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이제 당신도 복제될 수 있다

(사진/영국 에든버러 로슬린연구소가 탄생시킨 복제 양 돌리. 공개되자마자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으며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복제인간의 탄생은 이제 시간문제인가?

유전공학이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면서 공상과학영화나 소설 속의 등장인 물인 복제 인간의 출현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죽은 생명체도 복제할 수 있어

영국 에든버러의 로슬린연구소는 지난 2월23일 생물학사에서 또하나의 획 을 긋는 연구결과물을 공개했다. ‘돌리’라는 이름의 생후 7개월째인 새 끼 양으로 세계 최초의 복제 양이다. 이 연구소의 이언 월머트 박사가 이 끄는 연구팀은 지난해 7월 유전자의 세포핵 이식기법으로 돌리를 탄생시 키는 데 성공했다. 로슬린연구소는 그동안 돌리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어느 정도까지는 성장을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 도중에 죽거나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또 특허를 등록하는 데 도 시간은 필요했다. 그리고 7개월이 지난 지금 자신감을 얻게 된 로슬린 연구소는 마침내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았다. 로슬린연구소에 따르면 6년 생 암양의 젖샘 세포에서 채취한 세포핵을 또다른 암양의 세포핵이 제거 된 난자와 합성시킨 뒤 대리모격인 제3의 암양의 자궁에 이식함으로써 처 음 세포핵을 채취했던 암양과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새끼양을 탄생시켰다 는 것이다.

돌리의 탄생은 1952년 복제 개구리, 1983년 복제 생쥐, 1990년 복제 송아 지에 이어 생명체의 복제가 양으로까지 이어졌다는 것 훨씬 이상의 생물 학적 의미를 갖는다.

우선 지금까지의 동물복제는 생식세포를 이용한 것이다. 수정란을 분할해 서로 똑같은 형질의 유전자를 가진 다수의 새끼들을 탄생시키는 것이다. 사람으로 따지면 일란성 쌍둥이들을 낳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와 자식간 에 유전자가 다른 것처럼 1세대와 2세대의 유전자는 다르지만 2세대들의 유전자는 서로 같다. 그런데 이번 양 복제는 생식세포가 아닌 일반 체세 포를 이용함으로써 1세대의 유전자를 100%로 물려받은 2세대를 탄생시킨 것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생명과학연구소 이경광 박사는 “쉽게 말해 나 자 신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다. 사람은 부모로부터 유전자를 반반씩 가져온 다. 따라서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한쪽만을 똑같이 닮을 수는 없다. 부모 로부터 좋은 형질과 나쁜 형질의 유전자를 골고루 이어받는다. 그러나 체 세포 복제는 유전자를 제공하는 사람의 유전자를 그대로 물려받게 된다. 마치 원고를 복사기 위에 놓고 똑같이 복사하는 셈이다. 물론 환경적 요 인은 배제된다는 가정 아래서 말이다. 일란성 쌍둥이라도 교육과 영양 상 태 등에 따라 전혀 다른 사람들로 성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

돌리의 탄생이 갖는 또하나의 의미는 세포 복제 과정에서 냉동상태를 거 쳤다는 점이다. 돌리처럼 세포를 특정한 화학물질로 처리한 뒤 냉동상태 에서 보존하면 사후를 포함해 훗날 언제라도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생명 체를 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과거에 죽은 생명체가 적절한 기술로 현재 냉동 보존돼 있다면 지금 다시 그 생명체를 복제해 낼 수 있 다는 것이다.

이같은 의미를 가진 돌리의 탄생은 유전공학 분야에서 획기적 진전이 이 뤄질 때마다 어김없이 나타나는 초미의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바로 인간에 대한 적용 가능성 말이다. 과연 복제인간의 탄생은 가능한 것인가?


국내서도 가능한 배자 복제기술

결론적으로 말해 가능하다. 로슬린연구소는 “복제 양의 기술로 복제인간 역시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양과 인간이 같은 동물인 이상 이 론적으로는 한 종의 복제에 이용된 기술이 다른 종에도 그대로 이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생식세포를 이용해 동물복제 기술을 진행 해온 다른 과학자들처럼 로슬린연구소 역시 이 문제에 대한 언급에서 매 우 조심스럽다. 인간에의 적용 가능성 문제가 제기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 러워 한다. 이것이 단순히 기술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윌머트 박사는 23일 영국 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복제 양 탄 생 기술이 잘못 사용될 가능성을 잘 알고 있으며 복제 양 탄생과 관련한 정보를 관계당국과 윤리학자들에게 전달했다. 우리는 이 기술을 사용할 것인지 아니면 금지시킬 것인지를 결정해야 하는 문제가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런 종류의 기술을 인간에게 적용한다면 그것은 정말 비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 분명하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개발된 동물복제 기술은 이론상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이 가능 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고 동물복제 기술로 체세포를 이용한 것은 양이 처음이지만 생식세포를 통한 것은 현재 상당히 광범위하게 퍼져 있 다. 소의 경우 지난 90년 미국 위스콘신주립대학 산하 수의학연구소가 처 음으로 복제 송아지 시험 생산에 성공한 뒤 93년에는 일본에서도 같은 기 술을 개발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95년 서울대 수의과대학 황우석 박사가 수정란 분할 방식으로 복제 송아지를 출산시켰고 지금은 양산단계에 있다 . 현재 전국 각지의 농장에 2백50여마리의 복제 송아지가 사육중이며 황 박사는 농림부의 지원으로 오는 4월부터는 복제 수정란을 개당 2만원의 싼값으로 전국 농가에 대량 공급할 계획이다.

이처럼 동물복제가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지만 동물을 통해 성공한 복 제 기술이 인간을 대상으로 실시된 것은 공개적으로 단 한차례뿐이었다. 지난 93년 10월13일 미국 조지워싱턴대 메디컬센터 시험관 수정프로그램 팀인 제리 홀과 로버트 스틸먼 교수가 인간의 배자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 다. 다시 말해 동일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계속 탄생시킬 수 있는 기 술을 개발한 것이다. 이들은 불임치료를 위해 인간 배자에서 세포를 분리 시킨 뒤 여기에 난세포의 투명대와 비슷한 물질을 입혀 영양을 공급하는 방법으로 세포 분열을 유도해 새로운 배자를 복제했다. 이 방법을 이용하 면 불임부부가 체외수정을 통해 배자를 복제한 뒤 그중 하나를 자궁에 착 상시켜 출산하고 나머지는 냉동보관했다가 훗날 첫 아기와 똑같은 아기를 출산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똑같은 유전자의 인간이 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연구팀은 인간의 수정란을 14일 이상 실험하지 못하도록 한 미국 수정학회의 규정에 따라 6일 만에 새로 만들어진 배자들을 모두 폐기했다. 인간 배자 복제의 유일한 공개기록이다.

이 배자 복제 기술은 국내에서도 가능하다. 다만 윤리적 문제 때문에 시 도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유전자 개량 금지’ 얼마나 갈 것인가

(사진/수정란 분할방식을 통해 복제 송아지를 출산시킨 황우석 박사 연구팀.)

차병원 여성의학연구소 정형민 연구실장은 “국내에서도 기술적으로는 생 식세포의 수정란 분할 방법으로 똑같은 유전자를 가진 신생아들을 탄생시 키는 것이 가능하다. 차병원 영동제일병원 마리아병원 등 몇몇 병원들의 경우 수정란을 분할할 수 있는 인력과 미세조작기 같은 첨단 기기를 갖추 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기술의 문제라기보다는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느 곳도 시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과학자들이나 의사들은 인간복제가 기술 문제가 아니라 윤리와 종교의 문 제이기 때문에 양식이 있다면 감히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의 동물복제 실험이 식량난 해결을 위한 생산 증대와 유전병 같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이뤄진 것 또한 사실이다. 또 인간복제 가능성을 법적 제도적으로 막으려는 움직임 또한 강력하다. 유럽 국가들은 올해 초 미래의 인간을 변화시킬 어떠한 유전자 실험도 엄격히 금지하는 ‘생물윤 리강령’을 제정했고 미국도 돌리 공개 이후 클린턴 대통령이 대통령생명 윤리자문위원회에 동물복제의 법적 윤리적 문제를 검토해 90일 안에 그 결과를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의 도덕과 윤리 그리고 법적 제도적 장치들이 과연 인간 복제 시도를 막을 수 있을까? 인간의 탐욕과 가속이 붙어버린 유전공학의 발전 앞에 과학자의 윤리와 제도적 장치가 힘을 발휘할 수 있을까? 더욱 이 인간복제 기술은 이제 널리 알려졌을 뿐 아니라 핵무기 개발처럼 막대 한 자금이 요구되지도 않는다.

피츠버그의대 정신의학과 교수인 윌리엄 가드너 박사는 지난 95년 <의학 과 철학 저널>에서 ‘인간 유전자의 개량은 금지될 수 있을 것인가?’라 는 논문을 통해 인간복제의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그는 “유전자 개량 이 가능한 상황에서 그런 기술을 통해 부모는 뛰어난 지능과 체력을 갖춘 아이를 낳고 또 국가는 숙련된 인적 자원을 확보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특정 사람과 집단의 결정이 다른 사람들의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 는 경쟁 구조 속에서 유전자 개량 기술을 선택하는 것은 합리적으로 평가 받게 될 것이다. 결국 어느 누군가가 금지된 기술을 사용하기 시작하기만 하면 금지는 쉽게 허물어질 것이다. 결국 미래는 유전자 개량이 확대재생 산되는 사회가 될 것이다”고 주장했다.


지금 어느 외딴 섬에선가…

가드너 박사의 지적은 경쟁력 지상주의가 개인과 집단을 불문하고 전세계 적으로 설파되고 있는 상황에서 설득력을 갖는다. 특히 세계 주요국가들 은 유전공학을 미래산업의 핵심으로 보고 80년대 이후 국가과제로 설정해 경쟁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92년부터 유전공학을 국가선도기 술 개발사업(G-7프로젝트) 과제로 삼아 지원하고 있다.

유전학의 세계적 권위자인 패트릭 딕슨은 자신의 저서 <유전혁명>에서 “ 지난 85년 영국의 한 유전공학자가 복제인간을 만들기 위해 태아를 무성 생식시키는 실험을 비밀리에 수차례 시도하다가 실패한 일이 있다”고 폭 로해 충격을 던져 주었다.

지금 어느 외딴 섬의 격리된 연구소에서 특정국가나 특정인에 의해 비밀 리에 인간 복제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추측해본다면 것은 과연 과대망 상일까?

안재승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