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1997년03월13일 제 148호 한겨레21

또 한번 잘라버려?

(사진/되풀이돼선 안 될 비극. 89년 5월28일 한양대에서 열린 교직원노조 결성대회장에서 결찰에 의해 `굴비두름'처럼 끌려가던 교사들.)

또다시 대량해직의 ‘칼바람’이 불 것인가.

최근 전교조의 활동에 대해 교육당국이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강경한 의 법조치를 선포하고 나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국 15개 시·도 교육감 들은 지난 2월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사학연금관리공단에서 회의를 갖고 전교조의 합법화 투쟁에 가담하는 교사들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로 결의했다.


“가족들 협박, 전교조 탈퇴 종용”

교육감들은 결의문을 통해 △94년 전교조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고 복직한 뒤, 각서내용을 위반하거나 △학교 내에서 ‘교원·공무원의 노동기본권 보장’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한 교사에 대해서는 법에 의거 해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표했다.

교육감들의 이런 입장표명은 이날 전교조 활동을 불법으로 규정한 안병영 교육부 장관의 담화 뒤 후속조치로 나온 것이어서 앞으로 전교조 활동 교 사에 대한 무더기 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안 장관은 “일부 교원들이 소위 ‘전교조 합법화’를 둘러싸고 서명운동 , 농성, 소속원 명단공개, 나아가 최근에는 이른바 ‘노동법 수업’ 등 교원의 신분으로서는 허용될 수 없는 불법행동을 해왔다”면서 “정부는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2세 국민교육의 막중한 책임을 수행하고 학생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어떤 위법행위도 용납될 수 없으며, 이를 어기는 관련 자는 예외없이 의법조치되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로서 교육당국이 전교조 활동 교사들에 대해 어느 정도 수준으로 ‘ 칼을 댈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전교조가 지난 2월19일 합법화 투쟁의 일환으로 1천명의 조합원 명단을 공개하기 시작한 이후, 각 시·도 교육 청별로 조사에 나서 조만간 징계절차에 나설 예정이어서 어떤 형태로든 상당수의 현직교사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따라 자칫 89년 대량해직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겠느냐는 우려의 목 소리도 나오고 있다. 전교조는 89년 5월28일 2만3천여명의 발기인으로 결 성된 이후, 그해 6월부터 교육당국에 의한 전교조 가입 교사 해직이 시작 돼 다음해 7월까지 모두 1천5백22명이 교단을 떠나야 했다. 그뒤 우여곡 절 끝에 94년 3월 정부의 전교조 관련 해직교사에 대한 복직조치로 1천3 백46명이 신규특별채용 형식으로 교단에 복귀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3 백40명은 미복직상태다.

전교조는 현재 조합원 수가 1만5천여명이며, 후원회원만도 3만여명에 이 른다고 밝히고 있다. 전교조는 현재 2천명의 조합원 명단을 언론 등을 통 해 공개한 상태다. 교육감들이 전교조 결성에 가담한 교사들에 대해 징계 를 내리겠다고 이미 밝혔기 때문에 공개된 2천명은 우선 징계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전교조에 따르면 교육부의 지시에 따라 현재 각 시·도 교 육청별로 노동법 공동수업에 참여한 교사와, 명단이 공개된 전교조 교사 에 대해 징계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각 교육청에서 관련 교사들에게 문답서를 받거나, 장학사들이 직접 전화를 걸거나 집까 지 방문해 가족들을 협박하며 전교조 탈퇴 등을 종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탄압 가시화되면 강력한 맞대응

실제 노동법 공동수업과 관련해서 충주 주덕중 오황균 교사와 경북기계공 고 이석우 교사가 교육청으로부터 중징계 통보를 받았다고 전교조는 밝혔 다. 전교조는 교육부가 이처럼 징계를 강행한다면 89년과 같은 대량해직 을 각오해야 한다면서 “탄압이 가시화하면, 계속 단계적으로 조합원 명 단을 공개할 것”이라고 강력한 맞대응을 하고 있다.

특히 전교조는 “국민의 교사로서, 다시 해직 등 어떠한 희생이 따른다 하더라도 전교조 합법화와 올바른 교육개혁을 위해 총력 투쟁을 벌일 것 ”이라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경대응 방침에도 또다시 대량해직 사태가 발생할 것 같 지는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전교조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분위기 로 봐서 일정 정도의 징계는 있을 것이지만, 해직시키는 사태까지 가겠느 냐”고 말한다. 특히 김영삼 정권이 이래저래 궁지에 몰리고 있는 마당에 정권말기 전교조 활동을 이유로 무리하게 대량해직이라는 칼바람을 일으 키겠느냐는 시각이 일반적이다.

김경무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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