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주장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안중근 의사를 지폐에 새기자

만원권=세종대왕, 오천원권=율곡 이이, 천원권=퇴계 이황으로 우리나라 지폐의 인물의 전부이다. 금융기관에 종사하는 말단 직원으로서 우리나라 지폐의 인물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몇자 적는다 .

세종대왕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알겠지만 퇴계와 율곡은 학교시절 시험용 으로 암기한 정도가 전부라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개인적인 무지라 하면 할말은 없다. 하지만 늘상 주머니에 어떤 형태로든 존재하는 사람에 대한 의미를 제대로 알 수 없다면 문제라고 생각한다. 한 나라의 지폐에 그 나라의 정신·문화적인 유산으로서 의미있는 인물이 오른다고 했을 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지폐등장인물의 성격을 확연히 알 수 있다. 최고의 지폐인 만엔의 후쿠자와 유키치는 근대화의 기수로 꼽히며 정한론을 주창 한 극우세력의 지주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천엔에 자리했던 도요토미 히 데요시는 천하통일 영웅에 오른 임진왜란의 주범으로 우리에겐 기억이 좋 지 않은 인물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천원권과 오천원권에서 아무 것도 얻는 것이 없는 반면 일본은 재 무장의 정신적 토양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을 따라잡자며 제아무 리 극일논리를 외쳐대도 그것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누구도 장담 못한다. 일본의 각료가 망언을 일삼는가 하면 종군위안부 문제마저 국가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민간단체의 주도로 이루어지는 등 일본이 번번이 발뺌을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그것은 우리가 제대로 극일적 관점을 세우지 못한 결과라 생각한다.

저들이 잊지 않고 기억하도록 우리의 주머니에 넣고 다녀야 한다. 안중근 의사의 절지된 장인을 하루에 한번씩 본다면, 그래서 이토 히로부미를 생 각한다면 표절을 해도 일본것을 하겠는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차원에서 지폐의 인물을 바꿨으면 한다. 가장 적극적인 방법으로 일제에 저항했던 안중근 의사를 등장시키는 것이다. 그것이 우리 민족의 정기를 회복하는 한 과정이 되리라 믿는다.

김종진/ 부산시 영도구 청학동 223-1 부산은행 청학동지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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