 어느 역이든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번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연극도 하고요.” `콘트라베이스' 연주는 오는 4 월13일까지 계속된다. (문의: 02-762-0010)

권태호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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