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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재에서 |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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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차라리 교육부라는 데가 없었으면 좋겠다.
세상을 뒤흔드는 입시라는 걸 보자. 요즘 들어선 한해라도 그 제도가 바 뀌지 않는 해가 없을 정도가 아닌가. 다 그 잘난 교육부 탓이다. 논술이 라는 게 판치는 해가 있다간 갑자기 봉사니 선행이니 종합생활기록부가 방귀를 뀌고 나선다. 특차라는 게 등장하더니 정시모집 4지망까지 나타난 다. 그네들이야 뭔가 나은 제도를 만든다고 만지고 부수고 두들겨대는 것 이겠지만, 그 통에 해마다 거의 1백만을 오가는 수험생들과 수험대비생들 이 정신없이 오락가락해야 한다. 논술용 서적에 불이 붙고, 사회봉사활동 관련기관들의 문지방과 전화통이 거덜난다. 교사들이 넋을 잃고 학부모도 널을 뛰어야 한다. 크게 보면 21세기 거대한 도전의 물결에 전혀 기여하 지도 못할 것 같은 내용을 가지고 숱한 국가의 에너지와 노력을 그렇게 비효율적으로 돌아가도록 한다. 교육부라는 데가 제대로 된 교육철학과 미래전망을 세우는 데 게으르거나 무능했다는 것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식으로 입시를 통해 전국민을 잡고 또 계속 잡겠단다.
다시 신학기가 왔다. 과연 올해는 그 촌지라는 이름의 돈봉투는 사라지는 걸까. 아이가, 학부모가 즐겁고 흔쾌한 마음으로 학교를 오가고 학교를 바라볼 수 있는 걸까. 왠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올해도 여전히 학 부모들은 학부모대로 교사들은 교사대로 자녀를 가운데 놓고 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여야 할 게다. 그러면서 그 놈의 봉투는 막을 수 없는 물줄기처럼 더더욱 기승을 부릴 게다. 세상이 이런 판인데 그 교육부라는 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차라리 없어진다면 다른 길이라도 찾을 수 있 는 게 아닐까.
저 끔찍한 사교육비를 생각해보자. 초등학교 다니는 딸네미 피아노 발레 학원 보내느라 월급장이 아빠 허리가 휘고,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네미 과 외부 대려고 3급인가 4급 짜리 공무원의 부인도 파출부로 나간다는데 교 육부라는 데는 여전히 말이 없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이 시대 누구 못지 않게 용감하게 고집을 밀고 나가 는 게 있다. 전교조 문제다. 절대 교원노조만은 허용할 수 없다며 또다시 수천명의 교사들을 현행법의 이름 아래 무더기 징계할 태세이다. 말은 군 사부(君師父) 일체라면서도 1천5백22명의 교사를 굴비엮듯 잡아다 해직시 킨 것을 벌써 까맣게 잊고 다시 무더기 징계 해고의 칼날을 휘두를 참이 다. 자기들만이 진정한 스승이란 말인가.
과연 이런 교육부는 있어야 하는 걸까, 없어도 좋은 걸까. 납세자의 한 사람으로서 묻고 싶다.
한겨레21 편집장 오귀환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