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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주장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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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 날치기, 한보부도 등 국민들을 허탈하게 하고 분노하게 하는 이즈 음의 상황에서 한줄기 신선한 빛처럼 가슴을 시원하게 해준 소식이 있었 다면 ‘토종바둑’을 대표하는 서봉수 9단이 진로배에서 내로라 하는 일 본과 중국의 기사들에게 거둔 9연승의 쾌거라 생각한다.
그런데 한 가지 불만이 있다. 그것은 언론매체에서 김영삼 대통령을 두고 ‘정치9단’이라는 호칭을 써 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 대통령의 정치행 태를 9단으로 평가하는 언론은 정치적 안목이 도대체 수졸의 수준에라도 미치고 있는지 묻고 싶을 뿐이다.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이창호 이들 4인이 세계 정상에 우뚝 서서 콧대 높은 일본 기사들을 무릎 꿇게 하고, 13억 인구를 대표하는 중국의 기사 들을 머리 숙이게 만들 때 국민들이 느낀 자긍심과 통쾌함에 비견될 만한 느낌을 준 정치인이 어디 있었는가. 그러면서 ‘정치9단’이라는 표현을 함부로 사용하여 이들의 명예를 더럽힐 수는 없는 일이다. 국민들에게 실 망과 배신감만 안겨주는 정치인을 ‘정치9단’이라 부르는 것은 언론의 자가당착일 뿐이다. 자신의 수와 상대방의 수를 수십보 내다보면서 한수, 한수에 혼신을 다하는 입신의 바둑인들과 자신의 수도 예측 못하고 식언 을 밥먹 듯하는 이에게 무슨 공통점이 있는가.
바둑을 즐기는 <한겨레21>의 정기구독자로서 앞으로 지면에서 우리의 자 랑스런 바둑 4인방의 찬란한 명예를 더럽히는 ‘정치9단’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박충일/ 서울시 성북구 하월곡동 140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