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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3월06일 제 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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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돈 없어 변두리에 사는 것만 해도 서러운데... 혼잡통행료의 확대시행을 놓고 서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회사원인 K씨는 승용차로 서울 도심에서 남산 1호터널을 빠져 나오 면서 끓어오르는 분을 참지 못했다. “아니, 차량의 도심진입 억제를 목 적으로 혼잡통행료를 징수한다면서, 왜 도심을 빠져 나가는 차에 대해서 도 통행세를 내라는 거야!” 조금 전 2천원의 통행세를 낸 그는 너무도 어이없는 현실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았다.
‘혼잡통행료’의 확대시행은 과연 바람직한 것인가.
최근 조순 서울시장이 남산 1, 3호터널에서 시행중인 혼잡통행료 징수를 시내 다른 지역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올 상반기중 추진하도록 지시함에 따라 혼잡통행료가 다시금 논란거리로 떠오르고 있 다.
“내년부터 10여곳으로 확대 계획” 서울시 총대
혼잡통행료(Congestion Pricing) 제도란 싱가포르와 노르웨이 등 일부 나 라에서 실시하고 있는 승용차의 도심진입 억제책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지 난해 11월11일부터 서울시가 남산 1, 3호터널에 한해 시범적으로 실시하 고 있다.
‘차량의 도심진입 억제’와 ‘대중교통이용 유도’를 목적으로 평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은 오전 7시부터 오후 3시까지, 탑승 자가 2인이하인 승용차는 남산 1, 3호터널을 통과할 때 2천원씩을 내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택시, 버스, 화물차, 승합차, 그리고 2인이하가 탄 승용차라도 외부에 용도를 분명히 표시한 긴급·장애인·외교관·보도· 공무 차량 등은 징수대상에서 제외된다.
날로 극심해지고 있는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그동안 여러 방안이 시도 됐지만 백약이 무효였다. 그러자 정책 당국자들은 교통수요에 대한 관리 를 강화하고, 교통혼잡유발 원인자에게 경제적 부담을 지우는 방안 쪽으 로 방향을 돌렸다. 바로 그 방안 중의 하나가 바로 혼잡통행료다. 그러나 이 제도는 시행 전부터 상당한 논란을 빚었으며, 아직도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불가피하게 승용차를 몰아야 하는 자영업자나 일반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켜 커다란 불만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앞으로 혼잡통행료의 전국적 확대시행은 시간문제로 받아들여지 고 있다. 서울시의 확대시행 방침 외에도, 이미 건설교통부가 지난 1월 “도심 혼잡지역에 대한 강력한 교통수요관리정책을 통해 불필요한 교통 량을 최대한 억제하겠다”면서 “전국광역시급 주요도시도 자체 사정에 따라 혼잡통행료를 징수토록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또 대전시는 “도심 교통난 해소를 위해 올해 안에 교통량을 분석해, 내년부 터 도심진입로 10여곳에 징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고 맨먼저 ‘총대’를 메고 나섰다.
조순 서울시장은 최근 서울시 확대간부회의에서 “혼잡통행료 징수로 도 심 교통난이 상당히 해소됐다”고 자평하면서 혼잡통행료 실시에 큰 자신 감을 보였다. “당초 13~14%의 교통감축 효과를 예상했지만, 24%의 효과 를 보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이에 따라 서울시정개발연구원은 현재 확대방안을 연구중에 있으며, 조만간 이를 발표할 예정이다. 모든 한강다리와 통일로, 경인로, 동부-서부 간선도로 등 시계(市界) 교통유입 지점에 요금소를 설치하고 통행료를 받는 방안과 4대문 안, 영등포권, 여 의도권, 강남권 등 교통이 집중되는 도심-부도심을 선정해 권역별로 통행 료를 받는 방안 등 두 가지가 함께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혼잡통행료의 확대시행에 대해서는 신중해야 한다는 비판여론이 많다. 현재 남산 1, 3호터널에서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이 제도의 효 과가 서울시 발표와 달리 미미하고 시민부담만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실제 이 제도 시행 이후 남산 1, 3호터널을 지나는 차량은 줄었으나, 주 변 우회도로의 교통난은 더욱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람들이 승용차 이용을 자제하기보다는 2천원을 내지 않기 위해 우회도로로 몰리기 때문 이다.
특히 승용차로 이 터널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영업사원이나 자영업자 등 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라는 게 일반적 지적이다. 반면 부유층들에게는 별 부담이 되지 않고, 오히려 전보다 더 편하게 다닐 수 있은 계기가 돼 공공시설인 남산 1, 3호터널이 ‘부자 전용도로’라는 비판까지 나왔다. 물론 시 전역으로 확대되면 이런 문제는 사라질 것이다.
한계에 이른 교통난 근본적 처방 마련해야
혼잡통행료의 효과적 실시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의 확충과 개선이 우 선돼야 한다는 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이런 조건들이 충분히 갖춰진 뒤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있게 들린다. 또한 도심진입 억제가 목적이라면 도심에서 나오는 차량에 대해 혼잡통행 료를 물게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올 5월께면 우리나라는 자동차 1천만대 보유시대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 지난 한해 자동차 등록대수는 9백55만3천여대. 1년 동안 무려 1백8만4 천여대가 늘었으며, 하루 평균 2천9백70대가 증가한 꼴이다.
이처럼 걷잡을 수 없게 늘어나는 자동차, 이로 인해 한계상황에 부딪힌 교통난 해소를 위해서 혼잡통행료의 실시는 불가피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동안 시범실시로 여러 가지 문제가 드러나고 서민부담만 가중시킨다는 지적이 많은 만큼, 조기 확대시행보다는 충분한 여론수렴 과정과 충분한 사전준비를 거친 뒤 확대시행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게 교통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김경무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3월06일