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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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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2월22일 유세를 펼치고 국민회의의 조한천 후보. 노동계의 총력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신한국당의 조영장(56), 국민회의 조한천(55), 무소속의 백석두(43)후보 가 출마한 인천시 서구 국회의원 보궐선거는 노동법 총파업 파동과 한보 사태, 북한 황장엽 비서 망명과 이한영씨 피습사건 등으로 빚어진 ‘북풍 ’ 등 숱한 쟁점들이 있는데도 선거분위기는 썰렁하기만 하다.
시장·거리에서 만난 ‘민심’은 정부·여당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실제 선거 분위기는 유권자들의 무관심과 냉소적 기류, 극심한 경기침체 등에 뒤덮여 무겁게 가라앉아 있는 것이다. 각 당들은 이런 분위기를 정 치 허무주의의 산물이라고 분석하고 유권자들을 유세장에, 투표장에 끌어 모으기 위한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노총·민노총 인천본부 등 노동계는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이길 경우 노동법 개정 투쟁 의 정당성이 흐려질 수 있다며 국민회의 조후보를 총력적으로 지원하고 나선 것이 눈에 띤다.
믿을수 없는 정치…�관심없다
서구 지역 주민들의 발길이 잦은 석남동 거북시장에서 과일상회를 하는 이상익(48)씨는 “10년전의 전두환 정권까지 거슬러 올라가 생각해 봐도 시장 장사가 이렇게 안된적은 없었다”며 “살림이 어려운데 누가 선거 이야기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가정2동 개나리 아파트 인근의 조그만 동네시장에서 생선가게를 하는 권영노(47)씨는 “경제 실패에 이어 대다 수의 시민들은 한보사태의 배후는 대통령 아들이라고 알고 있는데 본인과 검찰은 아니라고 한다”며 믿을 수 없는 게 정치라고 한탄한다. 가좌동에 서 사업을 하는 김병석(41)씨 등 자영업자들은 “경기 침체와 노동법 파 동을 주도한 신한국당은 잘한 일이 없다”며 아예“김영삼 당에는 표 안 찍는다”고 말을 잘라버렸다.
시장 상인들이나 자영업자들은 그러면서도 북한의 황장엽 비서 망명과 이 한영씨의 북한 테러설 등으로 조성된 ‘북풍’은 이번 선거에 별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북풍’을 생각하기에는 서민 가계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주부들도 마찬가지였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인 마 전동의 오공림(56·주부)씨와 가정2동의 정아무개(35·여·상업)씨는 “ 시장에 나가면 살맛이 안난다. 그런데도 명예퇴직이다, 정리해고다 하며 들리는 것은 모두 불안한 소리 뿐이니 빨리 나라가 안정됐으면 좋겠다” 며 걱정했다.
하지만 이런 정부·여당을 향한 분노가 곧바로 야권지지로 이어질지는 의 문이다.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가 참석한 22일의 야권 합동연설회는 청중 이 4백∼5백여명에 불과했다. 또 각당이 매일 하고 있는 거리 유세도 동 원 청중을 제외하면 후보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유권자들이 거의 없는 편 이다.
반면 노동계의 선거 참여는 적극적이다. 서구 지역에 1백3개 사업장에 1 만5천명의 조합원을 두고 있는 한국노총 인천본부가 국민회의 조한천 후 보 선거사무실에 황창배 금속연맹·김용인 화학 연맹 지역본부의장을 파 견해 노동자들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또 가정동 임대아파트 3백20가구 등 1천여명의 조합원이 보궐선거 유권자 인 민노총 산하의 대우자동차 노조도 야권후보에게 표를 몰아주자는 운동 을 벌이고 있는 등 지역 노동계가 야권을 총력 지원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는 노동조합에도 즉시 파급돼 최근 서구 원창동 한화에너지 노동조합이 조합원들에게 “전원 투표에 참가해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 킨 집권 여당에 일침을 가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하는 등 효력을 발 휘하고 있다.
한 노동자는 “만약 서구에서 여당이 당선된다면 다른 지역 노동자들 보 기가 얼마나 부끄럽겠느냐”는 극단론을 폈다. 그러면서도 백후보의 무소 속 출마로 야권이 분열돼 신한국당 조후보가 어부지리를 하는 것이 아니 냐는 우려를 하기도 했다.
각당 선거 관계자들은 정부에 대한 민심이 분노하고 있어 서구 보궐선거 는 일단 야권이 유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가정동에서 귀금속 가 게를 하는 김관식(38)씨는 “투표 시간이 오전 6시에서 오후 6시인만큼 여권에 비판적인 젊은 유권자들이 투표에 참여하기가 어려워 조직력을 갖 춘 조영장 후보가 유리할 것”이라는 주장도 폈다.
민심이반 정공법으로 극복하겠다
신한국당 서구지구당 차봉준(38) 홍보부장은 “민심이반이 피부로 느껴져 한보사태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는 등 정공법으로 선거전을 펴고 있고, 한편으로는 이번 선거가 지역 일꾼을 뽑는다는 것을 적극 알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회의 선거대책공동본부장인 이기문 의원 은 “이번 선거가 노동법 개정의 연장선상에 있고, 한보사태 등으로 여권 의 인기가 바닥이어서 승리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소속의 백 석두 후보쪽은 “민심이 신한국당을 떠나기는 했으나 야권을 모두 지지하 는 것은 아니다”며 전체적으로 정치권이 불신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
각 당은 선거 분위기가 뜨지 않아 보궐선거 투표율이 35∼40% 선에 머믈 것으로 예상했다.
인천=허종식 기자/한겨레 민권사회2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