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한겨레21

김현철 비자금은 해외에?

김현철씨에 대한 야당의 십자포화가 시작됐다. 임시국회 대정부질문 첫날 인 2월24일 국민회의 임채정 의원은 두 가지 ‘중대 사실’을 폭로했다. 첫째는 현철씨가 젊은 기업가와 재벌2세를 중심으로 재계를 관리해 왔다 는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는 한보철강 설비 도입계약에도 현철씨가 깊이 개입했다는 의혹제기다.

첫째와 관련해서 임 의원은 현철씨의 재계관리 방식과 인맥을 비교적 소 상히 밝혀 상당한 정보가 있음을 은연중에 과시했다. 특히 재계관리에 안 기부를 이용했다는 점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정치권에 엄청난 충격을 던 져줄 것으로 보인다. 국가권력을 현철씨의 사권력화 했다는 얘기이기 때 문이다.

‘한국유엔청년협회’는 김현철 자금줄

임 의원은 “김현철씨는 2개의 그룹으로 나누어 재계를 관리한 것으로 알 려졌다”고 주장했다. 제1그룹은 재벌2세로 구성된 ‘황태자 그룹’이라 는 것이다. 중요한 사실은 여기에 한보그룹 정보근 회장이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코오롱 이 아무개씨, 한라그룹 정아무개씨, 쌍용증 권 김아무개씨 등이 주요 구성원이라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1그룹의 경 우 7~20명선으로 구성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임 의원은 또 이들 ‘황태자 그룹’은 현철씨가 주도하고 있는 경영연구 회(회장 김연호 삼화제지(주) 대표이사)의 핵심세력을 이루고 있다고 덧 붙였다. 임 의원은 “경영연구회는 지난 대통령선거 이후 결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철씨가 경영연구회 모임을 그룹별로 자주 만났다는 증언도 이미 확보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현철씨의 관리방식이다. 임 의원은 “현철씨가 제 1 그룹을 관리하기 위해 2가지 라인을 활용했다”고 주장했다. 제1라인은 안기부다. 임 의원의 발언을 그대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종전에는 오 아무개 차장이 대리인으로서 관리를 해었는데, 그는 지금 타부처로 옮겼 다. 그래서 그 구실을 새롭게 맡고 있는 사람이 요즘 안기부 내의 신민주 계 핵심으로 주목받는 김아무개 차장이다. 이들의 지휘를 받아 안기부 이 아무개씨가 연락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현철씨가 안기부를 자신의 재 계 관리인으로 이용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국가권력의 체계와 기강 이 한 개인의 손에 따라 좌지우지됐다면 국가존립 자체가 위협받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임 의원은 이어 제2라인으로 현철씨의 중학교 동창인 (주)심우 대표이사 P씨를 지목했다. 임 의원은 “P씨는 92년 대선 당시 ‘영 소사이어티’의 자금 관리인으로서, 현재 김현철씨에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서 인사할 정도로 주가가 높다”며 현철씨가 사조직을 통한 재계관리도 해왔 음을 주장했다.

재계 제2그룹으로는 벤처산업 회장단이 지목됐다. 의료기업체 매디슨의 이아무개씨, 한글과컴퓨터사 이아무개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임 의 원은 보고 있다. 임 의원은 “현철씨는 최근 자신이 회장으로 있는 ‘한 국유엔청년협회’의 이사진에 자신이 관리해온 제2그룹, 즉 벤처기업인들 을 대거 포진시켜 자금줄로 활용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한보철강 설비구매과정서 2천억 이상 챙겨

임 의원은 두번째로 한보철강 설비도입에 현철씨의 개입설을 주장했다. 임 의원은 포철이 1기의 코렉스 설비를 2천9백24억원에 도입했음에도 한 보는 동일한 설비 2기를 8천5백98억원에 들여왔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오 스트리아의 배스트 알핀사에서 똑같은 기종을 들여왔음에도 한보는 포철 보다 1기당 50% 가량 더 비싸게 구입했다는 것이다. 2기 합쳐서 3천억원 정도 더 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임 의원은 “한보가 국제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설비를 구입하 게 된 것은 현철씨쪽 인사가 도입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했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독일 SMS사로부터의 설비구매 과정 에서 2천억원 이상의 리베이트가 김현철씨에게 제공되었고, 일본 고베철 강과의 계약은 김현철씨의 심복인 박태중씨가 했다고 한다”면서 의혹설 을 계속 물고늘어졌다. 임 의원은 이어 “따라서 한국 철강업계의 전문가 들 사이에서는 한보철강의 설비 도입계약에 김현철씨쪽이 개입해 2중계약 서를 작성하고, 그 차액을 외환은행으로부터 직접 해외로 도피시켰다는 설이 지배적”이라면서 현철씨에 대한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번 임시국회가 대정부질문 첫날부터 현철씨에 대한 야당의 집중공격으 로 문을 연 만큼 ‘현철 국회’를 피하지는 못할 것 같다는 게 정치권의 일치된 관측이다.

김용성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


커버스토리 포커스 문화시대 특집 지난호 전체보기 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