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복제인간은 선인가 악인가

(사진/"DNA 조작은 그 어떤 것도 안 된다." 유전자 토마토의 시장판매에 항의하는 독일의 생태학자들.)

컨트리뮤직 가수 돌리 파튼의 이름을 딴 ‘복제 양’ 돌리가 영국 에딘버 러의 로슬린연구소를 진원지로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태어나면서 바로 7 년생 어미양의 모습을 한 돌리는 ‘원자폭탄의 발명만큼이나 논란으로 가 득 찬’ 과학기술이라는 평을 받으며 논쟁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특 히 연구팀장인 이안 윌머트 박사의 “인간복제 가능성도 있다”는 발표는 ‘복제인간’을 단순히 공상과학소설쯤으로 여겨온 일반인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복제인간은 히틀러의 세계관?

이 사건을 접한 영국사회는 과학기술의 새로운 발전이라는 칭송보다는 윤 리적 함축성에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돌리 이야기가 실린 직후 지난 2월27일 최초의 공식회의를 가진 정부 신 설 ‘유전공학 자문위원회’의 켐벨 위원장은 “복제 양 탄생을 계기로 인류 보건 향상에 놀라울 정도의 개선이 있으리라는 기대와, 끔찍한 위험 을 초래할 것이란 우려가 함께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또한 이 언 테일러 과학기술 장관을 통해 생식과학기술에 관한 정부의 규제가 더 욱 철저하게 시행될 것이라고 발표해 대중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데 주력 하는 표정이다.

특히 이번 연구의 비윤리적 측면을 강조하고 있는 이는 노벨평화상 수상 자인 조셉 로트블라트 교수다. 그는 와 가진 인터뷰를 통해 “과학 의 무분별한 발전을 통제하기 위한 범세계적 기구가 만들어져야 할 것” 이라고 역설하고 나섰다. 로트블라트 교수는 유전공학과 같은 민감한 기 술은 자칫 인류의 대량파괴를 위한 수단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 고했다.

그러나 생물학적으로 같은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더라도 동일한 인간이 될 수는 없다고 보는 견해도 있다. 인간을 형성하는 문화적, 사회적 영향력 을 동일하게 조절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더 타임스>의 나이 젤 호크스는 단순히 복제 그 자체보다도 기술과 상황윤리간의 예측불가능 한 사태진전이 더 큰 문제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백혈병에 걸린 아이가 적당한 골수제공자를 찾지 못한 경우, 복제인간을 만들어 그의 골수를 이식하면 문제가 해결되겠지만 이 경우 인간을 수단으로 쓴다는 근본적인 비판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또한 새로 생긴 아이를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도 인간의 상상을 넘어서는 상황이다. 일부 전문가는 현재 영국법이 인간복제에 대한 어떤 시도도 불법으로 규 정하고 있음을 지적하며, 현행법이 시행되는 한 복제인간의 가능성을 놓 고 논쟁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로슬린연구소 연구팀은 이렇게 판도라의 상자를 열었다는 등의 부정적 판 정 때문에 정작 연구성과 자체의 평가는 뒷전으로 밀리자 불만을 표시하 고 있다. 로슬린연구소의 ‘생명과학 연구위원회’ 위원장인 레이먼드 바 커 박사는 이 기술이 복제인간의 양산에 기초를 놓았다는 비난을 일축하 면서 “과학적인 관점에서 볼 때 이것은 대단한 발견이며 영국에서 최초 로 이런 업적을 이룩했다는 데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고 생각한다” 고 밝혔다. 암치료와 같은 의학발전에 획기적 진전을 기대할 수 있으리라 는 희망적 태도였다. 사실 지난해 로슬린연구소는 이미 인간모유의 단백 질인 ‘알파 1 안티트리스핀’을 함유한 우유를 생산하는 양을 만들어냈 다. 복제 양 돌리와 함께 모습을 보인 메간과 모그라라는 두 마리의 양이 바로 이 ‘모유생산양’이다.

그러나 일단 이룩된 과학적 성과는 언제, 어떻게든 남용될 수 있음을 지 적하는 우려의 소리가 세계 각처에서 제기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과학계 는 나치 치하에서 아리아 인종의 우월성을 놓고 우생학적 시도를 한 경험 이 있기 때문에 인간복제 가능성에 극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디벨 트>는 “인간복제는 히틀러의 세계관과 다름없다”고 논평했고 <디 자이 트>는 “새 히틀러의 탄생이 멀지 않았는가?”라고 물어 이 문제의 현실 적 공포를 생생히 드러냈다. 영국에 비해서 인공수정에 관한 법 적용이 느슨한 미국도 복제기술 제한방안의 검토에 들어갔고 중국과 유럽 각국은 현재의 복제기술이 궁극적으로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의미한다고 보고 조 사를 진행중이라고 외신은 전한다.


복제고기가 대량 시판된다면…

원래 이번 연구는 스코틀랜드의 생명공학 회사인 PPL의 지원으로 이루어 졌다. 대량 소비를 위한 양질의 양고기 생산의 한 방편으로 복제 양이라 는 파격적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돌리의 발표가 있자마자 이 회사의 주 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나 동물복제의 상업적 잠재성이 단순한 이론 적 차원이 아님이 입증됐다. 복제 양의 발견이 축산업에 적용될 경우 소 ·돼지 등 ‘최고 품질의 건강한 고기’를 언제나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 이 있다. 그러나 대량복제수단으로 시판될 규격화된 고기를 소비자가 얼 마나 납득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이번 사건을 다루는 언론과 사회의 태도는 전반적으로 신중하며 논의의 수준이 공상과학소설식의 공포스토리로 떨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그렇지만 복제생명의 탄생이라는 전대미문의 현실 앞에서, ‘ 현대는 본질적으로 예측불가능한 위험성의 사회’라는 앤터니 기든스(런 던정경대학 학장)의 주장을 곰곰이 반추하는 영국인들이 많아 보이는 것 또한 사실이다.

런던=권은정 통신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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