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엽서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한겨레21 146호를 말한다


“북한 식량위기가 망명 불렀다”

커버스토리 ‘황장엽의 마지막 선택’을 읽는 마음이 착잡하기만 했다. 북한의 체제 이데올로기를 정립한 주역이라 알려진 그의 망명이 우리 사 회에 몰고올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망명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총파업 정국을 몰고온 날치기 파동과 한보사태가 일거에 조용해졌다. 그 의 마지막 선택의 고뇌를 제대로 알지 못하기에 뭐라 할 말은 없지만 그 것이 북한의 위기를 해결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 지는 의문스럽다. 북 한 사회를 지탱하는 주체사상을 체계화한 그 역시 분단의 희생양일 수밖 에 없다. 개인의 안일한 삶을 꾀하기 위해 망명이라는 극단적 방법을 선 택했으리라 보지는 않는다. 그가 북한의 식량위기를 국제 사회에 알려 해 결할 최후의 수단으로 망명을 택한 것은 아닐까.

김덕호/ 전북 군산시 경암동 668-1 11/3


정부는 안보논리에 이용하지 말라

북한 사회를 유지해나가는 주체사상의 내용적 완성자로 알려진 황장엽 비 서의 망명은 충격적인 사건임에 틀림없다. 국민들이 당혹감을 넘어 심한 어지럼증을 느낀 것은 그가 북한의 고위급 인사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철 강왕국의 제왕을 꿈꾸던 정태수 일가의 대출 커넥션을 잠들게 하고, 날치 기 정국을 시들게 한 여진도 있었다. 황장엽 비서의 망명 배경에 대한 여 러 추측과 설이 난무하는 가운데 그의 한국행은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언젠가는 오리라 믿는다. 현정권은 망명이 성사되었을 때 황 비서 를 개악된 안기부법의 정당성을 강변할 제물로 삼는다든지 박제화된 반공 교육 등에 이용해서는 안 될 것이다. 황 비서 자신이 자술서에서 밝혔듯 이 민족의 화해와 통일을 위해 마지막 경륜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김태수/ 전남 목포시 상동 현대아파트 102-1201


벼랑끝 북한을 흔들지 말아야 한다

황장엽 비서 망명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이한영씨의 권총피격사건이 발생했다. 북한 김정일 비서의 동거녀의 조카로서 한국에 영원히 살기를 바랐던 그의 파란만장한 삶을 생각할 때 안타까운 마음이 앞선다. 공안당 국은 곧바로 북한의 보복테러일 가능성이 크다는 진단을 순발력 있게 내 놨다. 하지만 이런 섣부른 진단은 북한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면밀한 조사로 실증적인 자료와 근거를 제시하는 가운데 결과를 발표해야 마땅한 일이다. 더구나 황 비서의 망명으로 벼랑끝에 몰린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 시킬 게 분명하다. 공안당국은 북한을 더이상 흔들지 말아야 한다. 그것 이 남북이 공존하는 길이라 믿는다.

유지훈/ 서울시 영등포구 양평2동 벽산아파트 103-1204


핵은 지구적 차원의 재앙이다

특집Ⅱ ‘꿈의 에너지에 신음하는 월성’은 대단히 충격적인 기사였다. 대만 핵폐기물 사건에 대해서는 그토록 민감하면서도 국내의 사정에 대해 서는 무감각한 현실의 단면을 보는 듯했다. 체르노빌 원전참사를 굳이 재 론하지 않더라도 핵은 인류의 재앙으로 지구적 문제이다. 정부와 한전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소량의 폐기물은 안전하다고 주장할 일이 아니 다. 기형물고기가 잡히는 바다의 오염은 국토의 오염을 증명하는 것이다. 한보에 투자된 5조억의 재원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투자되었으면 후손을 위한 조상의 선물로 길이 기억되고도 남음이 있었을 것이다. 이제 불안한 신화를 과감히 포기하고 안전한 금수강산을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것이 다.

이진호/ 경기도 수원시 권선구 세류3동 866


우리 조건의 대체에너지 개발하라

우리는 영화의 내용처럼 후손들에게 파괴되고 삭막한 미래를 물려줄지 모 른다. 그뿐이 아니다. 후손들마저 기형아 또는 돌연변이로 태어나 비극적 으로 삶을 마감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안전성과 피해대책이 미비한 상태에서 원자력 양산체제에 들어가 피해사례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정부는 선진국에서 버림받은 원자력발전에 미련을 두지 말고 우리의 자연조건에 맞는 대체에너지 개발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우 리에겐 풍부한 태양에너지를 비롯한 여러 대체에너지 개발조건이 있는 것 으로 알고 있다.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로운 에너지 정책을 추진해 야 한다. 원자력발전에 우리의 운명을 맡길 수는 없는 일이다.

신현애/ 경기 하남시 덕풍2동 371-13


현대화의 폐해 전통으로 극복

월드 ‘현대화 물결의 농민왕국’은 부족사회에서 농민사회로, 다시 산업 화의 여진이 감도는 멕시코 농민공동체의 실상을 보여주었다. 자본의 힘 이 공동체의 분열을 초래하고 있음이 안타깝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아름 다움은 항상 땀이 함께 한다”는 생각으로 토지를 일구며 희망을 여는 그 들에게서 우리의 잃어버린 전통을 생각했다. 우리는 무조건 잘살아야 한 다는 당위명제를 받아들인 가운데 중심을 잃은 개발로 소중한 우리것을 너무도 많이 잃어버렸다. 멕시코 사람들이 과감히 중앙정부에 맞서 골프 장건설 반대투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던 것은 전통을 지키려는 몸부림의 결과라 생각한다. 전통의 힘으로 현대화를 성공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으 리라 기대한다.

김현수/ 서울시 관악구 신림8동 567-20


국내선수들, 예절부터 배워야 한다

흐름 ‘용병돌풍, 오빠부대 부른다’를 읽고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프로 농구 출범 이후 용병선수들의 화려한 플레이가 농구장의 관중들을 매료시 키고 있다. 이에 비해 몇몇을 제외한 국내선수들은 제 기량을 펼치지 못 해 ‘오빠부대’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하지만 더 안타까운 것은 국내선 수들은 경기력에서 떨어질 뿐만 아니라 운동예절에서도 한수 아래라는 사 실이다. 마치 반칙이 경기내용인 듯 고의적인 반칙을 일삼으며 심지어는 쓰러진 선수의 머리에 발길질까지 해대는 모습도 보인다. 그런데 ‘오빠 부대’를 불러서 무엇을 보여주겠는가. 어린 학생들이 경기의 묘미를 만 끽하며 운동정신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선수들의 태도라 생각 한다. 국내선수들의 자성과 정화가 필요하다.

김주일/ 인천시 서구 가좌2동 공작아파트 가-503


너무나도 서구적인 문화기행 광고

우리것에 대한 사랑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음이 참으로 안타깝다. 그러나 한편에선 체계적으로 우리것을 지키려는 노력이 엿보여 다행스럽게 생각 한다. 우리것에 대한 사랑이 그저 일상을 장식하고 꾸며주는 데 그치지 않고 민족의 숨결이 현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를 소망한다. 우리것을 찾 는 것이 여유있는 사람들의 ‘시간죽이기’에 들러리가 될 수는 없는 일 이다. 한겨레문화센터의 문화기행 광고는 그런 우려를 현실로 보여주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우리 문화유산에 대한 관심이 21세기 문화창조 의 토양이 된다면서 어찌 외국의 배경사진을 쓸 수 있단 말인가. 더욱이 기행일정의 글씨가 너무 작아 돋보기를 쓰고 읽어야 할 정도였다. 우리것 은 배경사진으로 쓸 수 없다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광고다. 이재훈/ 서울시 구로구 고척1동 57-16 평화약국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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