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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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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비전에 이르는 길은 멀고도 험했다. 한국사회의 최고학부로 꼽히며 파워 엘리트를 양산하는 서울대에 다니는 그에게도 `한겨레21'의 퀴즈는 만만하지가 않았다. 주변의 친구들을 불러모아 머리를 싸맸어도 넘지 못 할 언덕이 있었다. 결국 컴퓨터통신의 여행·영화 자료실을 한 시간여 동 안 이잡듯 뒤진 끝에 낱말맞추기의 빈칸을 채울 수 있었다.
설날 퀴즈대잔치에서 가형 당첨자로 뽑혀 32인치 텔레비전을 받은 강희태 (23)씨는 서울대 의과대 95학번이다. 대학에 다닌 햇수로는 본과 1학년이 되어야 맞지만 의대생들이 피하기 어려운 필수코스(?)로 여기는 유급을 당해 예과 2학년을 다시 다녀야 한다. “사람들 사이에서 세상살이를 배 우느라 학업을 소홀히 했나 봐요. 주변의 우려에 크게 개의치 않아요. 더 소중한 것을 많이 배우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는 신림7동 남부고등공민학교의 교사를 맡고 있다. ‘남부야학’으로 잘 알려진 그곳은 구로공단 등지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주경야독을 위한 소중한 배움터다. 지난해 5월에는 화재로 건물이 전소되는 아픔이 있기도 했지만 주위의 따뜻한 손길로 무사히 재건축을 마쳤다. 그의 당첨으로 남 부야학은 경사를 맞았다. 대형 텔레비전을 감당할 수 없는 자취방에 사는 그가 야학에 텔레비전을 기증하기로 한 것이다. “집에서 텔레비전 볼 시 간도 없어요. 야학에서 비디오를 통한 영상수업을 하기에 안성맞춤이죠. ”
그는 학생과 교사 사이를 분주히 오가며 인간에 대한 애정을 가꾸어간다. “최근의 `한겨레21'에 따뜻한 이야기가 그다지 보이지 않아요. 분노와 감동이 어우러져 일상에 윤기를 주었으면 합니다.” 아름다운 젊음을 간 직한 그가 산재병원이나 지역의료시설에서 하얀 까운을 입고 있을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김수병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